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웅'의 덧칠 벗기니 시대를 초월한 영웅

'간웅'의 덧칠 벗기니 시대를 초월한 영웅

[신간]조조처럼 대담하라(미다스북스 간)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를 세운 조조(曹操 155 ~ 220)라고 하면 나는 먼저 간웅(奸雄)’이 연상된다. 소설 삼국지 속 조조를 먼저 접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은 조조는 간웅으로, 유비(劉備)는 성인군자로 설명했다. 조조와 유비가 싸운 적벽대전을 실감나게 이야기해 주어 간웅, 성인군자의 이미지가 깊이 각인되었다. 나중에 박종화의 삼국지’, 그 후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었어도 간웅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서진(西晉)의 진수(陳壽, 233~297)가 쓴 역사서 삼국지(三國志)를 읽은 후에야 조조를 바로 보게 되었다. 진짜 조조는 삼국지(三國志)위서(魏書)무제기(武帝紀)에 있다. 무제가 바로 조조이다. 삼국지를 국사를 배웠다면 책이름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부여 영고, 고구려 동맹 등 국중대회 기록이 나오는 게 이 삼국지가운데 위서동이전이다. ‘위지라고 하기도 하지만 원전은 위서로 되어 있다. 진수는 조조를 실로 비범하기 짝이 없는, 시대를 초월한 영웅(超世之傑)으로 불릴 만하다고 평했다. 그에 앞서 당시 인물평가의 최고 권위자였던 허소는 청년 시절 조조를 보고 치세의 간적이고 난세의 영웅으로 평가했다.

▲ '조조처럼 대담하라' 표지.

그러나 위나라가 패망한 후 조조는 난세의 간웅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동진(東晉)의 손성이 이동잡어에서 허소의 평을 멋대로 개작한 게 크게 작용했다. 이런 왜곡을 진수의 삼국지를 풀이한 배송지의 주석을 위시해 명대 나관중의 삼국지통속연의와 이를 개작한 청대 모종강 부자의 삼국연의등으로 인해 더욱 확대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21세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나 또한 소설로만 조조를 보았다면 여전히 간웅으로 여겼을 것이다.

간웅이라는 덧칠을 벗겨내고 조조의 진면목을 찾아낸 사람들은 조조를 시대를 초월한 영웅으로 평가한다. 그중 한 명이 증국번(曾國藩, 1811 ~ 1872).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을 대표하는 일간신문 인민일보는 중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증국번을 꼽았다. 그는 청조 말기에 한인 출신으로 최초로 총독이 되어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했다. 증국번을 두고 촉한(蜀漢)의 제갈량(諸葛亮)보다 훨씬 뛰어난 성인에 가까운 제상(聖相)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증국번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생을 두고 영웅 조조를 배우고자 했다. 그러나 그러하지 못했다!” 중국번의 최대 업적은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것인데, 사실상 그 비결은 수천 년 전 조조의 방식을 따라한 것이다.

또 한 사람은 20세기 중국이 생긴 이래 최고통치자인 모택동(毛澤東)이다. 모택동은 생전에 조조의 영웅론을 매우 좋아했다. 대만으로 쫓겨난 장개석 정권이 유비를 극도로 칭송하고 조조를 폄하하는 입장을 취한 것과는 대조가 된다. 모택동은 조조를 높이 평가한 사마광(司馬光)자치통감을 죽을 때까지 모두 17번이나 읽었다. 그래서 모택동이 내린 조조에 관한 평가는 놀랄 만큼 객관성을 띠고 있다. 지금까지 조조에 관한 다양한 평가가 나왔음에도 중국에서는 아직 모택동의 평가를 뛰어넘는 객관적인 평이 나오지 않고 있다.

평가가 들쭉날쭉한 조조. 간웅이라는 익숙한 평가는 잊자. 2000년 가까이 세상을 속여 왔던 평가와는 결별할 때다. 그리고 실제 조조를 바라보자. 신동준 21세기 정경연구소 소장이 조조처럼 대답하라(미다스북스 간)에서 그 실체를 파헤쳤다.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의 연속 기획의 하나로 발간한 이 책에서 신동준 소장은 조조에 씌운 간웅이라는 덧칠을 벗겨내고 진수의 삼국지등 정본 역사서에 근거한 진짜 조조의 모습을 소개한다. 시대를 초월한 영웅으로.

