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면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뇌로 감상하는 것이다.
어떤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순간, 이미 뇌 안에는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들이 춤을 춘다. 그림이 망막의 시각피질을 통해 뇌로 들어오면, 해마가 기억을 소환하고, 변연계가 감정을 일으키며, 전두엽은 그림 전체에 대한 가치를 판단한다. 이런 까닭에 그림은 마치 뇌의 여러 영역이 협주하는 교향곡과 같다.
이 책은 렘브란트와 모네, 칼로와 칸딘스키, 피카소와 호퍼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킨 화가들의 뇌를 해부했다. 아울러 감상자의 뇌에 들어온 그림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감동을 일으키는지를 분석했다.
그림을 ‘그리는 뇌’와 ‘감상하는 뇌’는 크게 다를 것 같지만, 실은 ‘예술’이라는 공통분모에 함께 올라타 있다. 감상하는 뇌에서 ‘공감’의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공통분모에 시동이 걸린다.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이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감상자의 뇌”라고 말한 까닭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신경세포(뉴런)를 들여다보고 강의실에서 의대생들에게 뇌 의 구조와 기능을 가르치는 의과대학 교수다. 뇌과학 관련 SCI 논문을 다수 게재하는 등 학문적 성취를 이어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엘스비어(Elsevier)가 공동 산출한 ‘세계 상위 2% 과학자(World’s Top 2% Scientists)’ 명단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으로 연구업적을 인정받았다.
그런 뇌과학자가 방과후 연구실을 나와 향하는 곳은 뜻밖에도 아틀리에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리현’이라는 서양화가로 활동하며 개인전 7회와 단체전을 6회 이상 열었고, 2023년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상과 2024년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은상(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주관)을 비롯해 전국 규모 미술공모전에서 모두 16차례 수상했다. 과학자이자 예술가로서 두 가지 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융합형 지식인이자 ‘아티언티스트(Artientist)’다.
그런 까닭에 저자의 뇌는 종종 과학과 예술을 오가며 작동한다. 가령 ‘현대 신경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ón y Cajal)이 미세한 신경세포를 손으로 직접 그린 <소뇌의 푸르키녜 뉴런>(373쪽)에서 창작의 모티브를 얻는다(카할은 뉴런이론을 확립하고 신경세포의 미세구조를 정밀하게 시각화한 공로로 19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화실에서 모델의 표정을 그리는 순간 모델의 머릿속 전두엽과 신경전달물질의 반응에 골몰하기도 한다.
이 책은 화가와 감상자의 머릿속에서 ‘예술’이라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경이로운 뇌에 관한 기록이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고흐의 별빛이, 몬드리안의 점·선·면이, 마티스의 색종이가 우리의 뇌를 춤추게 하는 이유를 씨줄과 날줄로 담아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