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값은 언제 오를까? 어떤 그림이 명작이 되는 것일까? 얼마 정도면 그림 한 점을 살 수 있을까? 그림값은 재료비에 비례하는 것일까? 그림을 좋아한다고 기꺼이 말하는 사람들 중 실제로 그림을 구매한 경험이 있거나, 미술 경매에 참가했던 이들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이처럼 미술은 우리 곁에 가장 친숙한 예술이지만 동시에 그들만의 시장인 까닭이다.
가장 고고하고 심미안적 예술이면서 강력한 세속적이며 절대적 수단인 ‘돈’에 영향을 받는 미술. 당신은 미술시장을 화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뒤흔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그동안 화가보다 더 큰 영향을 가진‘컬렉터(중개상)’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물론,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컬렉터가 없다면 지금의 미술은 시장이 형성되지도, 우리 곁에 이렇게 가까이 오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은 두 번 태어난다. 화가의 손에서 한 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 안에서 또 한 번.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화가의 몫이지만 그림의 성장은 컬렉터의 품속에서 이뤄진다. 그림이 화가의 작업실에서 태어나 미술관에 걸리기까지 겪게 되는 기나긴 여정을 생각해 볼 때, 컬렉터는 작품의 두 번째 창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은 작가의 손에 의해 완성된 수많은 작품 중 컬렉터들에 의해 선별된 극히 일부의 것들이다. 수많은 그림들 중에서 컬렉터의 눈에 들어 간 소수의 작품들에게만 수백 년의 시간을 이겨 낼 수 있는 불멸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저자인 양정무 교수는 오늘날 미술의 역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생동감 넘치게 관람하게 해 주는 일등석 자리는 작가와컬렉터가 함께 공동 주연으로 벌이는 미술 시장이라는 무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면서 두 공동 주인공의 대화와 움직임을 다 함께 고려하는 것이 미술 감상의 첩경이 되며, 둘이 벌이는 신경전과 갈등이 스토리 전개의 핵심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작가와 컬렉터가 미술 시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가능하면 두 주인공의 갈등과 고민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각자가 겪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기 위해 논의의 폭을 시장경제의 틀이 갖춰지는 초기 자본주의 역사까지 넓혔다. 미술 시장의 역사적 전개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상의 모습을 잡아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작가는 왜 항상 가난할까, 아트 페어의 역사,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작업에 몰두해야 했던 미켈란젤로, 개인 파산과 거듭되는 가혹한 불행 속에서 그림을 그려야 했던 렘브란트 등은 화가와 그림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미술 시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것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미술은 상류층들만의 특수한 소비거나 한가로운 사람들의 취미활동으로 고립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황에도 초현실적인 미술 경매 가격의 신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다수 일반 사람들은 무관심이나 냉소로 이를 대한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술 시장 안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이 책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림에 관하여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 그림값이 어떻게 매겨지는지 궁금한 사람, 새로운 미술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글. 조채영 기자 chaengi@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