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형 삼성 vs 나비형 애플, 창의적 뇌를 계발하는 열쇠는?

말벌형 삼성 vs 나비형 애플, 창의적 뇌를 계발하는 열쇠는?

[편집장이 만난 사람]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 [편집장이 만난 사람]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 김경아 기자)

지금은 열리지 않지만, 매주 수요일이 되면 경제계와 언론의 시선이 몰렸던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도 화제의 강좌로 손꼽히면서, 당시 메이저 언론 위클리판 전면에까지 실린 적이 있었다. 바로 이홍 교수의 '창조습관으로 10년 후를 대비하라'. 기업 혁신과 조직 창의성 분야의 대표 전문가이자, 창조 멘토로 유명한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이홍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경영 분야의 창의성 전문가인 만큼, 인터뷰는 BTS 데뷔 장소로 아미들의 성지로 손꼽히는 일지아트홀 1층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 이홍 교수는?

광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다양한 조직 경험과 조사를 통해 조직 창의성을 연구하여 학생은 물론 수많은 리더들의 생각 반경을 넓혀주고 있는 경영 전문가다. 광운대학교 경영대학장 및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삼성인력개발원, 포스코, 한국전력, CJ그룹 등의 자문 역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중견기업학회 회장,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언박싱》,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 《지식점프》 등이 있다.


Q. 삼성 사장단 명강의로 유명한 세종의 창조 리더십도 그렇고, 한상대회 때 장보고 강연까지. 역사적 인물 연구와 강연을 많이 하셨습니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지, 경영학 관점에서 접근한 건지 궁금합니다.

경영학을 했기 때문이라기보다도, 제가 역사에 관심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역사를 보는 시각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사람과 그 당시의 환경 구조와의 상호작용이 결국 역사잖아요. 사람이 어떤 사건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맥락이 역사적 사건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죠. 

역사 속에서 아이디어나 어떤 인사이트를 찾으려고 하는 중요한 이유는 경영이 역사적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입니다. 경영도 소비자가 존재하고, 다양한 환경 이를테면 기술 환경과 정보 환경도 있죠. 이런 맥락 속에서 경영이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경영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이죠. 

왕조를 기업으로 보면, 그 왕조가 했던 어떤 행위는 기업의 행위와 유사합니다. 이것이 당시 사회적 환경과 얽혀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주듯 기업도 똑같습니다. 기업도 그런 환경과 기업이 한 행위 사이에 어떤 얽힌 현상에 의해서 그 기업이 죽고 사는 문제가 결정되거든요. 

조선시대 병자호란이 일어난 이유는 당시 군주와 주변 세력들이 청나라의 등장과 명나라의 쇠약과 같은 환경 변화를 전혀 읽지 못해서 일어난 것이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기업은 반드시 망하거든요.

일본도 그래요. 일본은 갈라파고스 현상이 심한 섬나라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이 글로벌 환경과 분리돼 있다는 얘기죠.

예를 들면, 일본에는 일본만의 독특한 것들이 많아요. 어떤 측면에서는 창의적이에요. 창의성의 정의할 때 독특성과 유용성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독특성은 특이하다는 것이고 유용성은 쓸모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일본 제품은 독특하긴 한데 일본에서만 쓸모가 있지 다른 나라에서는 쓸모가 없어요. 일본이 쇠퇴하는 이유와 관련이 있어요.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자기회사에만 특이한 것을 만들면 안되요. 소비자들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되요. 그렇게 하려면 기업 밖의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병자호란 때 조선정부를 기업으로 보면 외부정보 획득에 무관심 했다고 볼 수 있어요. 결과는 참담했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까 역사에서의 국가와 기업은 비슷해요. 환경 변화를 읽어서 쫓아가는 국가와 기업은 생존하는 거고, 그렇지 않은 곳은 망하는 거에요. 


