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두뇌 짱]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은 어떻게 할까?

[우리 아이 두뇌 짱]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은 어떻게 할까?

내적 감각을 인식하는 능력 기르기

▲ 내적 감각을 인식하는 능력 기르기 [사진=게티이미지]


아이가 날 애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닐까?

마트에서 이리저리 산만하게 오가는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려”라고 했을 뿐인데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립니다. 주변 사람들이 아이와 부모를 번갈아 쳐다보고, 당황한 부모는 마음이 급해집니다. 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올라옵니다.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감정조절이 안 될까?’, ‘날 애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닐까?’ 급기야 ‘나를 이기려 드나?’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속이 상하고 화가 납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뇌의 시점으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감정에 반응하는 뇌와 조절하는 뇌의 편차

뇌에서 감정 반응은 매우 빠르게 일어납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 중에서도 특히 편도체는 위협이나 불편함을 감지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편도체는 두려움, 분노, 불안처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감정 신호를 빠르게 감지해 이에 맞설지 도망칠지를 판단하고 지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감정 반응은 반드시 빨라야 했습니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데 한참 생각하다가 움직였다면 인류는 이미 오래전에 생존 경쟁에서 밀려났을 테니까요. 

감정에 즉각 반응하는 편도체와 달리,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을 늦추고, 다른 선택을 하게 하는 역할은 전전두엽이 담당합니다. 전전두엽은 정보를 판단하고, 적절한 선택을 숙고하며,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전전두엽이 우리의 뇌 영역 중 가장 늦게까지 발달한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뇌에서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시스템은 활발히 작동하는데, 그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시스템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겁니다. 

왜 알면서도 못 참을까?

”아이에게 나중에 물어보면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순간에는 못 참아요.”

이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회로가 아직 미완성 상태니까요. 알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겁니다. 감정 반응을 멈추고 행동을 바꾸려면 전전두엽 회로가 작동해야 합니다. 

말로 설명한다고 바뀌지 않죠.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뇌에 신경회로가 만들어져야 차츰 변화가 나타납니다. 많이 사용하는 회로는 강화되어 습관이 되고, 사용하지 않는 회로는 약해지는 뇌의 특성 때문입니다.  

특히 전전두엽과 편도체를 잇는 신경회로는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걸쳐 서서히 강화되고 정리되는 결정적 시기를 거칩니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뇌에 긍정적 강화가 일어나게 하는 경험의 반복입니다. 

감정을 다루는 힘이 생기는 순간

아이들이 감정조절을 하지 못해 울거나 소리를 지를 때는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훈련을 반복하면 변화가 생깁니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아이가 아주 짧게라도 멈출 수 있게 되죠. 아이가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화가 나요”, “마음이 너무 답답해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감정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감정과 행동 사이에 ‘멈춤과 인식’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죠. 편도체와 전전두엽을 연결하는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감정조절 훈련은 몸을 느끼는 감각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이는 아이에게 무작정 “참아”, “울지마”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자기 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변화를 느끼고, 그 신호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아이가 “지금 내 뇌가 흥분하고 있구나”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감정조절이 가능해집니다. 

이 과정을 인트로셉션interoception, 즉 ‘내적 감각을 인식하는 능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심장이 빨라지는 느낌, 숨이 가빠지는 변화, 몸이 긴장되는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을 때, 아이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반응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감정조절은 생각이 아니라 몸을 느끼는 감각에서 시작됩니다. 체조를 하면서 몸을 자극하고, 자극에 대응하는 몸의 느낌을 알아채고, 이를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합니다. 

또한 명상을 통해 자기 내면의 감각을 섬세하게 느끼고, 고요한 상태를 만들어갑니다. 이런 훈련은 편도체를 안정시키고 전두엽을 활성화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여줍니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감정조절을 요구하는 말은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의 뇌가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도록 훈련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 아이가 울며 떼쓰고 화내는 것은 실패의 증거가 아닙니다. 아이의 뇌는 한창 공사 중이고, 부모는 그 과정을 함께 지나가고 있을 뿐이죠. 아이를 조금 더 기다려주고 믿어주세요. 그 안정감이 아이의 뇌를 더 잘 자라게 합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인트로셉션 훈련

내적 감각을 인식하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이 훈련을 부모가 함께하는 이유는 부모의 관심과 공감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줌으로써 자신의 느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느낌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아이의 뇌에 감정–신체 연결 회로를 강화하는 경험이 됩니다.

⓵ 숨쉬기를 시각화하는 훈련

아이가 편안히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배로 숨 쉬게 합니다. 작은 인형이나 쿠션을 아이의 배 위에 올리고 숨을 들이쉴 때 배가 올라오는지, 내쉴 때 배가 내려가는지를 느껴보게 합니다.

이는 아이가 자기 내부의 변화를 인식하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훈련입니다. 매 순간 숨을 쉬면서도 평소에는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배 위에 물체를 올려 숨쉬기를 시각화하면, 몸 감각과 감정 상태를 연결하는 통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통로가 만들어지면 감정이 올라올 때 몸의 느낌을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훈련을 마칠 무렵 아이에게 “나는 숨을 크게 쉬면 마음이 편안해져”라고 말해주세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는 부모를 모델링해 자신의 느낌을 키워갑니다. 

⓶ 감정과 몸을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훈련

스케치북이나 노트에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적고, 그 감정이 몸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그림으로 표시하게 합니다. 가슴, 배, 목, 손 등 아이가 표시한 곳의 느낌을 묻고, 아이의 표현을 수용해 주세요. 

“화가 나면 가슴이 답답해”, “슬플 때는 눈물이 나오고 배가 아파” 같은 몸의 느낌을 시각화함으로써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인터로셉션을 증진해 자기 내면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이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면 질문을 하세요. “배의 느낌은 편안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어?”라고 물으며 아이가 몸의 느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⓷ 움직이면서 몸의 느낌을 표현하는 훈련

스트레칭, 가벼운 체조(팔 돌리기, 몸통 회전하기 등), 아랫배 두드리기 같은 간단한 동작을 아이와 함께합니다. 동작마다 몸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움직임은 감각 신호를 뇌로 보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감정과 몸의 반응은 직결되어 있어 떼려야 뗄 수가 없죠. 아이는 움직임을 통해 몸의 신호를 느끼고, 감정과 신체 반응의 관계를 이해하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움직이며 “지금 가슴의 느낌은 어때?”, “어떤 자세가 편안해?”라고 묻습니다. 아이에게 몸의 느낌을 묻고, 아이가 느낌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 훈련의 핵심입니다.

글_이효심 BR뇌교육 경기영통지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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