"아이들을 이해하고 꿈과 희망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꿈과 희망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인터뷰] 중학생들의 누나 멘토 이동은 씨

브레인미디어는 지난 10월 26일부터 벤자민갭이어 1기 청년들과 '청년들이 만들어가야 할 세상', '꿈',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매주 보도했습니다. 본 기사는 벤자민갭이어 1기 청년 대상 인터뷰 마지막 편입니다. /편집자 주

마지막 인터뷰 주인공 충남의 이동은 씨(27, 직장인)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 1기를 졸업한 동생을 보며 ‘저런 학교가 내 학창시절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자신만의 1년을 원했던 그는 2016 청년들을 위한 벤자민갭이어 과정이 개설되자 그 기회를 잡았다. 

이 씨는 작년 4월 22일 벤자민갭이어와 형석중학교(충북 증평군, 교장 김성배)가 진로·진학 멘토링 수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당시 대표 학생으로서 자리를 함께했다. 이후 그는 매월 형석중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멘토링을 진행해왔으며 지난 12월 26일부터 27일 동계 진로·진학 캠프를 마지막으로 올해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관련기사▶바로가기

▲ 벤자민갭이어 충청남도 지역 이동은 씨 <사진=황현정 기자>

Q. 어떤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했나요? 

"벤자민갭이어 청년들이 형석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진로・진학 멘토링 수업을 하는 것입니다. 주요 활동으로는 ▲독서 토론 ▲진로 캠프 ▲대학탐방 ▲진로 보드 만들기 등이 있어요. 필요하다면 공부법도 가르쳤죠. 

벤자민갭이어 멘토링 수업이 특별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교과 과목이나 선생님으로서가 아닌 대학생 누나, 형으로서 다가갔어요. 아이들은 성적을 잘 받아야 좋은 학교에 진학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자기 자신이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진짜 원하고 되고 싶은 사람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알려주는 수업을 진행했죠."

▲ 벤자민갭이어와 형석중학교는 지난 4월 진로·진학 멘토링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 제공=벤자민갭이어>

Q. 수업을 진행한 소감이 어떤가요?

"처음에는 보조 강사로 진행을 했는데 2회차 수업부터 바로 주 강사로 활동하면서 부담감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잘 다듬어지지 않은 강사였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죠. 초반에는 준비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데 조금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이후 진로 캠프나 대학탐방에서는 아이들 목소리에 더 귀 기울였어요. 그때 우리가 집중을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관심이 있으면 듣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떠든 것 같아도 신기하게 듣고 있더라고요. 수업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아이들을 잡으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 경험으로 다음 수업부터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했어요. 조금 느슨하게 하되 지킬건 지키게 했어요.

또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꿈과 비전에 관해 질문해요.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점차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원하는 꿈을 찾아갈 뿐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며 기특했어요. 한편으로는 '나는 이 나이에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현재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뭘까?'하며 스스로 질문했어요."

▲ 형석중학교 학생들과 이동은 씨의 첫 수업일 당시 찍은 단체사진<사진 제공=벤자민갭이어>

Q. 강사 활동이 이번이 처음이었나요?

"아니요. 영어학원에서 학원 강사를 2년 정도 한 적이 있어요. 사실 학원 수업과는 완전히 방식이 달라 그 경험이 도움되진 않았어요. 다만, 멘토링 수업을 진행하며 깨달은 것이 더 많았죠.

제가 근무했던 곳이 수능 전문 학원이라 영어라는 학문 아래 학생들을 가르치고 성적이라는 결과물로 아이들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환경에서는 그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주입하기만 했어요.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너는 사회에 나가면 낙오자가 될 거야",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공부를 잘 해야 해" 등 꿈을 위하기 보다 지금 당장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했어요. 공부시키기 위해 안 좋은 동기부여를 한 것 같아요. 아이들도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그냥 해야 하니깐, 잘하면 사람들이 인정해주니까 하는 경우가 많았죠.

▲ 벤자민갭이어 청년들과 형석중학교 학생들이 충북 청주의 국립 충북대학교를 탐방하고 있다. <사진 제공=벤자민갭이어>

그런데 하면 할수록 상처받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아이들이 꿈을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이렇게 교육하는 것이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그래서 멘토링을 할 때는 아이들의 꿈을 들어주고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정하고 시작했어요. 선생과 제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요. 이렇게 하니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이유를 깨닫고 순수한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웃음)

아이들 태도도 확연히 달랐어요. 칭찬을 듣고 관심을 받으니 즐거워하고 질문하며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학원에 있던 아이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딴짓만 했는데 멘토링을 받은 아이들은 처음에만 그렇지 나중에는 오히려 궁금해하고 눈을 마주쳐요. 표정도 훨씬 밝았죠. 이 차이에서 자신이 선택해서 원하는 것을 하는 교육의 힘이 매우 크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Q. 힘든 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남자아이들이다 보니 짓궂은 말이나 행동에 당황한 적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진로 선생님이나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들으며 그 아이들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죠.

▲ 형석중학교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진로 보드를 자랑스레 들고 있다. <사진 제공=벤자민 갭이어>

특히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면 아이들은 그것에 더 집중하고 관심받기 위해 오히려 부정적인 행동이나 말을 해요. 그래서 잘하는 아이에게 더 칭찬하고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니 나중에는 말과 행동 모두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나중에는 심한 장난을 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어요."

Q. 이외 다른 활동도 했나요?

"세계시민 청년 강사 활동은 지구시민 의식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단어 선택이나 예시 등을 더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또 교육하면서, 내 사소한 행동이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환경·인권·세계화·문화 다양성 등 전 지구적인 문제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공부할 수 있었어요.

▲ 이동은 씨가 작년 11월 8일 충북 청주시 모 중학교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황현정 기자>

벤자민갭이어 중앙 팀에서는 7월부터 근무했어요. 홍보, 카페 운영, SNS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며 청년들의 니즈(Needs)를 알게 됐어요. 무엇보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만을 추구하는 줄 알았는데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려 하는 사람이 많은 것에 놀랐어요. 벤자민갭이어 청년들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개성을 살려 창조성을 발휘해 그것을 실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Q. 벤자갭이어 1년 동안 느낀 점이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견해가 넓어졌어요. 예전에는 내가 정한 틀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관심했고 무시했는데 내가 무시하던 사람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었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그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벤자민 갭이어 중앙팀과 진행진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벤자민갭이어>

벤자민갭이어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미련과 후회 없이 제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이동은 씨의 당찬 대답에 대한민국 '7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했다는 신조어)' 더 나아가 'N포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보입니다.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도전·가치·창조의 1년으로 다시 한번 용기 내 '꿈을 찾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희망이 아닐까요?

 브레인미디어는 지난 10월 26일부터 지금까지 매주 벤자민갭이어 청년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자신감 있고 당당한 청년들의 모습과 표정으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대한민국, 더 나아가 지구를 위해 '홍익'하는 삶을 살겠다는 벤자민갭이어 청년들의 행보를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글. 황현정 기자 guswjd75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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