Q. 2018년 펴낸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 2020년 <언박싱> 등을 보니 세종 연구를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세종실록을 직접 연구 분석하셨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해서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세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내적 갈망 때문이에요. 창의성을 설명해야 되겠는데, 마땅한 샘플이 없었어요. 스티브 잡스가 있고 빌 게이츠 등이 있었지만 제가 설명하려는 것을 충분히 이분들을 통해 찾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세종을 가지고 연구하시는 역사학자가 계셨어요. 그분 강의를 제가 소모임에서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 세종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교수님의 책을 다 샀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안 되겠더라고요. 그 책에는 주로 덕망과 철학, 이런 것이 중심이 돼 있었어요. 저는 세종의 머릿속에서 뭐가 움직이는지를 보고 싶었거든요. 

▲ 이홍 교수의 세종 관련 대표적 저서

그래서 세종실록을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실록이 번역이 돼 있어요. 그런데 읽기가 참 어려워요. 우선 양이 엄청납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전체 실록의 3분의 1이 세종실록이에요. 세종 재위 32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회의를 했는데 이걸 다 기록하다보니 그 양이 엄청난거죠.

여기에 기록이 이야기체가 아니고, 일기체다 보니 스토리텔링이 잘 안돼요. 이것을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짜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재미있는 실록을 읽다보면 사관이 회의 내용만 적은 건 아니에요. 임금의 표정, 분위기 같은 것도 표현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맥락을 읽을 수가 있어요. 

어쨌든 논문도 뒤져 보고, 이것저것 연결을 하면서 들여다보니 세종이라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어요. 적어도 내가 알고자 하는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하는 걸 설명할 정도는 알게 됐습니다. 한 1년 걸렸죠. 그렇게 되고 나니까 이제 책을 쓸 수 있는 소재가 되더라구요.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는 세종 개인을 들여다 본 책이고, 이후 <언박싱>이 세종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여서 창의성을 발현하는 지에 대한 맥락이 포함된 책입니다. 이런 와중에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된 거죠. 그게 히트를 좀 쳤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 거죠.


Q. 당시 교수님의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강연이 화제가 되었었죠. 지금 기억나시는 강연 분위가나 특별한 점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그때 구체적인 질문은 잘 생각은 안 나는데 분위기만 보면, 아침 강연이잖아요. 당시 삼성의 특징이 새벽잠이 없어야 됐어요. 옛날부터 삼성은 업무 시간에 늦는 자는 용서가 없어요. 하여튼 아침 일찍 가서 모였으니까, 좀 엄숙하잖아요. 대개 이 엄숙성은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리더들이 갖는 모습이에요. 

저는 맥락을 중시하거든요. 우리가 밥 먹을 때 조신하게 먹어라, 말하지 마라. 요즈음은 그런 얘기 안 하지만, 우리가 배울 때는 너 할 일만 해라 뭐 그런 거잖아요. 우리는 질문을 건방짐으로 표현하는 국가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문화가 배어 있어요. 삼성이라고 해서 큰 차이는 없었고. 그런데, 제가 삼성 사장단 강연에서 꼭 들려드리고 싶었던 것은 삼성이 잘 하는 것과 다른 창의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Q. 다른 창의성이라면, 어떤 것을 얘기하나요?

저는 창의성을 좀 구분합니다. 제 논문 중에서 설명 드리면, 선형적 창조라는 게 있어요. 삼성전자를 보면 10나노, 8나노, 7나노, 5나노, 3나노 이런 숫자와 관련이 있어요.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는 궤적이죠. 

삼성전자는 이렇게 가야할 길이 보이는 것에 도전하는 창의성에 능합니다. 이것은 삼성전자가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 연구에 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해요. 제조라고 하는 것은 엄격한 규율을 필요로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물건이 항상 똑같이 나와야지, 이렇게 나왔다 저렇게 나왔다 하면 불량이 되잖아요. 삼성은 이런 것을 통제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그리고 목표가 정해지면 거기에 맞추어 움직이죠. 그래서 저는 삼성 문화를 ’말벌형 문화‘라고 얘기합니다. 말벌은 직진으로 빨리 날아가는 능력이 있어요. 이 탁월한 능력이 삼성전자를 반도체의 글로벌 최강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어요. 곡선비행이나 갑작스런 방향 전환이 쉽지 않아요. 이런 것은 나비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삼성전자와 애플을 굳이 비교해보면 애플은 나비형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 국내 대표적인 창조 멘토 이홍 교수

Q. 삼성과 상반된 기업 생태계인 애플은 다른 창의성 인가요?

애플은 나비 문화에요. 나비는 어떻게 움직입니까? 속도가 팔랑팔랑 날면서 느리게 가죠. 그런데 방향을 갑자기 급선회하기도 하고, 가다가 우측 좌측으로 마음대로 가죠. 지그재그로 가기도 하고.

