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지털 디톡스, 당신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칼럼] 디지털 디톡스, 당신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의 '뇌 이야기'

스마트폰 중독, 스몸비족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오래전 인상 깊었던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 문구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화가 잘 된다는 광고였으나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더 어울리는 카피 같다. 휴대 전화는 단순히 전화 기능을 넘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각자 자신의 화면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심지어 길을 걸을 때조차 스마트폰을 보는 스몸비족(smombie: smartphone+ zombie의 합성어)도 종종 볼 수 있다. 최재붕 교수의 저서 「포노사피엔스」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기기가 아닌 신체 일부로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배운다고 한다. 신체 일부로 인식하기 어려운 세대는 갈수록 디지털 문명과 격차를 보이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이 흔한 걸 보면, 신체 일부로 인식한다는 말이 절로 수긍이 간다.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심해져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중독포럼에서 전국 성인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보다 사용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44.3%나 된다.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이자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의존하고 중독되어 가는 것이다. 

하루 6시간 6개월 이상 사용한다면 스마트폰 중독이다. 뇌과학적으로 중독은 신경전달물질이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생기는 것으로 스마트폰 중독도 알코올, 마약 등과 발생 원인, 위험성이 비슷하다. 약물이나 스마트폰, 알코올, 게임 등의 행위는 중뇌 변연계에 있는 보상 회로를 강하게 자극한다. 보상 회로가 자극받으면 도파민이 방출되는데, 자극이 반복될수록 처음과 같은 쾌락을 느끼지 못해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함으로써 중독이 된다.

알콜, 마약, 인터넷 게임 중독보다 스마트폰 중독이 훨씬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뗄 수 없는 데다가 아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6%인데 우리나라는 95%에 달한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다는 말인데 아이들의 경우, 한창 뇌가 성장해야 할 시기에 외부에서 주는 일방적이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한다면 정상적인 뇌 발달이 어렵다. 

성인들 역시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VDT(Visual Display Terminals) 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VDT 증후군이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를 말한다. 안구건조증, 시력 저하 등의 안구질환과 거북목, 손목터널 증후군 같은 근골격계 질환뿐만 아니라 두통, 수면장애까지 일으킨다.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처방하는 요법을 말한다. 디지털 문명을 창조한 실리콘밸리 리더들은 최첨단의 삶을 살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를 멀리한다. 대신 책을 가까이하고 명상과 사색을 즐기며 어린 자녀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금지하는 등 현대인의 삶과는 다른 모습이다.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기에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갈수록 스마트폰 의존도가 커가는 것을 느낀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데다 온라인 강의나 SNS로 인해 사용 시간이 늘어났다. 어느 날 화장실에 갈 때조차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을 깨닫고 충격을 받아 당장 스마트폰 사용 수칙을 세웠다. 취침 30분 전과 기상 후 30분까지는 보지 않기, 일요일에는 완전히 꺼두기, 글을 쓸 때는 멀리 치워두기 등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거리두기 방법

스마트폰 의존이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동안 손에서 내려놓고 전원을 꺼두어야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게 치워두는 게 좋다. 갑자기 과도하게 사용을 제한하면 작심삼일이 되기 쉬우므로 스마트폰에 의존적인 뇌가 거세게 저항하지 않도록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로 시작해서 차차 늘려가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뇌에 다른 보상을 주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두고 주의를 돌리지 못하면 다시 켜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이때는 밖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좋다. 운동하면 뇌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많아져 기분이 좋아지고 성취감도 생긴다. 독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정보가 아니라 책을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읽으면서 판단할 때 뇌의 새로운 영역에 불이 켜진다. 평소 미루어두었던 집안일이나 정리를 하는 것도 좋다.       

중독이나 쾌락은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비해 보상체계를 무너트리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정상적인 보상 회로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햇빛을 받으면서 걷거나 독서 하기, 음악 듣기 등은 세로토닌을 분비해 행복과 감사 같은 보상 회로를 작동시킨다. 이러한 정상적인 보상체계가 강화되어야 스마트폰 의존과 중독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다. 

눈뜨자마자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못한다면, 스마트폰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오늘부터 당장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자. 스마트폰 하나 껐을 뿐인데 놀라울 만큼 여유롭고 평화로울 것이다. 당신의 뇌에 휴식을 주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글.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로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한국 강사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체인지U 스쿨’을 통해 습관 코칭, 감정 코칭, 글쓰기, 책 쓰기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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