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뇌 노화를 늦추는 원리 찾았다

운동이 뇌 노화를 늦추는 원리 찾았다

서울대 연구팀, 운동 유래 물질 ‘아펠린-13’의 신경세포 노화 억제 기전 규명

운동할 때 체내 분비가 증가하는 생리활성 물질이 뇌 신경세포의 노화 신호를 억제하고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분자적 원리가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직접 운동하기 어려운 고령자와 퇴행성 뇌질환 환자를 위한 ‘운동 효과 모방 치료제’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한호재 교수 연구팀은 운동 시 분비가 촉진되는 마이오카인인 ‘아펠린-13(Apelin-13)’이 세포 내 자가포식 기능을 회복시켜 신경세포의 노화와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ell Death & Disease》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Apelin-13 prevents GATA4-mediated neuronal senescence by restoring autophagy through mTORC1 inhibition’이다.

운동과 뇌 건강 잇는 분자 경로 규명

운동이 기억력 유지와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운동이 어떤 분자적 경로를 통해 신경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인지기능을 보호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운동 후 체내에서 분비량이 증가하는 마이오카인 가운데 아펠린-13에 주목했다. 마이오카인은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돼 다른 조직과 기관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생리활성 물질이다.

연구 결과, 아펠린-13은 세포 내 ‘ROS-mTORC1-TFEB’ 신호축을 조절해 노화로 저하된 자가포식과 리소좀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포식은 세포 안에 쌓인 손상 단백질과 불필요한 물질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일종의 세포 내 청소 시스템이다.
 

▲ 연구 모식도 [사진=서울대학교 제공]


노화 신호 확산시키는 GATA4 단백질 제거

나이가 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신경세포는 단순히 기능이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염증성 물질을 분비해 주변의 건강한 세포까지 노화시키는 ‘주변분비성 세포노화(Paracrine Senescence)’를 일으킬 수 있다.

노화세포가 분비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단백질은 ‘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SASP)’으로 불린다. 여기에는 IL-1β, IL-6, IL-8 등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된다.

연구팀은 D-갈락토스로 노화를 유도한 신경세포에서 GATA4 단백질이 축적되고, 이로 인해 SASP 분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아펠린-13을 처리하자 세포 내 자가포식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축적된 GATA4 단백질이 분해됐다. 이에 따라 염증성 분비인자의 생성이 줄고, 노화 신호가 주변 신경세포로 확산되는 연쇄 반응도 억제됐다.

노화세포 죽이지 않고 기능 회복시키는 전략

기존의 세포노화 치료 연구에서는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세놀리틱(Senolytic)’ 방식이 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신경세포는 재생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노화된 신경세포를 직접 제거할 경우 뇌 기능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노화된 신경세포를 사멸시키는 대신 자가포식과 리소좀 기능을 회복시켜 세포의 유해한 노화 특성을 억제하는 ‘세노모픽(Senomorphic)’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구체적으로 아펠린-13은 세포막의 아펠린 수용체인 APJ와 Gαq 단백질을 통해 PKC·CaMKII와 AMPK를 차례로 활성화했다. 이후 자가포식을 억제하는 단백질 복합체인 mTORC1의 활성을 낮췄다.

mTORC1 활성이 억제되자 자가포식과 리소좀 관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인자 TFEB가 세포핵으로 이동했다. 이를 통해 노화로 저하됐던 자가포식-리소좀 흐름이 회복되고, 세포 안에 축적된 손상 물질과 GATA4 단백질의 제거가 촉진됐다.

인간 신경세포와 노화 생쥐에서 효과 확인

연구팀은 인간 신경모세포종 세포주인 SH-SY5Y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신경세포, 노화 생쥐 모델을 이용해 아펠린-13의 효과를 교차 검증했다.

그 결과 아펠린-13을 처리한 실험군에서는 DNA 손상을 나타내는 γ-H2AX와 세포주기 억제 관련 단백질인 p21, p53의 발현이 감소했다. 해마 부위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준도 낮아져 신경세포 노화와 뇌 염증 반응이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실험에서도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신규 물체 인지검사에서는 새로운 물체를 구별하고 탐색하는 능력이 회복됐으며, Y자 미로검사에서는 해마 의존적 공간 학습과 작업 기억 능력이 개선됐다. 오픈 필드 검사에서는 노화 동물에서 나타나는 불안 관련 행동이 줄고 활동량이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아펠린-13이 세포 수준의 노화 지표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동물의 학습·기억 능력과 행동 기능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운동 효과 모방한 뇌 노화 치료제 개발 기대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운동이 뇌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고, 운동 유래 물질을 활용한 뇌 노화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펠린-13이 신경세포를 제거하지 않고 세포 내 청소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예방·치료 후보물질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아펠린-13의 안전성과 효과가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되면, 신체적 제약으로 운동하기 어려운 고령자나 퇴행성 뇌질환 환자를 위한 ‘운동 효과 모방 치료제(Exercise mimetics)’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1저자인 서울대 수의과대학 한수종 연구원은 “운동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기억과 학습 등 뇌 기능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원리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운동 시 증가하는 마이오카인인 아펠린-13의 효과와 작용 경로를 세포와 동물 모델에서 입체적으로 검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한호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운동이 뇌를 젊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한 연구”라며 “아펠린-13이 자가포식 기능을 활성화해 GATA4 단백질과 염증 유발 신호를 줄인다는 핵심 원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적 제약으로 직접 운동하기 어려운 고령자와 퇴행성 뇌질환 환자를 위한 운동 효과 모방형 뇌 노화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과 수의과학연구소, BK21 FOUR 미래수의학교육연구단이 수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연구사업 및 선도연구센터사업인 비교의학질환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았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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