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느 플레이보이의 고민

[칼럼] 어느 플레이보이의 고민

박종하의 Brain ON!

여자 친구가 두 명인 플레이보이가 있다. 그 플레이보이는 서울역 근처에 살고 두 명의 여자 친구들은 각각 상계동과 과천에 산다. 서울역에서 4호선을 타면 두 명의 여자친구 모두에게 갈 수가 있다. 한 명은 북쪽으로 가야 하고, 한 명은 남쪽으로 가야 한다. 정반대의 방향이다. 이 플레이보이는 두 여자친구를 똑같이 좋아한다.

그래서 그는 서울역 4호선에 가서 그냥 먼저 오는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서울역 4호선은 플랫폼이 중앙에 있어서 상계로 가는 방향이나, 과천으로 가는 방향 양편 모두 탈 수가 있다. 그리고 지하철은 상계로 가는 기차나 과천으로 가는 기차 둘 다 10분의 간격으로 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플레이보이는 그냥 먼저 오는 것을 탔는데도 , 10번이면 9번은 과천으로 가고 10번 중 단지 1번 정도만 상계로 간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당신은 이 플레이보이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가? 우리는 가끔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빠진다. 무언가 잘못되었는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때로는 자신이 어떤 이상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기도 한다. 만약, 어떤 신혼 부부가 이 플레이보이와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해보라.

신혼 집은 서울역 근처이고, 시부모님은 상계에 살고 처부모님은 과천에 산다고 가정해보자. 양가를 모두 존중하는 이 신혼 부부가 주말에 서울역에 가서 먼저 오는 기차를 타고 시부모님이나 처부모님 집 중 한 곳을 가려고 한다면 10번 중 처부모님 집으로 9번 가고, 시부모님 집으로 1번 정도 가게 된다.

만약, 신부가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고, 신랑은 몇 달이 지나서야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신랑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그럼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이렇게 자신이 모르는 일이 발생하면 원인을 엄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문제 1과 같은 상황이 생긴 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플레이보이가 잘못 생각한 것은 먼저 오는 기차를 타면 공평하게 남쪽과 북쪽으로 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령 남쪽으로 가는 기차는 10분, 20분, 30분.. 과 같이 10분 간격으로 서울역을 지나가고, 북쪽으로 가는 기차는 11분, 21분, 31분.. 과 같이 10분 간격으로 서울역을 지나간다고 가정해보자.

북쪽과 남쪽을 가리지 않고 먼저 오는 것을 타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10분에서 11분 사이에 서울역에 도착하는 사람만이 북쪽으로 가고 11분에서 20분 사이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남쪽으로 간다. 두 방향 각각에 대하여 기다리는 시간은 모두 10분 간격으로 일정하지만, 한 사람이 두 방향을 동시에 기다리면서 먼저 오는 기차를 타려고 한다면, 남쪽으로 가는 경우가 북쪽으로 가는 경우에 비하여 9배나 많이 생긴다.

이런 일들은 지하철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 속 모든 곳에서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이 고민이 단지 어느 플레이보이의 고민만이 아닐 수도 있다. 바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감지되면 상황을 엄밀하게 분석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글. 박종하 박종하창의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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