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에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전망하고 들려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바로 미래를 대비하고 그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사회시스템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현재의 교육시스템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인공지능의 시대에 교육은 어떻게 펼쳐질지 국내의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꼽히는 정지훈 교수(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에게 들어 보았다.
▲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 이후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래학자로서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우리 삶은 이미 로봇기술이나 인공지능이 없으면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긍정론 부정론을 떠나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옛날 산업시대 때도 그랬다. 러다이트(Luddite) 운동 때 기계를 못 들어오게 했으면 생산성은 여전히 낮았을 것이다. 현재 육체노동에 해당하는 상당수의 많은 부분이 기계로 넘어왔고, 사고하고 결정하는 정신노동과 관련된 일은 인간이 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논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면 인간은 다른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 그렇다면 미래사회에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가 진보하는 데 필요로 하는 문제점을 찾는 것은 결국 인간의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은 결코 문제가 뭔지 찾아낼 수 없다. 문제라는 것의 본질적인 특징은 당사자가 찾아낸다는 것이다. 인간 자체 혹은 인간이 모인 사회의 문제를 찾아낸다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불편하거나 잘못됐다는 것을 생각하고 찾아내야 하는데, 인공지능은 인간의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찾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러 저러한 컨디션에서 찾으라고 명령을 내리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이고 잘못됐는지 찾는 것은 우리가 찾을 수밖에 없다.
- 미래학자로 평소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래와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미래를 맞이하고 미래에 대처해야 하는 세대는 우리 아이들 세대다. 이들이 가까운 미래 세상의 변화에 대해 파악하고, 그런 시대를 준비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미래를 바꾸어 나가는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받은 교육은 그 이전 시대의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금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또 앞으로 20년이 지나야 사회에서 여러 역할을 맡기 시작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20년 후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20년 전 시대의 교육을 받는 것이다.
- 인공지능이 발달한 미래사회에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미래사회에는 답을 내는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찾는 교육이 중요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문제를 찾아내려면 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 인간의 공통적인 믿음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며,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조금 더 포괄적이고 통섭적인 지식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 핀란드에서는 2020년부터 교과과정을 소통(Communication),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력(Collaboration)을 강조하는 주제별 접근과정 '4C 교육'을 한다고 밝혔다
지식전달체계 중심의 교육에서 궁극적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바뀔 때는 교육의 틀이 항상 크게 바뀌었다. 고등교육도 그렇고 기초교육도 그랬다.
농경시대에는 기본 노동력이 중요했고 또 대부분의 사람이 농업에 종사했다. 동양에서는 군자론, 훌륭한 사람이란 무엇이고 덕이란 무엇인지, 계급사회에서 군주로서 아래 사람을 잘 다스리는 것이 학문의 중심이었다. 그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관료 몇 사람이기에 뛰어난 몇 명만 뽑으면 됐다. 서양은 수사학(修辭學)이 제일 중요했다. 자신을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웅변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정치학과 관련된 부분이 제일 중요했다.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규모 작업시설이 생기며 많은 사람이 글을 읽어야 했다. 이로써 자국 언어와 글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그다음에는 정확한 수량 계산을 해야 했기에 수학이 기본이었다. 그러다 국제적 교류가 많아지면서 학문에서 영어의 중요성이 부상한 것은 20세기 이후다.
이렇듯 학문이라는 것은 영원한 게 아니다. 패션이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있었던 학문이라고 해서 대단한 게 아니라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세상의 원리가 달라진다면 학문도 달라질 것이다. 국영수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가능성이커졌다. 영어도 통역기가 발달할수록 불필요해질 수 있다.
▲ 사회 구조가 바뀌면 교육 시스템도 바뀌어왔다.
- 《내 아이가 만날 미래》에서 미래의 인재상으로 '통섭형 인재' '협업 인재' '네트워크형 인재'를 꼽았다
지식을 쌓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문제를 알아내려면 폭넓고 다양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산업사회에는 분업화가 진행됐기에 프로페셔널리즘, 전문가가 중요했다. 전문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컸다. 그래서 해체주의로 갔다. 의학의 경우 내·외과로 쪼개지고 계속 나누어지며 전체를 보는 관점의 약화가 심각해졌다. 특히 문제를 파악하는 데는 굉장히 심각하다.
두 번째로 현재 우리 사회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중요한 시대에는 내 지식을 받아 얼마나 잘 아느냐로 테스트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내가 모르는 사람과 내가 모르는 분야의 사람과 협력을 해야 한다. 협력의 DNA는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못한다. 조직을 구성하고 리더십을 가지고 끌고 나가는 게 중요해졌고, 동시에 인성이 나쁘면 협력도 할 수 없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은 기존의 환원주의적 학문과 크게 다르다.
- 협력, 협동,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인지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할 줄 알고 친구들과 토론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토론이라는 것이 이기기 위한 게 아니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설득력이 있으면 내 의견을 바꾸고 공감하고, 경우에 따라 내가 더 명확하게 안다면 확실히 주장할 줄 알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다독이고 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학교교육은 기본적으로 성적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구조라 협력과는 정반대의 형태다. 나 혼자만 잘되면 돼, 남을 짓밟고 올라가야 되는 시스템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됐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나 혼자 지식을 갖고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가치, 공감과 관련된 능력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
큰 시각을 가지고 지구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착해지고 인간과 공존하기를 원한다면 인간이 먼저 그렇게 돼야 한다. 인공지능도 결국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결국 인공지능도 인공지능을 만드는 인간을 닮아갈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뺏어간다고 걱정하기에 앞서 그 전에 인간부터 공존하고 협력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인간이 못하는 걸 어떻게 인공지능한테 하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이 문제다.
제임스 러브룩의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를 괴롭히는 건 인간이다. 우주의 입장에서 볼 때도 인간이야말로 지구를 파괴하는 존재이다. 지구의 미래를 말할 때 인간을 중심으로 보는 인본주의적 시각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 가이아 이론: 지구와 지구에 사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로서,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것이다. 현재 이 이론은 지구상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인간의 환경파괴 문제 및 지구온난화현상 등 인류의 생존과 직면한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과학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