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10대의 뇌

[브레인 북스] 10대의 뇌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당연히 숙제를 하고 있을 줄 알았던 아이의 방문을 열자 한숨부터 나온다. 헤드폰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손에 든 스마트폰에서는 영상이 재생 중이며, 컴퓨터 화면 구석에서는 메신저 창이 쉴 새 없이 깜빡인다. 

서른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공부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우기던 아이는 급기야 방에서 나가라며 짜증을 낸다. 여느 집 일상 같은 이 장면은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과 보스턴 어린이병원에서 인간의 뇌 발달을 연구해온 세계적 신경과학자 프랜시스 젠슨의 집에서 벌어진 일이다. 

인간의 뇌라면 알 만큼 안다고 자부하던 저자에게도 사춘기 아들들의 행동은 수수께끼였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더 이상 어린아이도, 그렇다고 온전한 성인도 아닌 ‘10대’라는 특별한 시기의 뇌를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사실 10대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아주 특별한 지점에 있다. 청소년의 뇌는 기능, 배선, 능력, 모든 면에서 성인의 뇌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10대의 뇌를 주행 검사를 거치지 않은 슈퍼카에 비유한다. 당장 어디로든 달려 나갈 듯 성능은 뛰어나지만, 이성적 판단과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연결이 아직 엉성한 탓에 제때 멈추지 못한다. 

게다가 도파민에 성인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탓에 위험은 흐릿하게, 작은 보상은 아주 달콤하게 인식한다. 부모가 보기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아이들은 쉽게, 충동적으로 내리는 이유다. 

사소한 한마디에 불같이 화를 내는 이유도 분명하다. 분노와 공포를 만들어내는 편도체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반면, 이를 다독여야 할 전두엽의 통제력은 아직 느슨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스트레스에도 10대가 성인보다 훨씬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뇌의 배선이 완성되지 않은 10대의 뇌는 일상에서 이들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선 10대에는 잠을 부르는 멜라토닌이 성인보다 2시간가량 늦게 분비된다.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일부러 ‘안 자는’ 것이 아니라 ‘못 자는’ 셈이다. 

문제는 등교 시간을 비롯한 거의 모든 일상이 성인에게 맞춰 돌아간다는 데 있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낮 동안 배운 내용을 기억으로 굳히는 과정을 망가뜨리고, 인지 능력까지 떨어뜨려 학습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해서 10대의 뇌가 오로지 약점투성이인 것은 아니다. 경험에 따라 스스로를 바꾸는 가소성이 일생 중 정점에 이르는 이 시기에는 반복된 자극이 성인보다 강하고 오래가는 회로로 굳어진다. 

만 13세에서 17세 사이 아이 셋 중 하나꼴로 IQ가 눈에 띄게 오르는 것도, 청소년기를 학습의 골든타임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빠르게 흡수하는 뇌는 나쁜 것도 빠르게 배운다. 게임과 SNS 알림에 즉각 도파민으로 반응하는 뇌는 자극이 반복될수록 더 센 자극을 요구한다. 니코틴과 알코올, 스마트폰 중독이 성인보다 10대의 뇌에 더 깊고 오래 흔적을 남기는 이유다.

해야 할 일을 번번이 잊는 아이를 보며 부모들은 아이가 어른의 말을 건성으로 듣거나, 일부러 무시한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 역시 성격이나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새겨두는 ‘미래 계획 기억’은 전두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만 10세에서 14세 사이에는 아직 성인만큼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저자는 수면과 학습은 물론 스트레스와 회복탄력성, 아들과 딸의 뇌 차이, 사춘기 정신질환의 신호, 뇌진탕과 청소년 범죄에 이르기까지,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놀랍도록 미성숙하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10대의 뇌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아이의 뇌를 알면 해법이 보인다

이 책이 힘 있는 이유는 저자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자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라는 사실이다. 프랜시스 젠슨은 타당한 과학적 근거를 들려주면서도, 딱딱한 논문 인용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자신의 두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당혹스럽고 때로는 우스웠던 순간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독자로 하여금 읽는 내내 옆집 선배 엄마의 조언을 듣는 듯한 위로와 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은 자녀를 대하느라 지친 부모들에게 아이의 뇌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결국 부모와 자녀는 한 팀”이라고 강조하며 비웃거나, 비판적으로 말하거나, 못마땅해하거나, 무시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는 대신 10대의 뇌를 이해한 부모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양육 원칙을 제시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10대 자녀와 매일 씨름하며 지친 부모들, 내 아이를 보다 세심하게 알아가며 폭풍 같은 사춘기를 무사히 지나고 싶은 부모에게 『10대의 뇌』는 가장 믿을 만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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