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을 기반으로 학제간 융합 흐름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인간의 마음과 행동 변화를 탐구하는 신경과학과 상담 코칭 영역이 만난 뉴로카운슬링neurocounseling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브레인》지가 사단법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와 함께 기획한 ‘뉴로카운슬링’ 코너. 이번 호에는 멘탈헬스케어 전문기업 ㈜옴니씨앤에스 교육연구센터 임은조 센터장에게 뇌파 기반 뉴로피드백을 활용한 감정조절 방식에 관해 듣는다.
초등학생의 우울•불안 점수가 상승하고 있다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 무한 경쟁, 정보 과잉 속에서 점점 더 감정의 균형을 잃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정서적 긴장감은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세대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등학생들의 우울 점수는 2021년 0.51에서 2023년 0.73으로 크게 상승했다. 불안 점수도 같은 기간에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기분의 기복이 아니라, 정신건강의 조기 경보 신호로 해석해야 할 수준이다.
이러한 변화는 병원 현장에서도 포착된다. 최근 4년간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과 진료 건수는 2배 이상 증가했고, ‘치료받는 아이들’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점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코리아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는 이제 개인의 이슈를 넘어 사회적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
이 문제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수년 전부터 “10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의 7분의 1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우울, 불안, 행동장애는 이 연령대의 주요 질병 부담 요인으로 꼽히며, 이를 조기에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정서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
결국 감정조절은 단순히 ‘내 기분이 좀 그렇다’로 끝나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감정 장애 문제는 사회 구조의 긴장, 관계의 해체, 디지털 환경의 부작용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물이며, 그 해법을 찾는 데도 더 정밀하고 과학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뉴로카운슬링(뇌 기반 상담)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개인의 정서 상태를 대화로 파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뇌파와 생체신호를 통해 신경생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일상은 감정의 폭풍 속에서 신경생리적 평정을 유지해야 하는 도전으로 점철되어 있다. 우울·불안·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정서적 스트레스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EEG 기반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은 우울증 치료의 보조 도구로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메타 분석 결과들이 있으며, 이는 최소한의 부작용과 함께 기능적·심리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특히 불안장애, 일반적인 우울 증상, 그리고 스트레스 반응의 저하에서 QEEG(정량뇌파) 기반 뉴로피드백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연구들은 뉴로카운슬링이 정서 조절을 위한 실질적 중재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최신 바이노럴 비트binaural beats 연구에서도 유의미한 진전이 있다. 대만의 한 연구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델타(6Hz), 알파(10Hz), 베타(25Hz) 바이노럴 비트를 포함한 20분 청취 훈련이 자율신경계 안정(심박수와 혈압 감소)을 유의하게 향상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2024년에 발표된 문헌 리뷰는 정서 및 인지 조절에 바이노럴 비트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정신질환 개입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제안했다.
# 감정도 뇌의 리듬에서 비롯된다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우리는 마음이 무거워지고, 때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 상태는 단순한 심리 현상이 아니라, 실제 뇌파의 리듬과 신경망의 반응성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
뉴로카운슬링은 바로 이러한 감정 상태에 대해 신경생리학적 지표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상담 방식이다. 뇌파, 심박변이도(HRV), 사건 관련 전위(ERP) 등을 활용해 우울, 불안, PTSD와 같은 정서장애를 더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통합적 솔루션을 제안한다.
# 우울·불안과 연관된 뇌파의 특성
우울하거나 불안한 상태일 때 발생하는 뇌파는 전두엽 알파파 비대칭성 (Frontal Alpha Asymmetry)을 보인다. 우울증 환자는 흔히 좌측 전두엽 알파파 증가가 관찰되는데 이는 뇌의 좌측 전전두엽 활성 저하를 의미하며, 의욕 저하나 무기력과 관련된 현상이다(Davidson, 1992). 반면, 우측 전두엽의 알파 감소는 불안, 공포, 회피 행동과 연관되며 특히 불안장애에서 빈번히 관찰된다(Thibodeau et al., 2006).
불안 상태일 때는 고주파인 고베타파(High-Beta, 22–30Hz)가 전반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감각이 예민하거나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지속되는 경우, 두정엽과 측두엽에서 고베타파 과활성이 관찰된다. 이는 신체적 긴장감, 수면 장애, 두통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PTSD 환자의 뇌파적 특성은 델타(1–4Hz), 세타(4–8Hz) 등의 서파가 전두엽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감정조절 실패, 회피 행동, 과잉 각성 등과 관련되며, 사건 관련 자극에 대해 강한 신경 반응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 뉴로카운슬링의 핵심 기법
뇌파 기반 뉴로피드백은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뇌 상태를 확인하고, 긍정적 정서 상태에 가까운 리듬을 스스로 조절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좌측 전두엽의 알파 억제 훈련이나 고베타 억제-알파 증강 훈련은 불안·우울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임상 보고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Escolano et al., 2014; Micoulaud-Franchi et al., 2015).
PTSD 치료에서 주목할 만한 방법은 사건 관련 전위(ERP: Event-Related Potential) 기반 접근이다. 특정 외상 기억을 자극한 후 뇌의 ERP 반응을 측정함으로써 회피-과잉 각성-과소 활성 등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이후 ERP 기반 피드백 훈련을 통해 감정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성을 감소시키는 방식의 뉴로카운슬링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Krawutschke et al., 2025).
