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채식주의자 열풍

[칼럼] 채식주의자 열풍

윤한주의 공감세상

대한민국 문학계 거목에서 핀 꽃
OECD 독서율은 최하위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딴 것일까요? 한강 씨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 부커상을 받은 뒤의 열풍이 그러합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최초입니다. 대형서점에서 책이 품절됐다고 하니, 노벨상 신드롬을 보는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인 인디펜던트 문학담당기자 보이드 톤킨은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를 수상작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힙니다.

수상보다 주목되는 것은 심사위원장의 말입니다. “한국은 매우 강력한 소설문화를 가지고 있다. 훌륭한 작가들이 많고 문학계도 활발하다”고. 한강 씨는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고 있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을 지켜봐 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문학계라는 거목에서 꽃이 핀 거죠. 그 나무를 잊지 말라는 당부이기도 합니다.

누리꾼들은 “내가 수상한 것처럼 기쁘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쇼팽콩쿠르 우승 이후 최고의 민족적 쾌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딸”이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러나 유독 눈에 띄는 댓글이 있더군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독서량 최하위의 나라에서 이런 작가가 나온 것은 기적”이 그것입니다.

시인 안도현 또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참으로 대단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며 “이참에 책 읽는 한국인이 늘었다는 뉴스도 듣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습니다. 그의 말이 누리꾼 댓글과 함께 왜 이렇게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것일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하루 독서시간은 6분에 불과합니다. 1년에 1권 이상 읽는 성인은 65%입니다. 맨 부커상 수상에 열광하기 이전에 우리 ‘독서얼굴’부터 살펴볼 일입니다. 이것이 얼이 드나드는 굴인지? 아니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낯짝인지 말입니다.

맨 부커상 수상 소식으로 종일 바쁜 날이었죠. 이날 저녁에 새로 생긴 식당을 찾았습니다. 고등어백반을 시켰는데, 서빙하던 가게 주인의 딸이 “무슨 책이에요?”라고 묻더군요. 이러 저러한 책이라고 설명했더니, “저는 책을 펴면 바로 자 버려요”라며 해맑게 웃었습니다. 책에는 음식점 매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것을 말해도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한국인 최초로 받은 맨 부커상 수상의 열풍도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또 다른 수상소식이 나오면 잊혀 질 것입니다. 실시간 검색어처럼 언제든지 대체가 되니깐 요. 독서습관은 수상작만 읽는다고 쉽게 생기지 않습니다. 작가들이 엉덩이로 글을 쓴다고 하는 것처럼 독자 또한 잠시라도 앉아서 읽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독서가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1년에 두 차례씩 ‘생각주간(Think Week)’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작고 최고경영자가 할 일이 많았던 1980년대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빌 게이츠는 일주일 동안 오직 책이나 논문, 언론기사를 읽고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습니다.

올해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9단 이세돌을 꺾은 이후 가장 큰 걱정이 ‘일자리’였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달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은 키워야 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 시작은 독서입니다. 책엔 자신을 괴롭히는 직장상사가 없습니다. 잔소리하는 가족도 없습니다. 인생 고수부터 수천 년의 역사를 두루 만날 수가 있습니다.

남들처럼 환경을 탓하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바꿀 것인가? 그 선택의 힘은 독서와 사색(명상)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세상을 한 면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고 자신 또한 새로운 면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OECD 국가 독서율 꼴찌를 탈출했다는 소식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은 독자님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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