서양 창조의 핵심적 특징이에요. 그러면서 새로운 걸 만들고 거기서 사업을 키워 주도권을 잡아가는 구조로 돼 있어요. 삼성전자는 이미 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빨리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잘하죠. 말벌이 그렇잖아요.

애플이 나비형이 된 데에는 전제조건이 있었어요. 제조가 없어요. 제조는 통제를 하는 것인데 이게 없으니 나비처럼 생각하는 연구원들이 제조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게 애플과 삼성전자의 큰 차이입니다. 


Q. 최근 교수님 칼럼에서 ‘미래 한국을 책임질 창조산업’ 관련해서 언급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류의 원동력은 어떤 걸까요?

경영학에서는 창의성을 보는 두 관점이 있어요. 하나는 환경의 풍부성, 자원이 많아야 창조가 많이 일어난다는 견해고 다른 시각은 척박성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하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서 창조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류 원동력의 첫 번째는 ‘척박성’입니다. 한국이 해외로 나아가기 직전 한국의 음악 환경이 너무 척박했어요. 90년대만 해도 CD음악이 통용되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스트리밍 시장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때 정부가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한 달 3000원에 음악을 무제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정액 요금제를 실시합니다. 이론적 곡당 가격이 0원인 셈이죠. 이게 한국의 음악산업을 붕괴시켜버려요. 그리고 분배가 희안해요. 3000원의 40% 정도가 음악 플랫폼 기업에게 갑니다. 나머지 60%를 프로덕션, 가수, 작사, 작곡가가 나눠가집니다. 그러니 음악계가 아우성을 치게 됩니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벌버둥을 친 분이 현 SM의 이수만 회장입니다. 

이분이 가만히 보니 일본시장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음악시장에서 CD가 판매되고 있었고 또 콘서트 산업의 수익이 높았습니다. 여기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은 한국과는 차이가 있었어요. 한 3개월 정도 훈련시킨 후 데뷔시키는 방식이었어요.

그러면 팬들이 이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돌과 팬이 서로 커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이수만 회장은 고도로 훈련된 아이돌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됩니다.

그 첫 번째가 아마도 보아였죠. 이후 동방신기가 투입된 후 일본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대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다음으로는 14명으로 구성된 슈퍼주니어가 메가히트를 쳤죠. 이들을 활용한 전략을 이수만 회장이 구사하게 되는데 ‘원소스 멀티 멀티유스’ 전략이었습니다.

이런 이수만 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JYP 박진영, YG 양현석이라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 3인 서로 독특한 분위기의 아이돌 그룹을 양산하는 체계를 이끌게 됩니다. 한마디로 우리의 음악산업의 글로벌화는 척박성에 의해 태동한 겁니다. 
 

Q. 척박성으로 창조적 소수자가 나타난 거네요. 두 번째는 뭔가요?

두 번째가 ‘학습속도’ 입니다. 학습속도는 교육 수준과 관련이 있어요. 한국은 국민의 70% 이상이 대졸이에요. 대학교 졸업 안 하면 장가도 못 가고 시집도 못 가는 이상한 나라잖아요.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창의적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고급학습을 받으면 흡수역량이 늘어납니다. 흡수역량은 남의 이야기를 빨리 알아듣는 역량을 말해요. 예로, 우리 스스로 4차 산업혁명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다른 나라의 지식을 소화흡수하는 속도는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이게 흡수역량입니다.

