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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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착각, 가상현실이 가져올 미래 어떻게 펼쳐질까?

브레인 70호
2019년 05월 14일 (화)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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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착각, 가상현실이 가져올 미래 어떻게 펼쳐질까?

#첫 번째 관점: VR & AR,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

이 영화의 핵심 소재로도 볼 수 있는 바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및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입니다. 현재에도 이미 많은 곳에서 활용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영화에서만큼 대중화된 수준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해결해야 될 기술적인 오류가 많아서, 인체공학적으로 더욱 연구 및 개발이 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구현되는 새로운 세상이 존재했고,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인 홀로그램(Hologram)의 기술마저 등장합니다. 이 소재를 중심으로 영화의 모든 배경 스토리가 전개되지요.

또 하나 관심 있게 볼 것은 블록체인 입니다. 이 기술 또한 최근에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IT 기술 중 하나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사례 중, 우리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들어본 것으로는 '비트코인', 즉 암호화폐(Cryptocurrency)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활동이 현실 세상의 경제와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으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 공간에서 구매한 아이템이 실제로 웨이드(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의 트레일러 안으로 배송이 되는 장면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우리 사회에는 수 십 년 전부터 마일리지, 사이버머니의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하여 상용화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화폐 자체로써 거래가 되거나 널리 통용된 경우는 없습니다. 물론, 게임 머니의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바꾸는 식의 거래는 이미 널리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은 게임 유저들 간에만 형성된 경제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상용화 경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단체들은 모두 이러한 것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상화폐를 '실물경제'로 연결하여 실질적인 화폐로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것이 통용되기 시작하면, 수 백년 이상 유지되어 온 기존 화폐 경제에도 엄청난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를 만들어낼 것이므로, 가히 혁명적인 기술로 여겨지곤 합니다. 기술의 진화를 통한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면도 미리 예방하고 점검해야 하겠지만 말이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이미 이러한 세상이 구현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상상해보시죠! 전 세계적으로 최소 10억- 20억 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습니다. 그들이 단일의 사이버머니를 통해 경제활동을 서로 시작하게 된다면 그것은 오프라인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당장 그렇게 되기에는 제도적 어려움이 많겠지만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SNS(Social Network System 소셜네트워크시스템)와 같이, 가상현실 시스템이 매우 보편적인 기술로써 전 세계 사용자들을 모으게 된 경우이고, 이에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과 함께 가상현실 안에서의 경제활동까지도 실물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비트코인 기술에서는 종종 '채굴(mining)'이라는 개념도 등장하곤 하는데, 이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특정한 행위를 취함으로써 가상화폐를 취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오래 걸을수록 돈이 쌓이는 방식의 채굴도 있고, 열심히 운동하고 흔들다 보면 칼로리 소모와 함께 채굴이 되는 방식도 있습니다. 비트코인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 등장한 것은 '살상(Killing)'을 통한 방식이었습니다. 게임 속 몬스터든, 상대 다른 유저든 이러한 살상 방식을 통해서 가상화폐의 취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죠. 한 명의 캐릭터가 죽을 때,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돈과 아이템을 쏟아내는 것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옆을 지나던 "운이 좋은" 누군가가 그것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최신 IT 기술이 상용화된 미래의 모습을 꽤 사실적으로 표현해 놓았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개 과정에서 미처 고려되지 못한 실현가능성 부분이나 크고 작은 모순들도 있었겠지만, 아직 그것의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논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이 영화는 말 그대로 "SF 영화"이니까 크게 혹평하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두 번째 관점: 뇌신경학적 원리

저는 개인적으로 뇌과학과 뇌활용 분야의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점을 가장 흥미롭게 주목했습니다. 스토리 전반에 나타난 현상들을 신경학적인 원리를 통해 보았을 때, 몹시 현실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죠.

사실 이 영화에서는 사회적인 최신 트렌드들을 감각적으로 잘 다뤄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비단 IT뿐 아니라, 뇌에 관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으니 말입니다. 최근 들어 인간의 두뇌를 직접적인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사실 영화 전반에 깔린 가장 중요한 원리가 바로 이 뇌신경학적인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가상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진 행동의 결과가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자신의 아바타(가상현실 속 캐릭터)가 죽었다는 이유로, 무작정 창문으로 달려가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장면 곳곳에서 포착되곤 합니다. 사람들은 현실과 가상공간을 더 이상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아니, 사실 구분의 의미조차 없게 돼버린 것이죠. 영화 초반부에서 세상의 상황을 말해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현실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워져 가상현실 공간에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구축해가며 위안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이죠. 그럼 어떠한 뇌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 까요?

