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우연, 금연은 필연

흡연은 우연, 금연은 필연

집중리포트

브레인 26호
2012년 10월 04일 (목)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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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문명권에 알려진 담배는 1500년대 포르투 갈 주재의 프랑스 대사였던 장 니코에 의해 유럽에 소개됐고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담배는 인류의 문화와 역사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담배가 없었던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시가가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다”던 그는 대단한 애연가였다. 말년에 후두암에 걸렸지만 끝내 담배를 끊지 못했다. 아인슈타인 역시 “나는 담뱃대를 입에 물면 모든 인간사에 대해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애연가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면 콜럼버스가 인디언의 땅에 발을 내딛은 것은 식민의 역사와 함께 인류에게 담배라는 엄청난 재앙을 몰고 왔다.

대한민국은 니코틴 충전 중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이 광해군 때 일본에서 전해졌다는 설이다. 1614년에 편찬된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담바고’는 남령초라고도 불리며 일본에서 비롯됐다. 또 남만국에 담바고라는 여인이 담환을 앓았는데 여러 해 남령초를 복용하고 치료돼 이렇게 불렀다”고 나온다.

1635년 저술된 장유의 《계곡만필》에도 담배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담배 피우는 법은 본디 일본에서 온 것이니, 일본 사람은 이를 ‘담박괴’라 한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전파되었든 간에 불가항력적으로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보건복지부 흡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20.7%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으나 남성 흡연율은 39.6%로 여전히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OECD국가 평균 남성 흡연율은 28.4%). 또한 흡연자의 최초 흡연연령은 21.1세로 규칙적으로 흡연을 시작한 연령인 21.6세와 차이가 적어 흡연 시작 후 6개월 내에 습관화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연령별로 보면 남성은 30대 흡연율이 52.2%로 가장 높았다. 반면 40대 이상 흡연율은 크게 하락했으며, 여성은 29세 이하 흡연율이 5.8%로 가장 높았다. 성인 흡연율도 문제지만 청소년의 흡연율이 더 큰 문제다. 2009년 기준 중1~고3 학생의 12.8%가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은 17.4%, 여학생은 7.6%였다. 여학생의 경우 성인 여성의 흡연율(2009년 3.9%, 2010년 2.2%)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매일 흡연을 하는 남학생은 9.6%, 여학생은 3.3%인데 이들은 평균 13.1세에 처음 흡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지속적으로 흡연을 시작하는 나이는 14.3세이고, 담배 구매 경험이 있는 경우는 무려 64.8%에 달했다. 무엇보다 청소년 흡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의 흡연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흡연을 할 경우, 자녀는 담배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지고 부모를 자연스럽게 모방하게 되기 때문에 흡연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점차 담배를 접하는 나이가 어려지고 습관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담배는 ‘기호’가 아닌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흡연자의 수명은 비흡연자에 비해 남성이 13.2년, 여성이 14.5년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이 1~5.4배, 후두암 발생 위험은 6.5배, 당뇨 발생률은 2배, 폐암은 6~9배 높다. 또 우리나라 성인 남성 뇌졸중 환자 4명 가운데 1명은 흡연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약물중독이나 자살률이 3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밖에도 흡연은 작업생산성을 떨어뜨려 기업의 생산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간접흡연 등을 통해 사회, 경제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거리의 무법자,  간접흡연의 피해
퇴근 길, 흩날리는 담배연기를 피하기 위해 포레스트 검프처럼 앞만 보고 달린다. 달리다가 지치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한 장면처럼 담배연기를 피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이도저도 안 되면 치한이라도 만난 양 담배연기 흩날리는 그들의 뒤통수에 소리라도 질러야 할까? 길거리 간접흡연을 모면하기 위한 비흡연자의 묘기 아닌 묘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길거리 흡연은 임신부나 비흡연자에게 고통을 준다. 특히 담배를 든 성인의 손은 어린이의 얼굴과 높이가 비슷해 자칫 아이들에게 화상을 입히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길거리 흡연자의 담뱃불에 아이가 다치는 사건 이후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간접흡연의 피해는 길거리뿐 아니라 집 안에서 더 크게 발생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흡연자를 배우자로 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명이 단축된다고 한다. 흡연자 부모와 사는 자녀는 다섯 살이 되면 40~60가지 발암물질을 지닌 담배를 105갑이나 피운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이 옆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흡연자가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독성물질은 흡연자의 옷과 몸, 머리카락 등에 오랜 시간동안 남아 가족에게 피해를 입힌다. 일례로 부모가 집 밖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자녀의 소변에서 평균 8%의 발암물질이 검출된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배우자의 흡연장소와 상관없이 흡연자와의 접촉만으로도 흡연자의 몸과 옷 등에 묻은 각종 발암물질이 체내로 흡수돼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다.

임신부의 간접흡연은 태아의 발육에 지장을 주고 신생아호흡장애증후군, 신생아돌연사증후군 등의 소아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간접흡연에 노출된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임신부에 비해 유산확률이 1.67배 높다. 또한 흡연한 모체에서 태어난 아이는 성장 후 암, 행동장애, 선천성 심장병, 생식능력과 폐기능 저하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설사 가족 중 흡연자가 없더라도 옆집에 흡연자가 있다면 벽, 베란다, 환풍구, 복도 등을 통해 담배연기가 전달되기 때문에 간접흡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혈액 내 코티닌(담배의 니코틴이 몸속에 들어가면 핏속에 쌓이는 화학성분) 수치를 분석한 결과 아이들의 84%가 간접흡연이라고 할 만한 정도의 담배연기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이라도 옆집에 흡연자가 살 경우 어린이의 혈중 코티닌 함량이 평소보다 높게 나타났다. 코티닌 수치가 높으면 호흡기 질병을 유발하고, 인지능력과 항산화 수준을 떨어뜨린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모의 간접흡연에 노출된 고등학생들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30% 높게 나타났다는 한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 사진·김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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