이유는 우리의 교육수준 때문입니다. 흡수역량이 높을수록 남의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학습속도가 빨라져요. 한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는 음악 관련해서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이 미국식 팝을 이해하고 가수를 훈련하며 상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미국과 일본을 참고로 했지요. 하지만 결국 이들을 뛰어 넘습니다. 이게 오늘날의 한류발전과 관련이 있어요.  


Q. 마지막 세 번째는?

세 번째가 변화역량이에요. 변화속도가 빠르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빨리 빨리라는 것이 우리의 변화역량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버리는 속도에서도 매우 빠릅니다.

이것을 폐기학습이라고 해요. 그런데 폐기해버리면 허전하잖아요. 남의 것을 빨리 학습 역량으로 배워서 빨리 벤치마킹하고. 빨리 채워놓고 또 버리고 이걸 한국인이 잘합니다. 이런 과정을 변화라고 합니다. 한국인은 변화속도가 매우 빠른 겁니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폐기 학습이 느려요. 있는 지식을 버리려고 하지 않고 써먹고 써먹으면서 개량하는 강화학습에 능합니다. 안 버리니 채울 것도 없어요. 그러니 일본이 갈라파고스 학습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한국은 버리고 다시 채우고 하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데 이것이 음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요. 한국에서는 히트친 음악의 수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짧아요. 그리고 눈만 뜨면 신곡이 나옵니다. 그래서 한국 음악시장이 다이나믹 해요. 이것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 매우 유리했어요.   

한국인의 빠른 변화와 관련 있는 것이 눈치입니다. 이것은 한국인만 가지고 있는 탁월한 능력이라고들 하지요. 다른 말로 하면 맥락을 판단하는 힘이 눈치입니다. 이 눈치가 폐기학습에 영향을 미쳐요.

우리는 밥먹을 때도 눈치를 보지요. 음식점에서 테이블에 앉으면 아래 사람이 눈치껏 숟가락 젓가락 놓는 문화가 배어 있어요. 이런 눈치문화가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발전합니다. 음악이 별 인기를 끌지 못할 눈치면 바로 신곡으로 넘어가는거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음악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한류는 척박성, 학습속도, 변화역량 이 세 가지 삼박자가 기가 막히게 맞으면서 일어난 현상이죠. 
 

▲ 이홍 교수와의 인터뷰는 넘치는 창의성과 번뜩이는 스토리로 2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되었다.

Q. 우리가 가진 창의적 원동력에 공감이 갑니다. 반대로 극복해야 할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창의적 사고를 할 때도 조립형 사고를 해요. 우리가 서로 모여서 아이디어를 하고 그러면 갑론을박이 돼야 되거든요. 상호작용의 핵심은 갑론을박이에요. 이게 안 돼요. 그러니까 우리가 나비형 창조가 나오기 어렵죠. 우리는 위계적 사고에 능하지 수평적 사고에 능하지는 못하죠. 이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대 약점이에요.

두 번째는 뭐냐 하면 우리가 빨리빨리 사고해야 하니까 직관적 사고를 하죠. 직관적 사고가 상황에 대한 눈치를 잘 봐요. 문제는 숙고형 사고가 안 돼요. 깊이 들어갈 수 없어요. 노벨상을 받으려면 깊이 들어가야 되는데, 우리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해버려요. 그러니까 변화 속도는 빨리 할 수 있는데 깊이를 못 들어가는 단점이 있죠. 

세 번째가 흥미 지속시간이 짧다. 너무 많은 일에 관여하려고 한다. 그게 우리의 단점이에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고 동전의 양면이죠.


Q. 얘기를 들으면서, 교수님께서 굉장히 나비형 사고를 하시고 창의적인 에너지가 물씬 느껴졌습니다. 사람마다 라이프스타일이 있는데, 뭔가 루틴 같은게 있을까요.

나비들은 일정 루틴이 없어요. 그게 나비들의 단점이에요. 장점이기도 한데 나비들은 흥미적 요소가 생기면 들여다 보죠. 나비들은 꿀벌을 따야되는 애들이잖아요. 물론 벌도 이제 근데 이 말벌들은 벌을 공격을 하죠. 지금 꿀 따 먹으로 생기지 않아요. 이게 육식성이잖아요. 말벌이 그렇죠. 말벌은 지가 하면서 채식성이 아니야 꿀 다 먹고 다니면 당기는 애들이 아니잖아요. 