“인간의 뇌는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는 마치, 상상과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뇌 속에서 "시각적으로" 표상되어 우리의 인지 작용에 의해 현실로써 여겨지는 것인데, 뇌에서는 현실이라거나 꿈, 상상이라는 것에 대해, 또는 TV, 핸드폰, 컴퓨터의 스크린 화면에 대해 굳이 무엇이 현실인지 아닌지를 가려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구분 작용은 우리의 인지능력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끊임없이 이러한 것들에 노출이 되다 보면 구분하는 것마저도 의미가 없고 불분명한 것으로 되어 뇌 속에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가장 많은 인기를 불러 모으고 있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처럼, 게임 속 공간에서 살상을 빈번하게 경험하다 보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서는 뇌가 그것을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게 되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총기를 구입하여 같은 반 학급친구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끔찍한 소식들을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사회 범죄들이 게임 중독, 스크린 중독 등에 기인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의 두뇌는 '믿는 것을 믿습니다.’

아주 단순한 법칙입니다. 만약 가상현실이 진짜라고 믿게 되는 순간, 현실 세상과의 경계는 사라집니다. 어찌됐든 가상 "현실"도 현실이니까요. 특정한 포르노(음란물)를 계속해서 접하다 보면, 영상에 담긴 내용들이 성적 판타지를 만들어내어 유사한 상황에서 유사한 반응(행동)을 하도록 규칙화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모든 사회범죄들을 단순히 정신질환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근본적이지 못한 문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스크린에 대한 교육, 또는 뇌교육 등이 필수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세상 모든 것은 정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자 기술이 발달해오며, 더욱 더 급속하게 진보하게 된 분야는 바로 이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입니다. 최신 IT 기술 중 하나로 빅데이터에 대한 활용도 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머리로 계산할 수도 없을 만큼의 방대한 데이터(정보)가 존재하고, 그것을 통해 2차, 3차 부산물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에게 더욱 편리한 결과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머신 러닝처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한 것을 통해 생산적인 추가 결과물들을 산출해내도록 하는 AI (Artificial Intelligence)기술이 있습니다. 정보가 더욱 방대해진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정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실과 가상, 진짜 나는 누구인가?”

영화 속 가상현실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익명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에게는 현실의 이름이나 가상현실의 이름이 크게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현실에서의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모습 또는 장애를 숨기고자 가상현실 공간에서 만들어낸 자신의 정체성(Identity)에 더욱 집착하곤 합니다. 가상 스크린 너머에 있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감추고 싶어 할 뿐이죠.
 
이것은 사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10대, 20대에 이러한 세상에 많이 노출될수록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 쉽습니다. 단순히 윤리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큰 문제임이 분명합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정의하는데 있어서 현실보다 가상공간에서의 '나'를 더욱 우선시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죠. 특히나 어려서부터 접하다보면 점점 더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선조차 모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가진 속성이죠. 실제로 VR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영상 중 놀라서 넘어지거나 제 자리에서 몸부림을 치는 영상들이 유튜브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이런 가상현실 시스템이 자극적인 게임과 결합이 될수록 더욱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를 느끼다 보면, 어느 샌가 가상현실 공간 속에 중독이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테니 말이죠. 게임과 같이 우리의 오감을 강하게 자극하며 도전적으로 만드는 것을 우리의 뇌는 매우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분비되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바로 중독을 유발시키는 원인 물질이기도 합니다. 도파민에 의한 신경회로가 지나치게 발달되면 전두엽에서의 제어능력도 떨어지게 될 뿐 아니라, 공격성을 담당하는 부위도 불균형하게 발달되어 한 사람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결과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중독을 만드는 원인 물질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자극적이고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것들입니다. 보통수준으로는 중독이 되지 않죠. 강력한 중독의 회로가 한번 형성이 되는 순간, 쉽사리 그것을 끊어 내기 어렵게 되고 동일한 자극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에는 우리의 운동신경이 이상 활성화 되어 금단현상과 같은 떨림, 불안장애 등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겁니다.

“누구를, 무엇을 향한 과학기술인가?”

자, 그럼 중요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이 과연 진보된  세상일까요? 영화에서는 굳이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미래 세상의 모습과 발달된 기술의 측면에서만 주로 스토리를 풀어나갔기 때문입니다. SF 영화 특성상, 시각적인 요소들을 위주로 표현하며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려고 한 점은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앞서 언급한 사회적, 윤리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고찰해보게 된다면, 영화 속 세상은 이미 엄청난 카오스, 즉 대혼란 상태에 있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물질적 풍요에는 언제나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양날의 검이라고, 인류역사 속에서 기술 발전이 초래했던 수많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지혜롭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의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글. 유재성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융합생명과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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