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filepath=Opinion)
인류는 유전자에 의한 1차 진화단계를 지나 학습을 통한 2차 진화단계를 거쳐왔다. 교육에 의한 지식의 축적과 전달은 다양한 문명을 탄생시켰고 보다 많은 문화적 혜택을 인류에게 선사했다. 이제 인류 진화의 역사는 또 한 번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진화의 속도는 수십 년 혹은 수년 단위로 급격히 짧아졌다. 과연 제3의 인류 진화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오늘날 인류는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 호모루덴스, 호모디지쿠스에 이어 새로운 인류상을 제시하고 있다.
인류 역사는 네트워크의 역사
인류의 역사는 네트워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세기까지의 육상 네트워크에 이어 해상 네트워크, 그리고 기차, 자동차의 제2의 육상 네트워크를 거쳐 현재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네트워크로 발전해왔다. 각각의 네트워크를 주도한 세력들이 시대의 패권을 장악해왔다.
이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네트워크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모바일 네트워크 mobile network이다. 모바일 네트워크는 과거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ubiquitous network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유비쿼터스 시대는 모바일 컨버전스를 근간으로 형성되어 나갈 것이다.
유비쿼터스는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의미하며 이들의 결합은 각각 센서sensor와 액츄에이터actuator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이러한 센서들의 결합은 별도의 센서 네트워크가 아니라 모바일 기기에 결합되는 형태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모바일 컨버전스mobile convergence인 것이다. 유비쿼터스 세상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제3의 진화단계에 접어든 인류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인류는 지금까지 두 단계를 거쳐 진화해왔다. 첫 번째 단계는 DNA의 변화에 의한 생물학적 진화였고, 다음 단계는 인류 고유의 진화방식인 학습에 의한 진화였다. 이제 인류는 제3의 진화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사이보그로서의 진화다.
사람 몸의 일부가 기계와 결합된 것이 사이보그라면, 이미 인류는 모바일 장비(스마트폰 등)와 결합되어 있다. 24시간 스마트폰을 몸에 지니고 있다면, 이미 스마트폰이 인간의 신체 내에 삽입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스마트폰이 인간과 결합하면서 인간은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600만 불의 사나이나 수십 년 수도를 한 고승들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하여 동시성, 원격투시, 초감각 등의 초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스마트폰과 결합하면서 슈퍼맨이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생명을 가지기 시작했다. 모 스마트폰 제조사의 ‘잇츠 디퍼런트It's different’라는 광고 카피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르다는 것은 기계의 속성이 아니라 인간의 속성이며 생명의 속성이다. 모든 생명은 다르다. 그러니 스마트폰에 생명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명의 속성은 부분이 전체를 반영한다. 우리의 손과 눈, 귀에는 전체의 정보가 부여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사용하는 주인의 전체를 반영하도록 인간과 더불어 진화해 나갈 것이다. 스마트폰은 우주의 ‘배타율의 원리’에 따라 항상 다를 수 있도록 카오스의 원리가 작동될 것이다. 여하튼 인류는 스마트폰을 아바타로 새로운 진화의 단계에 돌입하고 있기에 이를 ‘호모모빌리언스HOMO MOBILIANCE’라 명명하고자 한다.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를 주도할 신인류, 호모모빌리언스
호모모빌리언스는 누구인가? 육상 네트워크인 실크로드, 해상 네트워크인 대항해 시대, 그리고 온라인 네트워크인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의 발달이 사회의 발달을 촉진했고, 이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세력이 역사를 이끌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역사 속에 과거와는 매우 다른 초강력 네트워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바로 모바일 네트워크다. 즉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를 주도하는 신인류가 바로 호모모빌리언스인 것이다.
모바일 네트워크는 스마트 혁명을 맞아 진화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 똑똑해진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들은 인류를 사이보그로 변신시키고, 모바일 네트워크로 더욱 강력해진 소셜 네트워크는 인간을 슈퍼맨과 같은 초인류로 진화시키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집단 지성이 호모모빌리언스 힘의 원천이다.
모바일 기술은 인류를 새로운 진화의 단계에 돌입시킨 것은 물론 인류 전체를 새로운 종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마치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생명이면서 개미 집단도 하나의 생명으로서 파악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집단 생명을 초생명超生命이라 한다. 인류는 모바일 기술에 의하여 폭발적으로 상호작용이 촉진되어 마침내 초생명을 만드는 단계까지 돌입하고 있다. 인류가 각각의 개체가 아니라 집단으로서 생명을 갖는 초인류超人類를 형성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예를 들어 ‘붉은 악마’는 기존의 관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어느 외국 언론이 얘기하듯이 누군가의 사전 기획과 통제 없이 스스로 조직되어 생명이 불어넣어진 현상이다. 붉은 악마는 이러한 초생명 현상의 서곡인 셈이다. 블로그와 미니홈피는 이러한 초생명을 확산시키는 기능을 했고,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가 이를 더 촉진시키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다중생명多重生命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오프라인의 자아와 자신이 속한 싸이월드의 일촌들, 각종 블로그 등에 다층적으로 존재하며 써드(3rd) , 포스(4th) 라이프가 일반화할 것이다.
이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정의가 요구될지 모른다. 모바일 기술이 인류를 개체는 물론 집단까지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마치 16세기 대항해 시대의 포르투갈의 작은 선단과 같이.

글·이민화 KAIST 초빙교수, 디지털병원수출조합 이사장,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minhwal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