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로 인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로 인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어요!"

[기획 인터뷰] 한국형 고교 완전 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의 이야기
[8편] 3기 재학생 최은서 군 "만들기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일반학교를 다닐 때  넋 놓고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누군가 싫은 소리를 해도 대꾸 한 번 안 했어요. 부모님과 선생님께는 그저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제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었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교장 김나옥) 3기 최은서 군(17, 경기북부 학습관)은 예전의 자신이 남에게 잘 휘둘렸다고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무기력하게 학교생활을 한 은서 군은 많은 경험을 하며 자신의 꿈을 찾고자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 벤자민학교 3기 경기북부 학습관 최은서 군 <사진=황현정 기자>

"처음에는 1년 동안 어떤 활동을 할지 계획했어요.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자유로운 환경 속에 뭘 해야할지 몰라 집에서 뒹굴게 되더라고요. 아르바이트도 구하려 해봤지만, 나이가 어려 거절당하기 일쑤였어요. 제가 하려고 한 것들이 자꾸 어떤 상황에 부딪히니까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죠.

집에만 있는 제 모습이 걱정되셨는지 아빠가 "공방을 다녀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예전부터 유튜브(youtube)에서 가구나 장난감을 만드는 영상을 보며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체험해보지는 않았어요. 아빠의 제안을 들은 뒤부터 제가 원하는 공방을 찾아다녔죠. 그때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공방을 다닐 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무언가를 만들 때 만큼은 저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죠. 어느 날은 열심히 가구를 만들고 시계를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어요. 어떤 활동을 몰두해서 한 적이 없었던 제가 긴 시간 동안 집중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이 "재능있다", "잘한다" 등 칭찬해주니 기분도 좋고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 최은서 군은 공방에서 다양한 가구를 만들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위 사진은 은서 군의 작품이다. <사진=최은서>

은서 군은 공방을 다니며 자기 표현력이 길러졌다고 말했다. 또한, 벤자민학교의 교육시스템과 선생님들의 응원 속에 자신을 성찰하는 힘이 생겼다.

"저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사소한 일은 금방 털어버리는 힘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이 조금만 지적하거나 신경질을 내면 그대로 마음속에 쌓아두기만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었고 제 의견과 주장을 펼치기 어려웠죠. 남 눈치 보는 게 우선이었던 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저도 불만을 얘기하거나 화를 내는 등 제 목소리를 조금씩 낼 수 있게 됐어요.

반항 한 번 한 적 없던 제가 감정을 표현하니까 부모님이 오히려 기뻐하셨어요. 이전에는 귀찮아서 부모님과의 대화하지 않으려 했는데 지금은 벤자민학교에서 활동하며 어떤 점이 성장하고 변했는지 이야기해요. 저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벤자민학교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 교육시스템 속에서 이런 경험은 하지못했을 거에요. 일주일에 한 번 온·오프라인 수업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지난 한 주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어요. 또 일주일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발표하며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죠. 예전에는 제 생각을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거든요. 요즘은 선생님, 친구들, 부모님과 대화하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죠"

이외에도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워크숍, 글로벌 리더십과정 세도나 지구시민 캠프를 이수하며 은서 군은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 벤자민학교 경기북부 학습관 학생들과 선생님 <사진=벤자민학교>

"미국 애리조나 주의 세도나 지구시민캠프에 가기 전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곧바로 실천했죠. 먼저 말 걸고 서로 공통점을 찾아가며 친해지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즐겁게 캠프를 이수할 수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나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예전에 낯선 공간에 오면 누군가 먼저 말 걸어주길 바라며 가만히 있었던 제가 부끄러웠어요. 또 멋지게 해낸 제가 대견했습니다.

어떤 목표를 결심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능력이 생긴 것도 무대 위에서 제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에요. 벤자민학교 워크숍에서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목소리도 떨리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런데 이제는 한 달 동안의 성장스토리를 발표하고 나면 속이 후련하고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어요. 그동안의 활동을 되짚어보며 더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죠."

▲ 은서 군은 세도나 지구시민캠프에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벤자민학교>

은서 군은 벤자민학교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공방'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나만의 공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단순히 제가 재밌어서가 아닌 사람들에게 만들기 강의를 하며 교훈을 주는 것이죠. 처음에는 그저 하나의 나무토막이었던 것이 가구나, 장난감 등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물건으로 만들어지잖아요? 공방을 통해 자기 손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요.

또 소외계층을 위한 재능기부도 하고 싶어요. 가정환경이 좋지 않거나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해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간을 선물하는 거에요.

벤자민학교에서는 저만의 시간이 주어지니까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차분히 생각할 수 있어요. 일반학교를 다니다 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학입시라고 보고 진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뒷전이죠.

저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경쟁에서 벗어나 잠시 쉬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아직 저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제가 원하는 것을 찾아 꾸준히 도전하려 합니다."


글. 황현정 기자 guswjd75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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