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우주를 응시하는 행위는 결국 깊은 어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때로는 한 줄기 섬광조차 닿지 않는 심연으로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모든 것의 시작과 관련된 소중한 진실을 건져 올리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유쾌한 천체물리학자이자 천체물리학계의 거장,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신간 《코스믹 쿼리》로 돌아왔다.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이번에도 타이슨은 우주를 둘러싼 가장 어려운 질문과 궁금증에 위트와 지혜, 최첨단 과학으로 중무장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언어로 답한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은 고대부터 이어져 왔다. 태곳적부터 인류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해온 우주. 하지만 광활하고도 아득한 우주의 비밀을 풀기에 인간의 두뇌는 너무 작고, 수명은 찰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는 법이 없던 인류는 단순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우주의 실체를 입증하는 방법을 하나둘 찾아내기 시작했고, 달 착륙에까지 성공하게 된다.
《코스믹 쿼리》는 빅뱅에서 다중우주에 이르는 우주의 길고 긴 역사, 망원경의 발견과 우주 탐사선의 발명, 생명의 기원부터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까지 우주를 둘러싼 모든 탄생의 역사를 인간의 호기심과 무지 사이의 아득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고군분투한 인류의 무한한 노력과 함께 흥미롭게 담아냈다.
우주 및 천체물리학의 기초와 구성 요소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에 획을 그은 역사적 발견들로 가득한 이 책은 세대와 나이를 불문하고 독자들에게 우주의 복잡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제시하며, 더 나아가 우주에 관한 무한한 영감까지 제공해줄 것이다.
이제 막 우주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초보 우주 탐험가라서, 우주론 혹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적 소양에 자신이 없어서 걱정이라면 그럴 필요 없다. 《코스믹 쿼리》와 함께 우주와 그 너머의 경이로움 속으로 함께 빠져들 마음가짐 하나면 충분하다.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일까?”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복잡한 개념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특유의 화법과 재치, 명료함으로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이번 신간 《코스믹 쿼리》는 그가 2015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팟캐스트 ‘스타 토크(Star talk)’의 ‘우주적 질문’이라는 코너의 콘텐츠를 십분 살려 우주의 신비와 호기심에 관한 궁금증과 그에 관한 답을 유익하고 짜임새 있게 담아냈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우주’에 관해 독자들이 품어온 심오한 질문들을 파헤쳐 종국에는 ‘우리는 누구인가? 그리고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라는 인류가 스스로에게 품어온 난제에 가장 그럴듯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타이슨은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과학 대중화 전문가인 제임스 트레필과 함께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우주를 향해 품어온 수많은 질문 중에서 열 가지를 추려 여러 이론, 관측 결과,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절한 답을 보여준다.
엄선한 열 가지 질문들은 언뜻 철학적인 듯하지만, 답을 찾는 과정은 더할 나위 없이 과학적이다.
여기에 눈길을 사로잡는 130여 점에 이르는 눈부시고 직관적인 사진들과 중간중간 삽입된 타이슨의 재치 가득한 트위터(현 X) 게시물은 우주 이야기를 한결 쉽고 편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일까?’에서 시작되어 ‘지금 알려진 사실들은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우주는 왜 지금처럼 진화했을까?’ ‘우주의 나이는 몇 살일까?’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생명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일까?’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우주는 어떻게 종말할까’ ‘모든 것과 무(無)는 어떤 관계일까’로 끝나는, 우주에 관한 기초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질문들은 가장 작은 입자의 세계에 불과했던 우주가 어떻게 이토록 방대한 공간이 되었는지 살피고, 우주의 아득한 과거부터 머나먼 미래까지 조망한다.
또한 에라토스테네스에서 갈릴레오에 이르는 선조들의 번뜩이는 지혜를 발판 삼아 빅뱅, 암흑물질, 양자역학, 다중우주 등 우주의 탄생과 진화부터 천문대, 전파망원경, 입자가속기, 우주선에 이르는 첨단 과학이론과 기술이 이룩한 눈부신 천체물리학의 세계까지 거침없이 누빈다.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것”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고 믿었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모형’처럼 인간도 한때 자신을 우주의 중심이라 여겼다. 하지만 천문 관측과 망원경의 발전으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모형’이 우주론의 중심이 되었듯,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떠올린 우주에 관한 질문들과 그에 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은 곧 우주의 중심이 인간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그러나 생각하는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이곳에 존재하게 되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주 그리고 스스로를 향해 질문을 던지며 우주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철학적 의미에 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시작하게 된다.
고대부터 우주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과정을 반복해온 인류. 우주라는 닿을 수 없는 존재를 향한 호기심과 열망은 우주를 둘러싼 과학적 발견과 발전의 기반을 마련해주었고, 천문학이 천체물리학으로 성장하는 힘이 되어주었으며, 그 끝은 언제나 ‘나’라는 인간 존재의 이유와 가치에 관한 철학적 탐구로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인류는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수명 안에서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질문을 계속 던지고, 답을 얻고,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존재론적 물음에 관한 충분한 답을 얻으며 철학적인 성장까지 이뤄냈다. 우주를 이해할 때 우리의 세계도 함께 팽창한 것이다.
생각을 자극하는 우주에 관한 질문과 통찰력 있는 대답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담아낸 《코스믹 쿼리》를 통해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천체물리학을 도구 삼아 ‘나는 누구인가’라는 궁극의 질문에 관한 답을 결코 무겁지 않으면서 유쾌하게, 하지만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가이드가 되어준다.
그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사방에 널려 있는 우주에서 친애하는 독자들이 계속해서 우주와 밤하늘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져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주를 이해할 때 우리의 세계가 함께 팽창하듯, 우주를 향해 묻고 답하는 과정은 곧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의 조언대로 “숨 막히게 바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도록 하자.”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