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편의점 절도 학생 2명 면담 가능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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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을 키우는 좋은학교

CSI나 프로파일러와 같은 드라마를 통해 범죄심리사를 꿈꿨던 내게, 자격증 실습 과정에서 비행청소년 면담은 예상치 못한 경험이었다. 현실에서 처음 만난 ‘비행청소년’들은 팔에 문신이 있거나 껌을 씹으며 나를 불량하게 쳐다보는 게 아니었다.  경찰서에 처음 와서 겁에 질린 중고생들이었다.

면담을 하면서 아이들과 얘기하면서 대부분 아이들이 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꿈이 있는 친구들 중 낙관적인 성격을 가진 학생들은 연예인을, 염세적인 성격을 가진 학생들은 공무원이 꿈이었다. 그 이유는 “멋있으니까요”,’ “안 잘리니까요” 등등. 왜 그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거의 하지 못했다.

아주 가끔 가뭄에 콩나듯 매우 구체적인 꿈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대부분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선생님이나 선배와 같은 멘토를 통해서 꿈을 키웠다.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다. 전문적인 문신을 하는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해서 해외로 나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학생이나, 삼촌의 카센타에서 일하며 자동차 정비기사를 준비하는 학생이 그들이다. 이런 친구들의 공통점은 반짝거리는 눈빛과 자신감, 그리고 의외였던 점은 깊이 반성한다는 거다.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친구들만이 자신의 실수가 타인에게 미친 악영향을 이해하고 반성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게 아닐까 느껴지기도 했다.

늘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까지 챙겨줄 여력이 없는 학교에서, 맞벌이하느라 바쁜 부모님 밑에서, 아이들에게 말로만 꿈을 가지라고 하는 건 또 하나의 무리한 요구일 뿐이었다. 가끔 열정적인 경찰이 나와 몇몇 학생을 개인 상담으로 이어주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내  짧은 경험으로는 그 친구들에게 길을 제시하기 역부족이었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체감하던 때, 마침 내게 ‘좋은학교’가 다가왔다.

‘좋은학교’는 현재 학교의 문제도 말하지만, 대안과 희망을 말하는 온라인 카페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나서서 우리 학교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2008년부터 활동해왔고, 대학생과 전문가 멘토들이 학생들과 교류하는 장도 갖추고 있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친구들이 갖는 왕따나 학교폭력에 대한 고민에 열렬히 답변을 올려주는 좋은 학교 학생들을 보면 늘 가슴 한 구석이 찡해진다. 이런 활동으로 마음이 뜨거워진 친구들은 자신의 학교에서도 나서서 왕따나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단순히 공부를 위한 공부를 넘어서는 꿈에 대해서 고민한다.

우리는 이러한 좋은학교의 취지를 더 많은 학생들에게 알려 함께하자고 요청하고,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더 많은 멘토들을 찾기 위해 ‘좋은학교 만들기 100만 서명 운동’을 진행한다. 또한 앞으로 지면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학교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앞으로도 몇 회에 걸쳐서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좋은학교만들기청소년모임 대표 송누리 www.igoodschoo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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