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혹실드가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에 주목한 이후 ‘감정 관리’가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습니다. 이른바 ‘갑을 관계’로 대표되는 사회 양극화 현상과 맞물린 우리나라에서 감정 노동은 사회를 투영하는 거울이자 극복해야 할 시대적 관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감정’이란 것은 무엇일까요? ‘저사람 참 감정적이야’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일반적인 느낌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감정’이란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런 걸까요? 감정노동자를 위한 감정 관리란 것이 일시적으로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고, 한바탕 웃게 해주는 것만으로 된다고 생각한다면 감정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감정이라고 설명해 놓았고, ‘외부 자극에 대한 단기적, 인지적 반응’이라고도 하고, ‘움직임motion 차원에서 밖으로 향하는 움직임e+motion’으로 기술한 것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했던 지난 세기가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만큼 이제는 감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라는 점입니다.
세계적인 뇌 석학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는 인간 정서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의사 결정은 감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며, ‘판단과 의사 결정 과정에 정서가 주도적으로 개입하며, 인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합리적 결정을 하기보다는 정서적 기억과 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보통 몸이 건강하면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큰 변화가 없지만, 그 반대일 경우에는 감정이 쉽게 요동치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듯이 신체와 정서 상태의 연관성 또한 지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감정’이란 하나의 기제 이면에 인간 뇌의 구조적·기능적 특성들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뇌과학 기반의 두뇌 코칭이 감정 관리에 있어 새로운 흐름이 될 것입니다.
국제영화제 수상작인 힐링 다큐 <체인지>에서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입니다. 내 감정도 내가 아니라 내 것입니다”라고 하며, “하루 수백, 수천 번씩 일어나는 감정이 에너지라는 것을, 그리고 그 에너지가 곧 의식이라는 점을 아는 것이 뇌 활용의 열쇠”라고 제시한 통찰은 많은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이번 호 《브레인》 집중 리포트는 ‘감정 관리, 뇌 안에 답이 있다’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감정을 더 이상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이고도 과학적인 차원으로,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 차원으로 기존 논의의 축이 옮겨가길 바라는 기대감을 담아서 말이지요.

글·장래혁 《브레인》 편집장, editor@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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