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상을 살리는 지구용사' 어승혜 씨
브레인미디어는 벤자민갭이어 1기 청년들과 '청년들이 만들어가야 할 세상', '꿈',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매주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대학입학, 취업준비까지… 쉴 틈 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가는 이 길에 대한 의문이 든다. 아홉 번째 인터뷰 주인공 부산의 어승혜 씨(25, 대학생)는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3년 휴학을 선택했다. 어 씨는 휴학 3년 째 접어드는 2016년, 그녀의 인생을 바꿔준 벤자민갭이어를 만났다.
"예전부터 어떤 활동을 하던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것이 좋았어요. 그래서 벤자민갭이어 부산 지역 내에 각각 특성을 살려 팀 프로젝트를 기획했죠. 또 개인 활동도 좋지만, 팀으로 하는 것이 지역내에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고요.
우선 크게는 ▲체력강화 팀 ▲세상을 바꾸는 포토(이하 세포) 팀 ▲지구 다이어트 팀 이렇게 나뉘었고. 세포팀은 △사랑 △환경 △인성으로 이루어졌죠. 그중에서 기억 남는 활동은 세포 팀 중 사랑 세포, 환경 세포 활동과 제가 팀장으로 있었던 지구 다이어트 팀이었어요.
나에 관해 알아가는 시간, 사랑 세포
사랑 세포는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간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카메라로 찍는 활동이에요. 사진 지식이 있었던 부산 지역 구효영 씨를 중심으로 사진을 배우고 직접 찍어보며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었죠. 특히 내가 사랑하고 관심 있는 것에 초점을 두니 나 자신을 더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일상, 가족, 자연 등을 많이 찍었어요. 아버지께서는 주로 외국에 계셔서 자주 뵙지 못해요. 그래서 휴가를 받고 가족 여행을 갈 때 운전하시는 뒷모습이 좋아 한 컷 찍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저녁 먹는 사진,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 녹색 또는 푸른 계열의 자연경관 등을 찍었죠. 지난 12월 9일에는 청년들이 각자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과의 소통…환경 세포
환경 세포는 사전 회의부터 조금 힘들었어요. 이 주제를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었거든요. 몇 차례의 회의 끝에 프리허그와 쓰레기 줍기를 합친 '프리 줍기'를 하기로 했어요. 그 이유는 프리 허그처럼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우리 지역뿐 아니라 경남, 경북 지역 벤자민갭이어 청년들과 함께 부산에서 진행했어요. 1차는 광안리 해수욕장이었고, 2차는 해운대, 3차는 부산역과 남포동이었어요. 광안리에서는 프리 줍기 하는 것을 보고 참여해주시는 시민들이 많았어요. 그곳에서 우리가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해서 초콜릿을 나눠주기도 하며 사람들과 소통했어요. 그런데 해운대부터 난관이 생겼어요.
▲ 부산 지역 청년들이 프리 줍기를 하고 있다. (왼쪽. 광안리 단체 사진/ 오른쪽. 해운대 활동 사진) <사진 제공= 어승혜>
일단 갑자기 팀원 몇몇이 나가는 바람에 인원이 줄었어요. 겨우 다시 의기투합(意氣投合)해 해운대로 나갔는데 광안리 때와는 달리 참여도가 낮아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과 버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느껴졌어요.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3번째인 부산역과 남포동에서 부산 의경들을 만나 프리 줍기를 하고 부산 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에 같이 춤추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죠. (부산 경찰 페이스북 페이지 ▶ 바로가기)
우리는 지구를 지키는 지구용사!
환경 세포를 하던 중에 '다이어트'에 관심이 생겼어요. 때마침 부산에서 열린 세계시민교육 청년강사 워크숍에 참석해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관련기사▶바로가기) '청춘을 홍익하라'는 벤자민갭이어의 슬로건에도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그 둘을 합해 '지구 다이어트' 팀을 결성했죠. 이 팀은 특별히 전국적으로 팀원을 모집했어요.
처음에는 규칙을 정했어요. 예를 들면 햄버거 끊기, 텀블러 사용하기, 잔반 남기지 않고 인증사진 올리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사용하기 등 일상에서 하는 지구를 위한 활동과 운동을 병행해 매일 각자 체크 리스트를 작성하고 공유했어요. 그리고 각자 하루 실천 후 소감을 말하기도 하고요.
그냥 지구 환경 보호와 다이어트를 하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파워포스레인저처럼 지구를 지키는 지구 용사 콘셉트로 재미있게 진행했어요. 저는 그 중 '레드'였어요. 단체 카카오톡 방에도 별명으로 불렀어요. 그러니까 반응도 좋고 단합심도 강해지더라고요.
지구의 건강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내 몸도 건강해지더라고요. 거기다 운동까지 병행하니까 체지방이 4kg 줄었어요. 귀찮더라도 조금만 움직이면 지구도 살아나고 내 몸도 좋아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작게라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 지구 다이어트 팀원들은 지구 용사 콘셉트로 활동을 재미있게 진행했다. <사진 제공= 어승혜>
어 씨는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창조하는 부산 벤자민갭이어 청년들의 1년간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활동을 전개해 왔는데 우리끼리 알기에는 아쉬워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했어요. 많은 사람에게 지구시민의식과 홍익인간 정신을 전하고 청년들의 열정적인 도전과 성장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큐멘터리 제작은 처음하는거라 부담스럽기도, 버겁기도 했어요.
기획, 인터뷰 질문지 작성, 영상 촬영, 동선 체크, 시나리오 수정, 나래이션 등 하나하나 새로운 경험이어서 재밌었어요. 그러나 예산 문제, 시간 문제 등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며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마음을 모아 함께 나아가는 팀원들이 있기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어요. 지금은 출품과 심의 등 마지막 단계만 남겨두고 있죠."
▲ 부산 지역 청년들이 벤자민갭이어 활동 내용을 토대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위. 영상 촬영 /아래. 영상 제작) <사진 제공= 어승혜>
승혜 씨는 지난 시간 동안 일과 공부에 치여 하지 못한 일들을 벤자민갭이어 1년 동안 해내며 용기와 자신감, 포용력 등 인성 덕목을 배우고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팀 프로젝트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활동을 했어요.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이 아닌 지구를 위해 활동하며 내가 지구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느껴지니까 자존감이 높아지더라고요. 또 사람마다 성향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능력이 길러졌어요. 팀원이 나가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겪으며 평정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팀을 이끌어 가는 힘도 생겼고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기획하고 창조하는 일을 재밌어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진로를 바꿔볼까 해요. 저는 앞으로 마케팅만 잘하는 게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조화로운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라"고 말한다.
"인생에 한 번쯤은 그런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급하게 가다보면 넘어질 수도 있거든요. 잠시 달리는 것을 멈추고 내가 가는 이길을 멀리서 바라보면 내면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저는 앞만보느라 그러지 못했는데, 벤자민갭이어에서 1년 동안 나를 돌아보며 '의식'이 성장했어요.
지구를 생각하고,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언젠가 그들이 사회의 중심이 되어 지구를 경영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내가 가는 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두렵기도 하지만, 이번 1년으로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이 더 커져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황현정 기자 guswjd75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