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옥중화>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교도소인 전옥서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옥녀(정다빈)가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부모가 없으니 고아나 다름없지요. 그런데 표정이 참 밝습니다. 옥녀를 보고 있으면 전옥서가 집이고 학교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갖은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의 모인 곳이 맞는가 싶기도 하고요.
특히 옥녀를 가르친 이가 토정 이지함(주진모)이라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기인이 아니겠습니까? 《해동이적》에도 소개된 인물이죠. 우리나라 고유의 선도(仙道)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홍만종(洪萬宗)이 24세 때인 1666년(현종 7)에 펴낸 것입니다. 단군부터 곽재우까지 40명의 전기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통사적 선가 전기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옥녀가 자라는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지하감옥입니다. 이곳에서 채탐인(현재 첩보원)으로 활동하다가 억울하게 구속된 박태수(전광렬)를 만나게 되지요. 그에게 무예를 배우면서 옥녀는 성장합니다. 왜 하필 동굴처럼 어두컴컴한 곳일까요? 어른으로 거듭나는 수행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는 단군의 어머니 ‘웅녀’가 있습니다.
▲ 단군의 어머니, 웅녀 그림이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수도 국조전 천모전에 있다. 웅녀를 하늘의 어머니, 천모(天母)라고 한 점이 주목된다. 국조전 측은 "천모님의 그림은 역사적 고증을 거쳐서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영적 메시지에 의해서 형상화된 작품"이라고 밝혔다.[제공=선교]
고려 승려 일연(一然)은 《삼국유사》에서 환웅의 명을 받은 곰이 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여자로 변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웅씨 족의 웅녀가 동굴에서 수행한 것이죠. 그러니깐 통과의례라고 보면 쉬울 것 같습니다.
조선 학자 이맥(李陌)의 《태백일사》에는 “곰족의 여추장이 한웅이 신과 같은 덕이 있다는 것을 듣고 무리를 이끌고 찾아갔다. 신계의 무리로 받아 달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100일은 거듭남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호녀는 중도 탈락했지만 웅녀는 21일(3.7일) 만에 해냈으니깐요. 근기(根氣)가 남다릅니다. 그러한 어머니 밑에서 단군이 태어났으니, 그도 수행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고려 학자 이암이 펴낸 《단군세기》에는 단군이 마지막에 입산수도했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삼국유사》의 죽어서 산신(山神)이 됐다는 점과 다릅니다.
반면 《광개토태왕릉비》에서 고구려 건국시조인 주몽은 하늘이 보내준 황룡의 머리를 밟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의 아들, 유리왕은 올바른 이치로 나라를 다스렸습니다.(以道興治)
두 이야기를 종합하면 단군과 주몽은 수도해서 신선의 경지에 올랐던 것이 아닐까요? 그러한 문화가 유교와 불교, 도교 이전에 있었던 선도(仙道)입니다. 신라 학자 최치원이 <난랑비서>에서 전한 풍류도(風流道)이고 역사학자 신채호는 선교(仙敎)라고 밝혔습니다. 단군은 선교의 시조가 됩니다.
올해 6월 6일(음력 5월 2일)은 그가 태어난 날입니다. 사실 예수나 붓다처럼 외국 성인의 탄신을 기리는 날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더구나 공휴일로 지정됐으니 무신론자도 모를 리가 없지요. 반면 단군에 관해서는 이 나라를 건국한 국경일, 개천절도 노는 날로 인식하는 실정입니다.
대일항쟁기 상해 임시정부에서 어천절과 개천절은 공식 행사로 치러졌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단군 황조의 뜻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백범 김구 또한 “우리 민족 개개인의 혈관 속에는 다 같이 단군 성조의 성혈(聖血)이 흐르고 있다”고 연설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단군성인의 자랑스러운 후손이라는 뜻입니다.
이암은 《단군세기(檀君世紀)》에서 "왕검의 아버지는 단웅(檀雄)이고 어머니는 웅씨의 왕녀이며 신묘년(辛卯 B.C. 2370), 5월 2일 인시(寅時)에 태어났다" 라고 기록했습니다. 현재 선도문화 단체들이 단군왕검 탄신일로 기리는 근거입니다. 6일을 전후해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물론 외국 성인의 화려한 생일상에 비하면 단군성인의 생일상은 조촐합니다. 뿌리를 잊은 후손을 두었으니 어떡하겠습니까? 제대로 아는 후손이라도 모여서 잔치를 베풀어야지요. 그러면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단군성인의 탄생에는 어머니 웅녀의 수행기가 있었다고 말입니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