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다반사]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대한민국 정부의 처참한 민낯

[시사다반사]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대한민국 정부의 처참한 민낯

사람 많기로 소문난 강남대로가 한산해졌다. 강남 일대를 활보했다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의사’ 덕분이다.

전철이나 버스 안, 식당이나 카페에서 재채기 한 번 시원하게 했다가는 곧바로 ‘메르스 감염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이내 자리를 피하는가 하면, 자리를 옮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메르스로 사람들의 불안감이 극도에 달했다.

7일 현재 메르스 환자는 하루 사이 14명이 무더기로 늘어 모두 64명이 되었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도 1명이 늘어 모두 5명이 됐다. 격리자는 7일 2,000명을 넘어섰다.


7일 오전 11시 최경환 국무총리대행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확진 환자가 나온 24개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같은 시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국회 귀빈회관에서 만나 ‘메르스 국회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6월 중 신종감염법 처리에 뜻을 모았다.

메르스 최초 감염 사실이 보도된 것은 지난 5월 20일이었다. 그리고 보름이 훌쩍 지났다. 방역 체계를 전담하고 있는 정부와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는 그동안 뭘 하고 이제서야 뒷북치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 불안을 가중 시키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하여 지금까지 정부는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언론은 처음 소문이 돌기 시작한 평택과 오산,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들쑤시고 다니며 확진자, 사망자 보도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이 와중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일 늦은 밤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메르스 의사’라고 불리는 감염자의 서울시내 이동 경로를 공개했다. 박 시장은 "정보 공개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말했지만, 한밤중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으로 결국 시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자와 확진자, 격리대상자가 늘어나자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지난 3일 '휴교'를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휴교할 만한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부처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감(感) 없기는 국회를 따라올 수 없다.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국회는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책임론이 대두되어 친박과 비박 의원 간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황교안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에 집중했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남긴 말이다. 과연 우리 국민은 얼마나 더 수준이 높아져야 가장 기본적인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정부, 정치인, 리더를 가질 수 있을까.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의 민낯이 처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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