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 뇌는 변화한다 - 02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 뇌는 변화한다 - 02

뇌과학 리포트

브레인 45호
2014년 04월 22일 (화)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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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을 오래할수록 뇌의 해마 부위가 커진다

영국의 신경과학자들은 불과 몇 년 전에는 신경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길 수도 있었던 어떤 발견을 보고했다. 그들은 16명의 런던 택시 운전기사의 뇌를 검사해서 50개 통제 집단의 뇌와 비교했다. 그런데 택시 운전기사라는 직업을 통해 거대한 대도시 런던의 난해한 정신적 지도를 발달시킨 그들의 뇌에서 커다란 후엽 해마가 발견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택시 운전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그 해마의 크기가 더 크다는 점이었다. 물론 해마는 학습과 기억, 특히 공간 기억력에 가장 중요한 곳으로 여겨지는 영역이다. 런던이라는 거대한 메트로폴리스에서 수많은 복잡한 노선을 기억해야 하는 처지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해마를 극단적으로 팽팽하게 자극하고 이용해야만 했을 것이다.

평생 대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도 런던에서는 그 압도적인 규모와 불규칙성에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런던에서의 이러한 연구 결과가 같은 대도시인 뉴욕에서 똑같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런던에서 택시 운전 면허를 받으려면 런던의 거의 모든 거리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인식하는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뉴욕은 절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영어로 소통하는 일조차 필수 조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런던 택시 운전기사 검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육안으로 보이는 뇌 구조의 크기와 그것의 쓰임새에 기여하는 환경적 요소들 간의 관계를 최초로 직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해도 무방하다.

단련의 효과가 뇌의 노화 작용을 억누른다

여느 상관성 관찰에서 나타나듯 해마의 크기와 택시 운전이라는 직업과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불명확하다. 뉴욕의 택시 운전기사와 달리 런던의 택시 운전기사는 매우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 진정한 전문 직업인이다. 물론 큰 크기의 해마를 가진 사람만이 그 시험에 합격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해마의 크기와 그 직업에 종사한 햇수와의 관계라는 또 다른 상관관계로 인해 무력해진다. 달리 말하면, 택시 운전기사로 더 오래 일했을수록 해마의 크기는 점점 더 확장되었다. 이 점은 그 인과관계의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즉, 해마의 크기가 런던의 도시 곳곳을 운전한 시간과 함수관계를 맺으며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한 직업에 오랜 기간 종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이가 많다는 점을 암시한다는 점, 보통은 노화와 함께 뇌가 축소되고 해마의 크기도 점차 줄어든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히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직업적 요구로 인해 해마 자극의 효과가 노화를 억누르는 것처럼 보인다.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뇌의 특성

오래지 않아 이와 비슷한 유형의 더 많은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들 중의 하나는 두정엽, 측두엽 그리고 후두엽의 접합에 위치한 대뇌 피질층인 각회angular gyrus이다. 오른손 사용자에게는 왼쪽 각회가 언어의 가장 중요한 기질, 특별히 복잡한 관계를 지속할 능력의 기질 중의 하나이다.

런던 신경학 연구소의 영상신경학 웰콤 부서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1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보다 2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왼쪽 각회가 회백질(척추동물의 중추신경에서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중추신경의 조직을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 회백색을 띠는 부분)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밑에 있는 백질이 더 짙게 나타난다. 이 결과는 두 가지 이상의 언어에 숙달한 사람들의 언어 영역에 더 많은 뉴런, 그리고 더 많은 연결점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결과는 좀 더 이른 시기에 2개 언어를 구사하든(인생의 초반부에 제2외국어를 습득한 사람들) 나중에 구사하든(인생의 후반부에 제2외국어를 배운 사람들) 상관없이 두 경우 모두에게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인과관계의 방향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개 언어를 말하는 능력은 적성과 함수관계에 있다기보다는 개인적 상황(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의 재정착 같은), 또는 타고난 출생 환경(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출생하는 경우)과 함수관계에 있다.

즉, 각회의 임상 결과가 경험이 주도하는 가소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들은 아주 젊은 연령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제한되지 않고 인생의 후반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음악가들은 일반인보다 측두엽이 크다

한편 음향 자극을 처리하는 데 중요한 영역인 측두엽의 헷슬회(횡측두회라고도 불린다)에 관한 또 다른 연구가 진행되었다. 즉, 음악적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보다 전문적인 음악가에게서 훨씬 큰 크기의 헷슬회가 발견되었다(사실상 두 배 정도 큰 부피다).

런던 택시 운전기사의 뇌 검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악기 연습에 보낸 시간의 양과 헷슬회의 용적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호관계성은 원인으로서 작용한 연습과 헷슬회의 크기라는 결과를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인지 활동이 뇌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인지적 활동은 뇌조직 성장을 촉진하며 이 신경가소 효과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대상으로 삼은 목표도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한 종류의 정신적 활동은 그것을 지원하는 일에 가장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 뇌의 각 부분에서 일어나는 형태학적 변화와 관련된다.

앞의 세 가지 사례(런던 택시 운전기사, 이중 언어 구사자, 전문 음악가)에서 나타나듯이 형태상의 결과는 매우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수년, 어쩌면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특정한 종류의 인지적 활동 효과를 반영했다.

그러나 신경가소성의 효과는 저글링을 하는 사람에 대한 다음의 연구에서 증명되듯 훨씬 더 압축된 시간의 틀 속에서도 명백하게 나타난다. 이전에 저글링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지원자 그룹이 어느 정도 능숙한 수준이 될 때까지 3개월 동안 매일 규칙적으로 3개의 공으로 저글링을 연습했다.

저글링 연습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기 위해 MRI 검사를 시행했는데, 측두엽과 양쪽 대뇌반구 그리고 왼쪽 두정엽에서 상당한 양의 회백질이 증가하는 게 관찰되었다. 그 후, 3개월 동안 연습을 중단하고 세 번째 MRI 검사를 시행하였다. 이때 그 전에 연습으로 인해 증가했던 모든 영역의 회백질이 감소되었음이 밝혀졌다.

이 엄청나고 놀라운 실험 결과는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행해졌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된 인지적 활동이 여전히 뇌의 형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신경해부학상의 구체적인 방식을 통해 감지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결과들이 계속 축적되면, 평생 동안 지속되는 신경가소성의 존재와 그것이 인지적 활동 여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

글·엘코논 골드버그 Elkhonon Goldberg. 인지신경 과학자이자 임상 뇌심리학자.
저서 《실행하는 뇌(The Executive Brain)》와
《지혜의 역설(Wisdom Paradox)》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최근 《새롭게 실행하는 뇌 : 복잡한 세상에서의 전두엽(The New Executive Brain: Frontal Lobes in a Complex World)》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 2009, www.oup.com)을 발간하고, 세계 각국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 글은 골드버그 박사의 허락하에 《새롭게 실행하는 뇌》에서 발췌해서 실음.
번역·안수정 cinemas87@gmail.com
*이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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