□ 증국번· 모택동은 조조를 높이 평가

조조처럼 대담하라는 역사 속 희대의 영웅인 조조의 대담함에 집중한다. 환관의 자손으로 태어난 조조, 하지만 현대에도 통할 수 있는 리더십의 전형을 갖고 있는 그의 대담한 전략과 실행의 비밀들을 파헤쳐 이 험난한 시대를 살아갈 지혜를 배워본다.

조조는 환관 집안의 자손으로 최고의 지위에 올랐다. 금수저가 아니었다. 흙수저 조조가 황제가 된 것은 세상을 제패하는 관건이 사람사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하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조가 당대의 인재를 사로잡은 비결로 1)기존의 가치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인 발상, 2)오직 능력을 위주로 하는 인재등용과 적재적소 활용, 3)파격적인 포상과 일벌백계의 실상필벌, 4)때가 왔을 때 우물쭈물하지 않는 신속과감한 결단을 들었다. 이는 21세기 지금도 변함없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리더십 유형이다. 우리가 조조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조는 적군도 스카웃하는 대담한 인재등용을 했다. 조조는 황건적, 흑산적 등 투항한 농민봉기군을 받아들여 이들 가운데 정예군을 선발해 자신의 주력부대로 삼았다. 이들이 바로 그 유명한 청주병이다.

삼국시대 당시 공개적으로 인재를 모은 사람은 조조밖에 없다. 그는 또 생전에 모두 3번에 걸쳐 대대적으로 인재를 모았다. ‘구현령(求賢令)’과 취사물폐편단령(取士勿廢偏短令), 거현물구품행령(擧賢勿拘品行令)’이 그것이다. 이들 포고령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오직 재능만 있으면 과감히 발탁한다는 유재시거(惟才是擧)’ 원칙이다. 조조가 난세의 시기에 득인에서 우위를 점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승리를 습관으로 만드는 조조의 리더십을 3단계로 제시한다. 1단계-능력에 따라 인재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라. 2단계-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라. 3단계-인재와 함께 팀을 만들고 승리를 습관화하라.

조조는 이처럼 수많은 인재를 모아 그들과 함께 원대한 꿈을 향한 승리의 팀을 짜고 작은 승리부터 큰 승리까지 차곡차곡 일구어 나갔다. 승리로 얻은 몫은 공헌한 바에 따라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승리를 습관으로 만들었다.

조조가 승리를 거둔 비법은 완벽한 실행력에 있다. 조조는 강력한 실행력으로 생각을 현실화하고, 중요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 넘어가고, 시급한 순간에도 우선순위를 지켰다. 그것이 바로 둔전(屯田)경영이다. 군민이 기근에 시달리던 당시 모든 군벌이 둔전을 떠올렸으나 조조는 둔전을 가장 지속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시행하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조조는 둔전 시행으로 몇 년 만에 기근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수많은 유민과 황건적 항졸 수십만 명을 비롯해 소비만 했던 병사들을 모두 둔전에 편입시켜 나라의 질서를 안정시켰다. 조조 본인으로서는 군벌들을 격파해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고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런 점에 증국번, 모택통이 매료되었을 것이다.

□세상을 제패하는 요체가 '사람사업'임을 자각

우리가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조조가 목숨 걸고 자기계발을 했다는 바다. 그는 한순간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수불석권(手不釋卷)의 고사는 그에게서 유래됐다. 청년 시절 조조는 문을 걸어 잠근 채 온갖 책을 읽고 특히 병법서를 탐독했다. 그는 문학에 조예가 깊었으며, 특히 병법에 능해 손자병법에 주석을 추가한 위무주손자라는 저서를 남겼다. 그가 뛰어난 전략을 발휘할 수 있는 데는 이런 공부가 뒷받침이 되었다.

6개 장 36개로 풀어낸 조조의 리더십, 시대를 초월하는 영웅이 한 시대를 열어간 리더십의 실체를 볼 수 있다. 21세기 혼돈의 시기에 조조의 리더십이 유효한가. 아날로그 시대에는 분석과 추리가 중요했으나 21세기 디지털시대에는 순간적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종합과 직관이 중요하다. 난세일수록 조조와 스티브 잡스처럼 기존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 리더십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 요체는 시기(時期)와 사기(事機) 등을 미리 읽고 신속히 변화하고 과감하게 결단하는 임기웅변에 있다. 조조의 리더십에서 배울 점이다.

 저자인 역사문화평론가 신동준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 한겨레 등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동양정치사상을 전공하며 춘추전국시대 정치사상 비교연구등의 학문을 연구해 전국시대의 영웅적 사고를 현대의 가치로 풀어내고 있다.

 조조처럼  대담하라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펴냄 | 392| 15,000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 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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