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하, 뇌가 원하는 가장 조용한 행복의 이름

아보하, 뇌가 원하는 가장 조용한 행복의 이름

도파민 피로사회에서 세로토닌 감성으로의 뇌돌봄이 필요해

일상의 소음 너머로 등장한 ‘아보하’ – 평온이라는 새로운 욕망


▲ 아보하, 뇌가 원하는 가장 조용한 행복의 이름 [그림=챗GPT]


"요란한 세상이 지겹습니다. 
조용한 하루가, 아주 보통의 하루가,
이젠 가장 특별한 날이 되었습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로, 요란한 성취나 과도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무해하고 평온한 일상을 지향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자 소비 트렌드이다. 기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긍정적인 자극을 찾는 경향이라면, 아보하는 자극의 최소화, 감정의 평형, 그리고 마음의 안전지대를 우선시한다.

이는 단순한 신조어가 아니라, 자극과 과잉 피로 속에서 뇌가 선택한 감정의 방어기제이자 의식의 진화적 신호다.


불확실성과 고위험 사회에서 뇌가 원하는 것: 예측 가능성과 안정감

인간의 뇌는 항상 생존을 위한 예측 모델을 만들며 작동한다. '시상하부(HPA axis)'는 위협을 감지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분비하고, '편도체(amygdala)'는 정서적 위기를 과도하게 감지하며 ‘경계’를 유지시킨다.

팬데믹, 기후위기, 경제적 양극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과잉 연결된 SNS...

이러한 외부 자극은 우리의 편도체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켜 뇌를 만성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넣는다.

그 결과, 우리는 감정과잉의 늪에서 “불행은 싫지만 지나친 행복도 피하고 싶다”는 감정의 중립지대를 본능적으로 갈망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아보하’라는 선택의 본질이다.


도파민 피로 사회에서 ‘세로토닌 감성’으로의 전환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행복 호르몬’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다.  도파민(Dopamin)은 성취, 보상, 욕망과 연결된 신경전달물질이고, 세로토닌(Serotonin)은 안정, 평온, 만족감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도파민 중심의 욕망 충족에 익숙해져 왔다. 보상을 통해 쾌감을 얻고, 또 다시 보상을 기대하며 반복하는 중독적 패턴. 끊임없는 정보와 자극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끼기 어렵고, 성취 이후에도 만족감은 금세 사라진다.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지만 뇌는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 결국 **도파민 피로(Dopamine burnout)라는 심리적 탈진을 초래한다. 

이제 사람들은 ‘도파민의 굴레’에서 벗어나 세로토닌적 삶, 즉 ‘보다 깊고 평온하고 조용한 만족’의 감각을 되찾는 삶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보하’는 이 감정의 전환을 대변하는 키워드이다.  무해한 하루, 감정 기복 없는 하루, 누구도 해치지 않는 하루는 ‘가장 인간다운 뇌’가 갈망하는 안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행복을 ‘느끼려 하지 않고’, ‘느껴지는 상태’를 허용한다. 그 허용의 상태가 바로 ‘아주 보통의 하루’, '아보하'다.


아보하 실천 사례, 배우 옥자연의 '아주 보통의 하루'

최근 방송된 <나 혼자 산다> 속 배우 옥자연의 일상은 ‘아보하’의 삶이 뇌와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 아보하, 뇌가 원하는 가장 조용한 행복의 이름 [그림=챗GPT]


그의 집은 초록 식물들로 가득한 자연 친화 공간이며, 반려묘 ‘차차’와의 교감은 옥시토신 분비를 자극하여 감정의 따뜻함과 정서적 유대를 강화한다.

옥자연은 자극적인 스케줄이나 SNS 대신, 피아노를 치며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엄마표 전복장을 먹으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시청하는 사람까지 평온함과 무해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뇌에겐 이완(parasympathetic) 상태를 유도하는 완벽한 구조다. 뇌파로 본다면, 알파파와 세타파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증폭되는 정서 회복의 ‘명상 상태’와 유사하다. 옥자연의 일상은 아보하가 실천 가능한 감성이자, 신경생물학적으로 유익한 선택임을 증명한다.


소비가 말하는 무의식 – ‘아보하적 소비’는 뇌의 회복전략이다

‘아보하’는 삶의 태도이자 소비의 패턴입니다. 아보하를 지향하는 소비자는 자극적인 마케팅보다는 다음과 같은 것을 선택한다.

- 무채색이나 내추럴톤의 의류
- 미니멀한 인테리어
- 무자극의 향, 따뜻한 식물성 소재의 제품
- 유기농 식단, 전통차, 수제 도자기 그릇
- SNS보다 손편지, 모바일 대신 책장 넘기는 손맛

이러한 선택들은 뇌의 감각 처리 시스템(Sensory Integration)이 과잉 자극에서 벗어나게 하고 '자기 인지 기능(self-awareness)'을 회복하게 한다. 


아보하 라이프는 뇌를 위한 의식 혁명이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신재한 교수는 " ‘아보하’는 지금을 사는 우리의 감정적 회복선언이다. 이는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과도한 욕망을 비워내고 본래의 자신을 찾아가는 뇌돌봄(Brain Care)의 전략이다"라고 말한다.

지루한 하루는 뇌에게 ‘휴가’이며, 예측 가능한 하루는 뇌에게 ‘안식처’라 할 수 있다. ‘아주 보통의 하루’는 사실은 가장 위대한 하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장인희 객원기자 heeya7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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