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서란 무엇인가?

[칼럼] 정서란 무엇인가?

다양한 정서 이야기

브레인 44호
2014년 02월 26일 (수)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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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바다가 아니라 파도다. 전체가 아닌 표면의 반응이다. 바다에 늘 파도가 일듯, 감정도 매순간 일어난다.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감정이 곧 내가 아니라는 사실만 알면 된다. 감정은 ‘나’라는 바다에 이는 파도다.”
 _ <뇌를 알면 행복이 보인다>, 이승헌·신희섭 공저, 2006 

정서는 어디에서 생겨났나                                                                        

뇌교육의 창시자인 일지 이승헌은 <뇌를 알면 행복이 보인다>에서 정서를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기본적 정서의 생존적 가치를 논했다. 또한 감정 그 자체는 긍정이나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 생존에 필요한 뇌의 작용일 뿐이라고 말한다.

두려운 감정은 개인으로 하여금 위험을 피하게 하고, 불안한 감정은 안전한 환경을 찾게 하고, 분노의 감정은 맞서 싸울 수 있게 하는가 하면, 사랑의 감정은 다른 사람을 보살피게 만드는 등 생존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본다.

정서란 본래 동물들의 생존 가치와 직결되어 있는 심리적 기제이다. 뇌 발달의 과정에서 볼 때, 정서를 관장하는 기관은 뇌의 원시적 뿌리인 뇌간으로부터 주요 부분이 생성되었다. 즉, 사고를 담당하는 신피질이 발달하기 이전에 정서를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가 먼저 발달되었다.

원시 동물들에서는 후각을 담당하는 세포가 발달해 정서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진화했으므로 냄새를 최우선적으로 사용하여 생존을 위한 문제를 해결했다. 인간에게 있어 정서란 사고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 생존과 직결된 기제이며, 접근 대 회피의 기본적 속성을 통해 접근할 것인지 싸워야 할 것인지, 혹은 도망갈 것인지를 결정하고 관련된 행동들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긍정과 부정적 감정                                                                               

다양한 정서들 중에서 행복은 인간이 느끼는 대표적인 긍정적 감정이다. 우리는 원하는 목표가 달성되었거나 달성돼가고 있다고 생각될 때 행복을 느낀다. 행복하게 되면 얼굴 표정이 웃는 모습으로 변한다.

몸의 움직임이 많아지고 외형적 행동이 증가한다. 자기의 확장감과 팽창감을 느끼게 되며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사고가 증대된다. 불안과 죄책감은 상대적으로 덜 느끼게 되고 부정적 감정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타인에 대해서도 관대해지고 이타적 행동이 늘어난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생의 목표로 삼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나름 매진하며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부정적 정서들 또한 생존적 가치를 지니며 생존을 위한 중요한 의미를 신호하기도 하므로 이를 잘 탐지하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불안과 공포는 위험에 대한 반응적 감정이다. 일상에서의 불안은 개인의 능력과 인격이 평가되는 상황에서 경험하게 되며,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될 때, 어떤 문제와 직면하여 대처 능력에 대한 자신이 없을 때 증대된다.

불안, 분노, 슬픔 등 생존적 가치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의 특징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주의를 기울이고 예민하거나, 위험한 일이 일어날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거나, 두려워하는 위험한 일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초래될 부정적 결과를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거나, 부정적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 자신의 대처 능력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경향 등이 있다.

분노는 개인의 신체나 소유물을 손상하는 행위, 비난, 무시, 모욕, 비하, 경멸, 푸대접 등 개인의 인격을 손상하는 비하적 공격 행동, 개인이 추구하는 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좌절시키는 행동 등 개인의 가치가 손상된 것으로 인식될 때 발생하는 정서이다. 분노는 공격과 복수의 행동을 유발하고, 제3의 대상에 대한 공격 행동, 상대방을 간접적으로 괴롭히는 우회적 공격, 자신의 가치가 훼손된 이유가 자신이 약하고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문제의 근원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자책하는 내향화 등의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발생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긍정적인 관심과 애정을 상실했을 때, 자신의 중요한 가치나 역할을 상실했을 때, 신체의 일부를 크게 손상 당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린 경우 등 다양한 상실에 대한 반응이다. 슬픔은 매우 고통스러운 정서이지만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체념하고 에너지를 보존하게 하는 생존적 가치를 갖기도 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정서들은 나름의 생존적 가치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나치게 정서에 압도 당할 것이 아니라 이를 잘 탐지하고 활용함으로써 풍요롭고 활기찬 삶을 이루고, 정신적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글·윤선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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