나비들이 시퀀스가 별로 없어요. 눈 뜨면 뜨는 게 몇 시간이고, 어떤 때는 요새 나이 먹어가지고 일찍 눈 떠지면 떠지는 거고. 좀 늦게 눈 뜨게 되면 그냥 그대로 하면 밤에 자는 시간도 불규칙해요.

피곤하면 자는 거고 안 피곤하면 책도 보고 TV도 보고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하는 생각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그런 생활 습관 중에서는 좋은 습관이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다른 분들은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라고 하는 권해드릴 만한 게 없어요. 저를 배우면 안 되죠.


Q. 오늘 한 2시간 남짓 얘기를 나눴는데 저도 덩달아 창의적인 상태가 들어가는 걸 보면, 결국 교수님께서는 뇌를 잘 계발해왔고, 잘 사용하고 계시는 리더이십니다. <브레인> 독자들에게, “뇌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잘 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뇌를 잘 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요. 뇌에다가 정보를 많이 넣어주는 겁니다. 그래야 꺼내쓸 수 있는 정보가 있지요. 창의성은 어떤 형태로는 정보의 결합과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새로운 정보가 머릿속에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국인에게 우뇌를 많이 쓰라고 하는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은 좌우뇌 즉 전뇌를 사용하라는 취지의 발언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에서 암기만 잔뜩시키는 교육을 좌뇌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우뇌를 쓰는 교육도 시켜야 한다는 점에 나온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으로는 한국인은 굉장히 우뇌적이에요. 굉장히 직관적인 생각에 능해요. 그리고 맥락을 이해하는 눈치가 우뇌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눈치는 전체 맥락을 이해해야 가능한데 우뇌가 발달한 사람들이 바로 전체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좌뇌가 강한 사람은 눈치를 못 봐요. 서양 사람들은 눈치라는 개념이 없어요. 

다시 말해 우리는 선천적 또는 문화적으로 우뇌성향이 강한데 여기에 더해 우뇌교욱을 시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견해는 올바른 좌뇌교육을 시켜야 균형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럼 지금처럼 수학문제 풀고 하는 것은 무어냐. 그건 좌뇌교육처럼 보이는 무뇌교육이지요. 생각없이 암기는 시키는 것이니까요.  

어쨌든 우뇌가 발달된 민족인데, 여기다 우뇌적 정보만 집어 넣으면 불균형이 심화됩니다. 우뇌적 정보의 예가 영상정보잖아요. 상대적으로 서양사람들은 영상정보가 아닌 텍스트 정보를 선호해요. 텍스트 정보는 좌뇌가 좋아하는 정보입니다.

발표를 해보면 알아요. 학자들이 발표를 해도 우리는 그림이 많아요. 미국인 교수들은 텍스트가 많아요. 이게 뇌 차이예요. 그래서 우리는 텍스트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합니다. 4지선다가 아닌 책읽고 글쓰고 요약하고 이런 것이 좌뇌교육이 되는 거지요. 수학문제도 찍는게 아니라 과정을 적는 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신문을 읽히고 발표하는 것도 좌뇌교육이에요. 

그리고 좌뇌교육이 잘 되려면 머리에 넣어주는 정보의 목적을 이해시켜줘야 해요. 좌뇌는 목적을 향해 수렴하는 성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미분 적분을 가르쳐 줄 때도 그냥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게 왜 필요한지를 가르쳐 주어야 해요. 좌뇌는 왜라는 질문에 반응해서 그래요. 이런 것 없이 시험에 나오니 암기시키는 교육은 좌뇌교육이 아닙니다. 
 

▲ (좌측부터) 장래혁 브레인 편집장, 이홍 광운대 교수

정리. 장래혁 편집장 | 사진. 김경아 기자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