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중에는 정말 터무니없는 것도 있는데, 신경과학자들은 뇌에 논리성을 판단하는 ‘타당성 검증 기제’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무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부정망상, 걷는시체증후군으로도 알려진 ‘코타르증후군’ 환자의 경우 이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비현실감의 원인을 ‘내가 죽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평소라면 ‘내가 죽었다’는 생각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타당성을 검증하는 능력이 손상된 뇌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을 모색한다. ‘날조’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이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망상이라고 하는 것을 확고히 믿게 된다.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자기가 죽었다며 장례를 치러 달라고 하거나, 자기 몸이 부패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망상증인 ‘카그라스증후군’ 환자는 가족을 보고 진짜 가족은 사라지고 가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믿으며, 거울 속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타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울망상증’ 환자의 경우 증상이 심해지면 자기를 상대로 피해망상을 겪고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뇌가 고장 난 이후 오히려 새로운 능력이 발현되는 아주 드문 사례도 있다. 음악이나 미술, 수학, 달력 계산 등에 특출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 환자가 그 예다.
정신의학은 전통적으로 환자에게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즉, 양자택일식 접근법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유형의 행동이든 인간 성향의 범위에 속하며 한쪽 끝은 행동의 과잉을, 반대쪽은 결핍을 나타낸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과학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극단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되지만, 그 중간에 머무르는 사람 중에서도 이상 증세를 보일 수 있으며 장애의 진단 유무는 그 정도와 빈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 마크 딩먼은 뇌를 연구하면 할수록 ‘정상적인 뇌’라는 개념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이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결국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들이 겪은 일인 것이다. 누구나 나의 정신은 일관되고 안정적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실은 내 안에 여러 자아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하지 않은가.
인간은 모두 어떤 면에서는 불완전하다. 그리고 평범한 인간적 특성도 지나치면 병이 되어 고통스러워질 수 있다. 도무지 그 진짜 모습을 온전히 알 수 없는 기묘한 뇌의 세계처럼, 인간 역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영위하는 지금의 삶이 언제고 영원할 순 없다. 모든 기계 부품과 마찬가지로 뇌도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뇌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