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시시비비와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모여 갈등하는 집합소, 경찰서가 내 직장이다. 그러니까 나는 경찰관이다. 늘 소란스럽고 어수선한 환경이다 보니, 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할 때보다도 험악해질 때가 더 많다. 지치고 힘든 날은 내 얼굴 표정도 직장 분위기와 닮은꼴로 변한다.
업무 중 가장 열에 받히는 순간은 사람들을 말리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받을 때다. 이런 날은 일을 끝내고 쉬는 동안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사람들의 욕설과 난폭한 행동들이 지워지지 않고 머릿속을 맴돌기 때문이다.
그래, 바로 직업병이랄까? 이렇게 더 이상 무거운 분위기로 지내면 병이 생길 것 같았다. 그런데 고소인들을 조사하고 나면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설레설레 좌우로 흔들렸다. 지금 생각하니 열에 받혀 뻣뻣해진 목과 어깨가 살고자 몸부림을 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루는 지인의 소개로 센터에서 뇌파진동을 배웠는데, 평소 내가 해오던 동작과 비슷해 거부감 없이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한두 번 흔들 때는 몰랐는데 20분 정도 흔들고 나니 머리가 맑아졌다. 기분도 좋아졌다.
내 몸이 흔들리는 대로 리듬을 타니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나쁜 감정들이 말끔히 사라졌다. 이 체험 이후 뇌파진동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즉시 전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경찰서에서 불쾌한 감정이 들 때마다 바로 머리를 흔들며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래 나쁜 감정은 그때그때 지우자!’
처음에는 잘 되지 않더니, 몇 번을 하고 나니 요즘에는 목과 몸을 약간만 흔들어줘도 감정을 조절하는 감각이 깨어난다. 뇌파가 쉽게 안정된다. 또 최근에는 나름대로 뇌파진동을 할 때 원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상상한다. 뇌파진동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보내는 욕설과 부정적인 에너지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니 더욱 쉽게 몸이 개운하고 가벼워진다.
또 사건현장에서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면 돌아오는 순찰차 안에서 뇌파진동을 한다. 그렇게 털어버린다. 손을 약간 비비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앞뒤 로 목을 흔들어 나쁜 감정을 삭제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동료들이 불쾌한 상황을 곱씹으며 힘들어할 때 크게 웃으며, 이렇게 외친다.
“삭제합시다!”
글·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