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철학자 데카르트의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존재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두 번쯤은 그런 생각에 빠져본 경험은 있겠지만 답을 찾을 때까지 생각을 거듭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기야 정보의 홍수 시대에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면서 살고 있으니 그럴 여유를 갖기가 어렵기도 하다.
재미있는 건 진지한 생각을 할 여유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히 “생각이 복잡하다”느니 “생각이 너무 많다”느니 “생각 좀 그만 하라”느니 등의 말을 일상에서 자주 쓰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진지한 ‘생각’은 무엇이고, 일상에서 흔히 쓰는 ‘생각’이란 단어와는 차이가 있는 것일까? 필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는 생각다운 생각, 진지한 생각이란 깨달음(覺)을 낳는(生) 것이라 본다. 즉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이 생각(生覺)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복잡한 생각, 너무 많은 생각 등은 답을 찾지 못해 혼란스런 상태이므로 그런 것은 잡념(雜念), 즉 잡다한 상념에 불과한 것이라 본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뚜렷한 인생 목표를 일찍부터 설정해놓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면서 액션을 통해 답을 찾아낸 것이 아닐까 한다.
또 세계적인 명문대학이나 명문가에서는 학생이나 자녀 교육에 인문 고전을 필독서로 읽힌다고 하는데 이 역시 깨달음을 낳는 제대로 된 생각하기 훈련의 일환이라 믿는다. 오늘 소개하는 <하버드의 생각수업>은 그런 차원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기 훈련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하버드의 토론 수업에서는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옥스포드의 압박 면접이나 UN의 채용 시험에서는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학 입학을 위한 철학 시험, 바칼로레아에서는 어떤 문제를 내는지 등을 소개하면서 제대로 생각하는 법을 가이드해준다. 또한, 중간중간 독자들이 혼자서 때론 그룹을 지어서 그 누구의 생각이 아닌 자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책에 인용된 질문들은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자유와 평등은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어느 쪽이 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 “정부는 시장 경제에 개입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과학 기술의 진보와 환경 보호는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등이다. 어떤 질문이라도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견해가 있고 관점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만만치 않은 질문들에 ‘나만의 의견’을 갖는다는 것이 녹록한 일이 아니다. 아주 깊은 생각을 거치고 거쳐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많은 토론을 갖고 생각을 다듬어야만 나만의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폴 발레리라는 철학자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필자는 이 말이 “정보의 주인으로 살 것이냐 정보의 노예로 살 것이냐”로 바꿔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 사고가 생길 때마다 온갖 정보가 난무한다. 그럴 때마다 정보에 휩쓸리면서 내 생각 없이 살아갈 것인지 삶의 중심을 가지고 정보를 선택하면서 살 것인지는 평소 “생각하기 훈련’에 달렸다. 현대 문명, 특히 미디어가 대량 확산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잡념에만 빠져 산다는 얘기라고 해석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생각(生覺)’이 잘 정리되어 있는지 성찰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jpg&filepath=Opinion)
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www.u-dap.com
http://facebook.com/bellrock96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