# 심리상담과 뉴로 기술의 융합
정신건강 문제가 점점 조기화·만성화되는 현시점에 심리상담의 패러다임도 변화를 맞고 있다. 말과 표정, 태도에만 의존했던 전통적 상담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생체신호와 신경생리학적 데이터를 활용한 상담 기법이 실천 현장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울, 불안, PTSD 같은 감정조절 관련 문제에 있어 뇌 기반 기술의 접목은 그 효과성과 예측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
현재 국내 일부 대학 부설 심리상담센터와 민간 상담기관, 일부 위(Wee)센터 등에서는 초기 면담과 심리검사에 더해 뇌파 분석을 통해 내담자의 정서 상태를 신경생리학적으로 확인한다. 특히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심한 경우, 좌측 전두엽의 알파파 증가나 고베타파의 과도한 활성 등을 통해 감정 상태의 ‘객관적 리듬’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 선행 연구에서도 뉴로피드백 훈련이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으며 (Garcia et al., 2019), 불안장애에서는 고베타 억제 및 SMR(Sensorimotor Rhythm) 증강이 정서 안정에 기여한다는 결과가 있다(Liu et al., 2022).
# 바이노럴 비트를 활용한 감정 안정화 기법
또 다른 실천적 도구로 주목받는 것은 바이노럴 비트를 활용한 감정 안정화 기법이다. 이는 양쪽 귀에 미세하게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주어 뇌의 특정 리듬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완 상태를 유도하거나 집중력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4Hz의 세타파를 유도하는 바이노럴 비트는 이완과 안정, 내면적 몰입 상태를 돕는 데 유용하며, 심리상담 전후에 이 음원을 청취하는 것만으로도 불안과 긴장 수준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다(Choi et al., 2024). 실제 국내 일부 청소년상담센터 및 디지털 치료기기 스타트업에서는 해당 음원을 뉴로피드백과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
# 호흡과 명상 훈련으로 자율신경계의 균형 향상
감정 조절의 또 다른 핵심축은 자율신경계의 균형이다. 특히 우울, 불안 상태에서는 심박변이도(HRV: Heart Rate Variability) 수치가 낮아지며, 이는 자율신경계의 회복 탄력성이 저하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HRV 바이오피드백 훈련이 상담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내담자는 호흡 훈련, 복식호흡, 명상 등의 방법을 통해 HRV 수치를 높이는 방법을 학습하며, 자기조절능력의 향상을 실시간 피드백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훈련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효과를 지니며, 스트레스 저항도를 회복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Lehrer et al., 2020).
자기 조절력을 높이는 훈련을 통해 정서적 자율성을 회복하는 뉴로카운슬링
이처럼 뇌파, 심박변이도, 바이노럴 비트 등 신경생리에 기반한 뉴로 기술은 기존 심리상담의 해석과 개입 방법을 획기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당신의 뇌와 몸은 지금 이런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담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내담자 역시 자신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좀 더 명확하게 인식하고, 능동적 개입자로서의 감정조절 훈련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뉴로카운슬링이 제공하는 실천적 가능성이자, 감정의 언어를 뇌의 리듬으로 읽어내는 새로운 치료의 길이다.
기존 상담에서 언어 중심의 접근이 주가 되었다면, 뉴로카운슬링은 심리-신경-생리의 교차점에서 감정 문제를 바라본다. 특히 약물 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조절(Self-Regulation)을 촉진하는 훈련은 장기적으로 정서적 자율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글_임은조 ㈜옴니씨앤에스 교육연구센터 센터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브레인트레이닝학과 겸임교수
참고문헌
• Davidson, R. J. (1992). Anterior cerebral asymmetry and the nature of emotion. Brain and Cognition, 20(1), 125–151.
• Thibodeau, R., Jorgensen, R. S., & Kim, S. (2006). Depression, anxiety, and resting frontal EEG asymmetry: A meta-analytic review.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115(4), 715–729.
• Escolano, C., Navarro-Gil, M., Garcia-Campayo, J., et al. (2014). A controlled study on the cognitive effect of alpha neurofeedback training in patients with major depressive disorder. Frontiers in Behavioral Neuroscience, 8, 296.
• Micoulaud-Franchi, J. A., et al. (2015). EEG neurofeedback treatments in children with ADHD: an update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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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i, Y.-J., Cho, D.-H., & Lee, N.-R. (2024). Feasibility of a mobile app for traumatic stress management using neurofeedback‑based meditation and binaural beat music: A pilot randomized controlled trial.Digital Health, 10, Article 20552076241308986.
• Garcia-Argibay, M., Santed, M. A., & Reales, J. M. (2019). Efficacy of binaural auditory beats in cognition, anxiety, and pain perception: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Research, 83(2), 357–372.
• Liu, S., Hao, X., Liu, X., He, Y., Zhang, L., An, X., Song, X., & Ming, D. (2022). Sensorimotor rhythm neurofeedback training relieves anxiety in healthy people. Cognitive Neurodynamics, 16, 439-449.
• Krawutschke, M., Bluschke, A., Roessner, V., & Beste, C. (2025). Neurofeedback reduces P300 amplitudes to intensely emotive pictures in depressed cancer patients. Cancers, 17(2), 222.
•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1). Adolescent mental health: Key f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