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특수반’이 있었다. 몸이 불편하거나 지적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만든 반이다. 평소 수업은 같이 받다가 체육 시간이 되면 그 친구들은 특수반으로 가서 따로 수업을 받았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가면서 점점 ‘특수반’ 친구들을 만날 일이 없었다. 학교에서는 더 이상 특수반을 운영하지 않았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특수학교에 가거나, 일반 학교에 다니더라도 많은 활동에서 배제되곤 했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배려를 받기보다는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복지 정책이 잘 되어 있는 북유럽 나라들은 다르다. 학생이 원하고 지적 문제가 없다면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상급 학교 진학을 당연하게 여긴다. 장애가 있는 학생만을 위해 배려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는 비장애 학생들에게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고 몸소 체험하는 교육 방법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장애 인구는 272만 6,000명으로 집계되었다. 인구 100명당 5.59명이 장애인이다.
이들 중 선천적 장애인은 11.1%뿐, 나머지 88.9%는 사고나 질환과 같은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를 갖게 되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은 지난 2005년 32.5%에서 43.3%로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민을 무작위로 100명을 모은다면 그중에서 약 6명이 장애인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그 6명 중 5명은 원래 장애가 없었지만 사고나 병 때문에 장애를 갖게 된 경우다. 그만큼 우리 곁에는 장애인이 많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현저히 낮다.
여전히 장애인의 35.8%가 취업할 때 차별을 느끼고 30.7%가 학교 입학과 전학할 때도 차별을 느낀다고 답했다. 15세 이상 장애인구의 취업률은 36.6%에 불과했다. 전체 취업률은 60.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4월 20일은 나라에서 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을 맞아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부각시키는데 의미를 두고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 누구의 장애도 당연한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장애란 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상황이기도 하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나와는 다른 낯선 이에 대한 선심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나와 같은 사회구성원에 대한 당연한 배려여야 한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