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뇌를 훔친 소설가

[도서] 뇌를 훔친 소설가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

2011년 08월 31일 (수)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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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뇌과학이 인간의 의식에 얽힌 비밀을 모두 파헤쳐 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뇌과학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인간의 의식과 마음은 사실 뇌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뇌과학이 출현하기 훨씬 이전에도 인간의 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는 존재했다. 바로 문학작품이다. 인간에 대해 치밀하게 연구하느라 고심했던 푸슈킨, 톨스토이, 프루스트, 괴퇴 같은 문학가들의 작품은 인간탐구보고서로 더할 나위 없다.

 

문학과 신경과학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

 

뇌를 훔친 소설가는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여러 신경과학적 메커니즘들이 옛 문학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파헤치는 책으로 저자 석영중 교수는 오랫동안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대문호의 작품과 삶을 연구해온 러시아 문학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문학과 신경과학의 접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러시아 문학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권 문학 작품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그 동안 단순히 예술로만 치부해온 문학 속에 감춰진 인간 뇌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뇌를 읽은 소설가들을 따라 뇌를 읽는 즐거움

 

4부로 이뤄진 내용은 각 장마다 하나의 주제를 잡고, 다양한 문학적 예를 들어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1흉내에서는 푸슈킨의 작품 속 여주인공 타티야나를 통해 거울뉴런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닥터 지바고 또한 저자의 예리한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 2몰입에서 소개된 지바고는 사실 자신의 온 삶을 통틀어 시 쓰기에 몰입한 인물이다. 그가 사랑한 라라는 시적 영감에 다름 아니었다. 그는 가혹한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예술로서 삶을 창조하는 것이라 믿었다. 극도의 몰입 상태에서 도파민이 주는 행복감과 의의를 이 작품은 잘 보여준다.

 

이 외에도 3기억과 망각에서는 감각과 회상의 연결고리를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마들렌을 통해 살펴보고, 4변화에서는 신경가소성을 평생학습으로 몸소 보여준 톨스토이와 고골의 삶을 들여다보고, 체호프가 진부한 삶에 대해 얼마나 역설적으로 비판했는지 보여준다.

 

인간을 알기 위한 넘나들기는 계속된다.

 

이제 막 인문학과 과학의 넘나들기는 시작되었다. 아직은 그 개념을 두고도 여러 가지 목소리가 공존하고, 서로 다른 입장에 따라 방향성을 제시하기 바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문학자나 과학자나, 아니 독자들까지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인간에 대한 을 추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뇌를 훔친 소설가는 그 열린 시각의 시작점에서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기를, 앞으로 인문학과 과학의 대화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책이다.

 

글. 김효정 manacula@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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