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정의 뇌활용 연구실1편] 사람의 목소리

[양현정의 뇌활용 연구실1편] 사람의 목소리

이스라엘의 그래픽 디자이너 로니 에드리는 딸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았을 때, 그는 한 가지 행동을 하였다. 페이스 북에 자신의 어린 딸과 함께 찍은 사진과 그래픽 포스터를 올렸다. 포스터는 이런 내용이다. “Iranians, we love you, we will never bomb your country. (이란 사람들이여,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결코 당신의 나라를 폭격하지 않을 거예요.)”

▲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또는 우리가 모르는 지구 위의 누군가를 위하여, 다음 세대를 위하여, 지구를 위하여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 <사진=Pixa bay 이미지>

이 사진은 금세 확산되었고, 나중에는 많은 나라에서 수십만 명이 참가하여 평화를 지지하는 포스터를 올리는 “Israel Loves Iran(이스라엘은 이란을 사랑해요)”, “Iran Loves Israel(이란은 이스라엘을 사랑해요)”이란 캠페인이 되었다.

이러한 행위는 인간의 성향이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에 관한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 집단, 국가이기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를 둘러싼 인간의 이타성에 관한 증거는 무수히 많다. 

스위스 쯔리히대학의 페르(Fehr)교수팀은, 행동학적 연구에서 인간이 낯선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 기꺼이 타인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며, 향후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타적 행위를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페르 교수팀은 또한, 이타심 및 그와 관련된 협동 등이 주로 인간의 특성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는 다른 종에서도 발견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 노스웨스턴 의대 마세르만(Masserman) 의사의 연구에 따르면 원숭이들은 그들이 음식을 얻음으로써 다른 원숭이에게 충격이 주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 음식을 거절했다. 돌고래들은 그물에 걸린 다른 돌고래를 돕고, 코끼리는 서 있기에 너무 약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다른 코끼리를 지탱해준다.

독일 막스플랑크 와르네켄(Warneken)연구실의 연구에서는 14-18개월 된 유아가 다른 유아가 팔이 닿지 않는 물체를 집도록 돕거나 캐비냇 여는 것을 돕는다. 이 같은 행동은 보상이나 어른으로부터의 격려, 상호간의 보답이나 평판과 같은 것이 없어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국 조지아대학 심리학과 하아스(Haas)연구실에서 정리한 바에 따르면, 이타적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이타적 행위와 관련한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은 보상영역과 감정 네트워크 영역이다. 보상영역은 내측전전두엽, 측두두정 접합, 복측피개부, 선조체를 포함한다. 감정 네트워크 영역은 중격핵, 전방대상피질, 배측면 전두엽 피질, 뇌섬엽, 편도체를 포함한다. 

반면 행동학적 뉴로이미징 연구는 사람이 이타적으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시나리오도 존재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현재 특정한 상태나 성질의 다양성이 사람들이 이타적 또는 이기적 결정을 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연구는 사람의 본성에 관하여 깊은 이해를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과 이스라엘에서 살아본 결과, 일본인들은 목소리가 작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크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투박하고 큰 목소리, 일본 사람들의 섬세하고 작은 목소리, 내성적인 사람의 수줍은 목소리, 외향적인 사람의 당당한 목소리,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가진 우리는 하나뿐인 지구 위에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 지구상의 많은 사람과 갈등, 환경문제, 전쟁, 기아, 사랑, 평화….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또는 우리가 모르는 지구 위의 누군가를 위하여, 다음 세대를 위하여, 지구를 위하여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

나는 로니 에드리의 사랑의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 사회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더 큰 사랑의 포스터를 올리자. 어떤 상황도 평화, 자유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로니 에드리가 만든 한 장의 포스터의 기적이 바로 여러분의 손끝에서 일어날 수 있다.

양현정의 뇌활용 연구실은 문화, 생활, 사회 및 뇌교육에 대한 뇌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격주로 제공합니다. [편집자 주]

글. 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br-m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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