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래된 수수께끼와 또 다른 해답

[칼럼] 오래된 수수께끼와 또 다른 해답

박종하의 Brain ON! - 08

2개의 질문을 해보자. 먼저 오래된 수수께끼 하나를 소개한다.

[문제 1] 오래된 수수께끼

“어떤 곰이 선 자리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1Km 가다가,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1Km 가다가, 다시 북쪽으로 1Km 갔더니’ 처음 출발한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 곰의 색깔은?”

곰이 움직인 길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화살표 대로 움직여서 곰이 도착한 곳은 처음 출발한 위치로 되돌아 왔다고 했다. 윗 그림에서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다는 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할까? 터무니 없어 보이는 이 문제에 등장하는 곰은 흰색이다. 왜냐하면, 북극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남쪽으로 1Km 가다가,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1Km 가다가, 다시 북쪽으로 1Km 갔을 때 처음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 오는 점은 북극이라는 거다. 지구본을 보면서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문제의 곰은 북극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 곰이 움직인 길을 연결하면 삼각형이 된다. 곰은 직선으로만 움직였기 때문에 분명 곰이 움직인 길들을 연결하면 삼각형이 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생긴다. 곰이 움직여서 만든 삼각형은 3각이 모두 90도인 삼각형이다. 남쪽으로 가다가 동쪽으로 가면 90도의 각을 만든다.

동쪽으로 가다가 북쪽으로 가는 것 역시 90도 회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곰이 움직여서 만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가 넘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은 삼각형의 내각은 180도라는 수학의 아주 기초적인 사실에 벗어나는 것이다. 사실 곰이 움직인 길이 만든 삼각형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공 위에 삼각형을 그려보면 된다.

공 위에는 모든 각이 90도인 삼각형을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다. 지구도 하나의 공처럼 생각해 보면, 북극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가다가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가다가 다시 북극으로 돌아 가는 길은 분명 삼각형을 만들고, 그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 보다 크다.

유클리드는 수학의 체계를 세우면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 이다’는 것은 증명할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라고 했다. 이것에 많은 수학자들이 의문을 품었다. 증명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증명할 수 없다고 했는가? 많은 수학자들이 이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유클리드 이후 2000년 동안 이 증명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200년 전쯤에 러시아 출신의 수학자 로바체프스키와 헝가리 출신의 수학자 볼리아이에는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바꿨다. “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인가?”라는 질문을 “만약,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니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닌 경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끝에 그들은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니라면 새로운 기하학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탄생한 새로운 기하학을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고 부른다.

이 새로운 기하학은 지구나 천체를 전체적으로 연구할 때 기존의 기하학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유클리드는 지구가 평편하다는 조건으로 기하학을 생각했다면, 로바체프스키는 그것을 뛰어 넘어 다양한 조건의 기하학을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로바체프스키에 대하여 <그는 공리에 도전한 사람이다. 공인된 진리에 도전하는 인물은 자신의 생명까지는 아니라도, 학문상의 모든 것을 건 사람이다>라고 매우 높이 평했고, 그 역시 기존 물리학의 공리에 도전하여 새로운 물리학을 만들었다. 이렇게 내가 고민하는 것을 다른 질문으로 바꿔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는 앞의 오래된 수수께끼의 질문을 약간 바꿔보자.

[문제 2] 오래된 수수께끼의 다른 접근

북극에서 출발하면, 남쪽으로 1Km 가다가,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1Km 가다가, 다시 북쪽으로 1Km 가면, 처음 출발한 자리로 되돌아온다고 했다. 그럼, 지구상에서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은 북극이 유일할까? 남쪽으로 1Km 가다가,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1Km 가다가, 다시 북쪽으로 1Km 갔을 때, 처음 출발한 자리로 되돌아올 수 있는 곳이 북극 외에 또 존재한다. 그곳은 어디일까?

오래된 수수께끼에 다른 접근을 해보자. 동쪽으로 간다는 것은 위도를 따라서 가는 것이다. 지구본을 생각해보라. 적도 부근의 위도는 매우 길지만, 극지방의 위도는 상대적으로 짧다.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하면 된다.

지구상에서 동쪽으로 1Km가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런 위치가 남극 근처에 있다. 문제에서 찾는 점은 바로 동쪽으로 1Km가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위치에서 북쪽으로 1Km간 곳이다. 그곳은 남쪽으로 1Km 갔다가,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1Km 갔다가, 다시 북쪽으로 1Km 가면, 처음 출발한 자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물론, 동쪽으로 1Km 갔을 때, 위도 선을 두 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온 위치나, 세 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온 위치에서 북쪽으로 1km 위에 있는 점도 오래된 수수께끼의 또 다른 정답이 될 수 있다. 오래된 수수께끼의 또 다른 정답을 찾는 것은 앞에서 말한 비유클리드 기하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새로운 접근인 것이다. 그러나, 오래된 수수께끼를 만족시키는 위치가 북극이고 그것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관련된 것이라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수수께끼의 새로운 정답을 오히려 잘 찾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경험의 함정인 것이다.  





글. 박종하 박종하창의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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