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아이들과 만나는 첫날, 설렘을 담아 함께 만들어 갈 우리반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우리 뇌는 상상하는 대로 이루는 힘이 있으니까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이왕이면 우리 모두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상상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은 평화인데도 왜 지구가 아직도 평화롭지 않은가 하면 모두가 그리는 평화의 그림이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기적인 마음들, 나만, 우리 집만, 우리나라만 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된다면 지구의 평화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라고 생각해봅니다.
우리 반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만"이라는 생각을 "우리"로 바꿀 수 있기를 바라며, 첫 날 아이들에게 그걸 어떻게 실감 나게 느끼게 해줄까 고민하다가 모두가 함께 만드는 꿈의 그림을 그려보기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처음엔 한 장의 커다란 전지 크기의 도톰한 흰 종이를 보여주며, "이게 몇 개로 보여요?" 하고 질문했습니다.
"하나요."
"그래요. 보이는 것처럼 하나지요. 이제 이걸 우리 모두가 한 조각씩 나누어 가질 거에요."
그리고 각자 가위를 가지고 나와 자신이 잘라 가고 싶은 만큼 모양도 마음대로 잘라가도록 했습니다. 조각들이 나누어지고 잘린 조각을 아이들이 자신의 책상에 올려놓습니다.
"자, 이제 모두 몇 개인가요?"
"우리 반은 모두 24명, 선생님까지 25명이니까 25조각이지요."
"그럼 이제 내 조각에 내가 바라는 우리 반, 올해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표현해보세요."
아,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림이나 글을 쓸 때 앞면과 뒷면에 똑같이 모두 해야 한다는 걸 꼭 말해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가져간 조각이 뒤집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그림과 글로 자신의 조각을 꾸미는 동안 나도 남은 조각에 내가 바라는 우리 반의 모습을 썼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것을 만들다가 옆 친구가 뭐라고 쓰나 보기도 하고,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쑥스러운 듯 쓰던 걸 손바닥으로 가리기도 합니다.
"선생님, 여러 개 써도 되나요?"
"그럼, 지금부터는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세요."
"어, 너도 나랑 똑같네. 다른 사람이랑 같아도 되요?"
"그으럼."
한 시간가량 걸려 다 완성된 조각들을 이젠 칠판에 자석으로 붙여놓고 모두 함께 다시 조각을 맞추었습니다. 잘라갈 때 모양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 처음엔 힘들었지만 한 두 개가 맞추어지기 시작하자 곧 속도가 붙었습니다. 그래도 4학년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인지, 첫 날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아직 조각은 다 맞춰지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과연 다 맞출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나머지 조각은 내일도 맞춰보자. 내일 안 되면 그 다음, 또 그다음 날... 맞출 때까지 이것들은 계속 칠판에 붙여둘게."
몇 몇 아이들이 청소가 끝나고도 미련이 남아 남은 조각을 맞추다가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걸릴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아침에 서둘러 온 아이들이 마지막 남은 3개의 조각을 드디어 맞추어 내면서 다시 한 장의 종이가 완성이 됐습니다. 모든 아이가 조각이 하나가 된 모습을 함께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맞추어냈지? 이것처럼 올해 우리 반도 함께 하면 하나가 될 수 있다. 원래 우리는 하나였으니까. 선생님은 우리 반 친구들이 올해, 화나는 일, 힘든 일이 생겨도, 또 누군가와 서로 싸우게 되더라도 우리가 하나라는 걸 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바라는 우리 반, 꿈의 지도는 교실 한 쪽 벽에 붙어있습니다. 우리 각자 상상한 꿈이 하나의 꿈으로 합쳐져서 말이지요.
글. 김진희
올해로 교직경력 18년차 교사입니다. 고3시절 장래희망에 교사라고 쓰기 싫어 '존경받는 교사'라고 굳이 적어넣었던 것이 얼마나 거대한 일이었는지를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