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만 하면 순간 이동하듯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기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나 영화를 비롯한 관련 시장도 함께 성장하면서, 매년 1조 원씩 세계시장이 커질 전망입니다..."
지난 금요일(13일) 저녁 뉴스에서 나온 리포팅이었다. 쓰기만 하면 바로 화성탐사를 할 수 있고 몽골 대초원을 달리는 말떼를 볼 수 있다니. 게다가 가상현실(VR) 기계가 그리 먼 미래의 것도 아니다. 삼성은 이미 '갤럭시 VR'을 출시했고 LG전자도 'VR for G3'를 내놓았다. 한 시도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으로도 가상현실을 언제든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TV를 본다는 것은 '상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였다. 운전자 없이 알아서 운전하는 자동차는 그야말로 SF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상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DMB로, 인터넷으로 TV를 본다. 이미 운전자 없이 주차가능한 차량은 개발되었으며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차량의 출시도 머지 않은 일이다.
기술 발달 속도가 인간의 진화 속도를 훨씬 앞지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계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수준에 이르자 일부 과학자와 IT기업 CEO들이 인류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완전해진 인공지능(AI, Artifical Intelligence)은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Elon Musk)는 "인공지능은 핵무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인간이 디지털 초지능을 위한 생물학적 장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로 소프트 사(社)의 빌 게이츠도 이러한 경고에 동참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방향은 동일하다. 앞으로의 과학 기술 개발은 오직 '긍정적인 목표'를 위해서만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않은 연구는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한 가지다. 긍정적이지 않은 목표를 가진 연구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그 기준은 어떻게 만들 것이며, 어떻게 그 기준을 지킬 것인가? 그 답은 유엔(UN)도, 전쟁을 통한 무력 진압도, 돈을 활용한 경제 제재도 아니다. 답은 바로 사람 안에 있는 양심에서 찾아야 한다.
이 무슨 뚱딴지같으면서도 싱거운 답이냐 할 것이다. 그런데 결국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결국은 사람이 스스로 양심에 따라 바르게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이는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한민족의 건국신화라 할 수 있는 마고성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마고성에 사는 인간은 모두 '신과 같은 성품(神性)'을 갖고 있었다. 자재율(自在律)이 있어서 인간 됨됨이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완성을 향하는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오미의 화(백소씨족의 지소씨가 포도를 먹고 다섯가지 맛五味을 알게 된 사건)'를 계기로 인간의 조상들이 존재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자재율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서 세상이 와해된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 모두 신과 같은 성품을 회복합시다! 자재율을 되살립시다!"라고 하여 그리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당장 "인간다움을 회복합시다! 사람답게 생각하고 양심적으로 선택합시다!"라는 말은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는가.
기술 발달이 인간의 진화를 훨씬 앞지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가치가 중요해진다. 기계가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다운 선택, 인성이 회복된 존재가 더욱 귀한 이유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