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부여하며 특별하게 기념하는 날이다. 개인의 생일도 이러한데, 한 국가와 민족의 생일이라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10월 3일 개천절(開天節)은 서기전 2333년에 단군 왕검께서 홍익인간의 큰 뜻을 펼치고자 우리민족 최초 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즉, 우리 뿌리가 시작된 고유의 전통 명절이자 '한민족의 생일'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개천절은 '상달 상날'이라 하여 고구려, 고려, 조선 및 독립 투쟁의 와중에도 경축의 의미를 기려왔다. 단순히 건국기념일이 아니라 나라의 구심점을 확인하는 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날 그 의미는 너무나 격하되어 있다.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정부 국경일 경축행사에서 대통령 참석 및 관련 유공자에 대한 정부 포상이 전혀 시행되지 않는 것은 개천절이 유일하다. 5대 국경일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참석조차 하지 않고, 2011년 이후부터는 국무총리가 대독하던 대통령 경축사마저 국무총리 경축사로 격하되었다. 국가의 입장이 이러한데, 국민의 인식이 크게 다를 리 없다.
국가 외의 개천절 행사는 강원, 인천, 수원 등 개별 지역자치구와 국학원, 현정회, 국조숭모회, 국조단군봉안회 등의 소수의 민간단체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인원은 4만여 명으로 국민의 0.1%도 채 되지 않는다. 많은 국민이 기념하는 성탄절, 석탄절 등 외래의 명절과도 너무나 대비되는 양상이다.
특히, 주말과 이어진 연휴에 유럽, 아시아 등 해외로 떠나는 여행자가 급증하여 관광업계의 특수라 불리고 있다. 국민들도 국경일의 의미에는 무관심하고, 공휴일로만 여기는 것이다.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있는 개천절 노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나라 한아버님이 단군'이며, 국가의 뿌리가 시작된 날인 개천절의 의미를 제대로 새겨야 한다. 그 시작은 대통령이 공식 행사를 주관·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도 태극기를 계양하고 나라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를 되짚어야 한다.
글. 조해리 기자 hsa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