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지감(止感)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오래오래 몇 시간이고 하고 싶어요. 내가 이거 좋아하는 걸 눈치챘지요? 하하하.”
노년의 물리학자 H는 운동시간 중에서 특히 지감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평상시 그는 연구실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크고 정교한 측정 기계로 여러 금속표면의 미세한 입자를 측정하면서 연구를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와이즈만 연구소(이스라엘)의 국제 과학자들을 위한 클럽 룸에 와서 뇌교육 명상을 한다. 물론 그는 이스라엘 사람이지만, 내가 연구소에서 친구들과 함께 명상을 시작한 곳에 찾아오게 된 것이다. 명상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외국 학회에 가지 않는 한 무슨 일이 있어도 모임을 거르는 법이 없다. 그는 특히 지감에 푹 빠졌다.
▲ 지감(止感)이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다섯 가지 감각을 그친 상태에서 느껴지는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지감 명상의 출발이다. <사진자료=단월드 제공>
지감(止感)이란 오감의 감각을 그친다는 의미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다섯 가지 감각을 그친 상태에서 느껴지는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지감 명상의 출발이다.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과연 있을까?
지감명상을 체험해본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몸과 마음이 이완된 상태에서 손에 집중하게 되면 손의 온도도 느껴지고 맥박이 느껴지고 집중하면 할수록 그 느낌이 크게 다가온다. 외부에서 특별한 자극을 주지 않는데도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손의 감각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정말 객관적으로 일어나는 측정 가능한 현상인 것일까?
문헌을 보면 이런 고민은 나만 해 본 것 같지는 않다. 2014년 <뇌와 인지 Brain and Cognition저널>에 실린 Barrios 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주의집중을 기울이면 외부 자극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손의 감각만으로도 체성감각과 자기수용영역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들은 34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우선 양쪽의 엄지손가락에 외부 촉각자극이 효과적으로 뇌 양쪽의 체성감각영역을 효과적으로 활성화한다는 것을 확인하여, 피험자들의 촉각에서 뇌까지의 신경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함을 체크하였다. 그리고 외부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양쪽 엄지손가락의 자발적 감각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게 하였을 때 일차 체성감각 피질 (특히 왼쪽 BA 3a/3b)이 활성화하는 것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확인하였다.
게다가, 좌상두정엽(left superior parietal cortex), 전방띠이랑 (anterior cingulate gyrus), 섬(insula), 운동피질(motor cortex),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 배외측전전두엽(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브로카 영역(Broca’s area), 후두피질(occipital cortex)이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자발적 감각에의 집중은 BA 3a/3b, 상전두회(superior frontal gyrus, BA9), 전방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BA32)간의 연결성을 증가하였다. Barrios그룹은 특정한 일차 체성감각영역이 다른 좌 두정-전방 영역 (left parieto-frontal area)과 함께 신체 묘사의 기저를 이루는 자기수용과 내부감각수용의 신체 정보를 진행하는 데 연관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즉 외부 자극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주의 집중만으로 체성감각영역을 포함한 뇌영역을 활성화한 것이 가능하다. 이는 우리가 지감에서 경험하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 지감명상은 뇌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 <사진자료=단월드 제공>
이러한 연구는 Barrios그룹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촉각 연구에서도 촉각 주의집중은 체성감각피질반응을 증폭하여 선택된 자극과 관련된 특징의 프로세싱을 증폭한다(Romo, Brody, Hernadez &Lemus 1999). 게다가 집중하지 않는 영역과 비교해, 몸 부위에 지속된 집중은 그 위치에서 촉각 자극을 증폭하여 체성감감영역의 활성이 바뀌게 된다(Sambo&Forster 2011). 또한 체성감각 입력과 자기수용 정보는 정상적인 개인에게서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집중에 의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다른 신체 묘사로 나타날 수 있다 (Blanke & Metzinger,2009; Ehrsson, 2007; Heroux et al., 2013; Lackner, 1988; Longo & Haggard, 2011; Stock, Wascher, & Beste, 2013).
이는 지감 명상을 하면서 집중할 때 집중한 부위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원리와, 사람들이 느끼는 감각이 서로 다른 이유를 설명한다.
나는 지감명상이 뇌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고 싶다. 손에 집중하는 처음 도입부는 전주 부분으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손의 감각에서 어떤 부위에 집중할 것인지를 걸러내는 시기이다. 그리고 집중할 부분이 정해지면 곡은 전개되면서 뇌의 여러 부위가 순차적으로 발화하며 아름다운 멜로디가 증폭되어 퍼지게 되는 것이다. 지감을 통하여 자신의 뇌에서 퍼지는 그 아름다운 멜로디에 의해 물리학자 H는 평소 사용하던 논리적 뇌와 다른 부위를 마음껏 활용하는 자유를 맛보았던 것은 아닐까.
양현정의 뇌활용 연구실은 문화, 생활, 사회 및 뇌교육에 대한 뇌과학을 격주로 제공합니다. [편집자 주]
글. 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