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프로그램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앉아 함께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뉴스도 드라마도 아닌 코미디라 할 수 있다. 영화 <왕의 남자> 광대부터 오늘날 코미디언까지 코미디는 시대를 반영한다. 옛날 프로그램이나 미국 혹은 일본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왜 웃지?" 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금 보면 별로 웃기지 않는데 그런 점에서 코미디는 그 시대의 감정과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하는 문화코드라 할 수 있다.
최근 과학이나 의학, 교육 분야에서만 다루던 '뇌'를 코미디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눈에 띠었다. 이제 코미디의 소재로까지 영역을 넓힌 '뇌'. 코미디의 소재로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해졌다.
MBC <코미디에 빠지다>는 매주 일요일 밤에 방영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그중 한 코너인 '두뇌공감연구소'는 인간의 유형을 우뇌가 발달한 우뇌형 인간, 좌뇌가 발달한 좌뇌형 인간 단 두 분류로 나누어 생활 속 상황을 제시한 뒤 대처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좌뇌형 커플과 우뇌형 커플이 이별할 때, 좌뇌형 남자와 우뇌형 여자가 함께 쇼핑하러 갈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공감이 넘치는 웃음을 유발한다.
이 코너를 이끌고 있는 김완기 개그맨(사진)을 지난 10월 25일 <코미디에 빠지다> 녹화가 있던 날, 여의도 MBC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났다.
▲ 두뇌공감연구소 방송장면(MBC 제공)
"세상에는 좌뇌를 많이 쓰는 좌뇌형 인간, 우뇌를 많이 쓰는 우뇌형 인간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좌뇌형 인간은 내성적이면서 꼼꼼한 성격인 반면, 감성적이면서 덜렁대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우뇌형 인간이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 계산할 때 당신은 어떻게 사인하는가? 아무리 바쁜 점심시간이라도 자신의 사인을 꼼꼼하게 한 획 한 획 정성을 들이는가? 아니면 손톱 끝을 세워 한 줄 스윽 긋고 마는가? '두뇌공감연구소'에서는 박사가 나와 좌뇌형과 우뇌형의 성향에 대해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나는 무슨 형이지?’ 사람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찾았습니다. 혈액형 개그와 비슷한데 혈액형은 사람들이 너무 잘 알아 식상했죠.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부부 간에 속궁합, 겉궁합 못지않게 ‘두뇌 궁합’이 중요하다는 걸 보는 순간 아!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두뇌공감연구소’코너는 우리 두뇌가 좌뇌, 우뇌의 발달 정도에 따라 개인의 성격과 성향이 달라진다는 연구보고 결과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만들었다. 웃기고 재미있어야 하는 코미디이기에 캐릭터를 극대화해 자극적인 면은 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나는 어떤 유형인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소재를 어떻게 찾는지 궁금했다.
“개그맨들의 직업병입니다. 밖에 나가면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캐치해 내려고 하죠. 두 번째 만나면 바로 흉내 낼 수 있을 정도죠. 택시운전기사, 식당 아주머니 등 능동적인 어떤 그림을 순간 캐치하고 따라 합니다.”
▲ MBC 코미디에 빠지다 ‘두뇌공감연구소’ 개그맨 김완기. 2004년 MBC 14기 공채 개그맨. 2005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부문 남자 신인상을 받았으며, 2006과 2012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부문 남자우수상을 받았다. <개그야>, <기분 좋은 날>, <웃고 또 웃고> 등에 출연했다.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자신을 망가뜨릴 수 있는 코미디언들의 두뇌 유형은 어떨까? 감성적이고 예술적 감각으로 우뇌형이 많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주변 동료 개그맨들을 보면 의외로 좌뇌형이 많습니다. 꼼꼼하고 계산적인 그야말로 절치부심(切齒腐心)한다고 하죠? 때를 기다리며 속에 감추고 쉽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우뇌형인 척 하는 좌뇌형인 것 같아요."
▲ 두뇌공감연구소 출연진들. 왼쪽부터 개그맨 홍가람, 최설아, 김상희, 이준수
‘두뇌공감연구소’를 처음 녹화할 때만 해도 모두가 반신반의했던 코너였다. 사람들이 과연 뇌에 관심이 있을까? 예상외로 첫 녹화 때 생각보다 방청객들의 몰입도가 높고 호응이 좋았다.
김완기 개그맨은 웃기면서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매주 아이디어 회의 때마다 고민거리라고 밝혔다. 김완기는 극대화하고 반전이 필요한 코미디이기에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을 만들었지만 결코 좌뇌 혹은 우뇌만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좌뇌와 우뇌를 50대 50으로 쓰는 사람이 존재할까요? 또 누가 50대 50이라고 평가할 것이고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상적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죠.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지적까지 하고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각박하지 않나요?”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l 사진. 이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