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골프, 당구, 바둑에서 최근 핫 채널로 부상한 힐링명상에 이르기까지. TV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특화된 채널을 300여 개나 갖추고, 국내 N스크린 서비스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는 에브리온TV 권기정 대표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 에브리온 TV 권기정 대표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N스크린 방송’이란 무엇입니까?
2000년대 초반 TV와 PC가 연결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크게 변화가 일어났고, TV에서 보던 것이 PC로 옮겨오고, 그러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이 나오면서 스크린을 다양화했다는 측면에서 ‘멀티스크린’ 혹은 ‘N스크린’이란 표현을 씁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스크린을 통해 방송을 접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국내 N스크린의 태동부터 함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오래 다녔는데 2006년 CES 전시회에 출품된 인터넷TV를 접하면서 무엇인가를 보는 개념이 바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처럼 채널을 갖춘 TV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상의 콘텐츠가 TV로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모바일에서 동영상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나온 것이 스마트 기기입니다. 제가 CJ헬로비전에 근무할 당시 PC에서 ‘헬로티비아이’를 기획했고, 모바일로 가는 로드맵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현재 대표적인 N스크린 서비스인 ‘티빙tving’입니다.
▲ 에브리온TV 캐스트를 연결하면 TV화면으로 에브리온TV의 300여 개 채널을 바로 볼 수 있다.
에브리온은 티빙과 달리 무료 방송을 채택하고 있는데?
미국 최대 동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경우는 유료 서비스입니다. 미국에서는 비디오 대여점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어 온라인 모델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정착이 쉬웠습니다. 국내에서는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이 워낙 높다 보니 콘텐츠 비용을 주고는 사업화를 할 수 없어서 종편 4사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채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현재 에브리온TV의 수익 모델은 첫 번째가 광고, 두 번째가 오픈 채널입니다. 기본적으로 에브리온TV는 보는 사람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비용을 내는 ‘부가가치 모델Value’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소비자에게 24시간 실시간 무료 방송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개설한 ‘체인지TV’ 같은 힐링명상 전문 채널의 경우 불과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Fan이 5,000을 훌쩍 넘었습니다. 제가 희망하는 것은 1만 명, 10만 명이 보는 채널 100개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이름을 ‘매스마니아’ 채널이라고 붙였습니다. 즉, 마니아를 위한 채널인데, 마니아는 소수를 뜻하지만 ‘매스마니아’는 마니아층이 많은 것을 말합니다. 그런 채널이 늘어나면 광고 수익이 늘어나 내년 하반기 정도면 파트너들과의 수익 공유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에브리온TV 캐스트’를 출시했는데 어떤 서비스인가요?
‘캐스트’는 USB 모양의 동글을 TV에 꽂기만 하면 가정의 일반 TV에서 에브리온의 300여 개 채널을 곧바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에브리온 측은 지난 2월 ‘에브리온TV 캐스트’를 국내 처음으로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구글이 ‘크롬캐스트’를 출시한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5월 출시되었다.)
‘에브리온TV 캐스트’를 TV에 꽂으면 에브리온 채널이 나오는데, 구글캐스트도 거기까지는 동일하지만 ‘미러캐스트’ 기능이 없습니다. 보통 스마트TV에는 ‘올 셰어’ 기능이 있어 스마트폰에 저장된 것을 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러캐스트’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것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 자체에서 동작되는 것이 TV로 보여지는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를 보면 그 화면이 그대로 나오고 동작을 하지 않으면 TV에서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러링Mirroring’입니다.
▲ 미러캐스트 기능을 통해 연결된 하단 스마트폰 화면이 TV에 그대로 나오고 있다.
캐스트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아직은 미미하지만 다양할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체인지TV 방송’을 보고 싶다면 크게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에브리온TV 웹사이트에서 보는 방법, 두 번째 스마트폰에서 보는 방법이 있지요. 이 경우 기본적으로 데이터 부하가 발생합니다. 세 번째가 캐스트를 활용해 TV에서 보는 형태입니다. 화면이 크기 때문에 힐링명상 같은 방송의 경우 더욱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수요가 충분하다면 기존 캐스트 기능을 추가해, 채널을 찾지 않고 ‘체인지TV’로 바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캐스트가 무엇보다 좋은 것은 ‘휴대용’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캠핑카의 경우 보통 TV가 설치되어 있으니까, 통신은 스마트폰으로 하고 TV를 통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골에 갈 경우도 스마트폰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미러링’ 기능을 통해 TV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강연이나 브리핑의 경우 빔프로젝트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빔프로젝트에는 HDMI 채널이 있어 거기에 ‘에브리온 캐스트’만 꽂으면 됩니다.
언급하신 ‘체인지TV’가 지금은 Fan 6,000을 넘었는데, 힐링명상 채널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저도 아침마다 운동을 하는데, 5년째 스트레칭과 요가를 합니다. 제게 제일 좋은 것은 ‘호흡’입니다. 해본 사람은 확실히 좋다는 걸 느낍니다. 저도 ‘체인지TV’ 개국부터 지금까지 쭉 보는데, 특히 중·장년층이 따라 하기 좋은 콘텐츠가 무척 많습니다. ‘캐스트’ 기능을 활용해 TV 같은 큰 화면으로 보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방송과 연계한 마케팅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에브리온TV에는 상담 전화, 쿠폰, 주문하기 등 다양한 ‘구매하기’ 기능이 있어 모바일 구매 페이지만 있으면 바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백화점 채널들은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이나 오프라인과의 시너지로는 어떠한 점이 있을까요.
힐링명상의 경우 특히 ‘체험’이 중요한데, ‘온포인트’나 ‘푸시 메시지’를 통해서 가까운 센터에 가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요즘 ‘옴니 쇼핑’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인터넷에서 주문하고 물건은 오프라인에서 찾는 것을 말합니다. 힐링명상 용품 주문은 스마트폰이나 웹사이트에서 하고, 수령은 오프라인 힐링센터에서 찾게 하면 됩니다. 이럴 경우 힐링센터를 방문했을 때 다른 상품이나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물건 판매의 목적뿐만 아니라 직접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독자들을 위해 에브리온TV 서비스의 다른 좋은 기능을 설명해주신다면?
에브리온TV에 방송 채널을 개설하게 되면 우선 영상을 만드는 목적성이 명확해집니다. ‘방송’이라는 관점에서 제작하고 만들어진 영상은 원소스 멀티유즈로 쓰일 수 있고, 에브리온이 제공하는 인프라를 통해 쉽게 편성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방송 채널 운영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저는 ‘체인지TV’에서 명상음악 채널을 하나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에브리온TV에서 음악 채널을 운영하는데 ‘최신 히트 가요’ 등에서는 최신곡을 언제든 들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특히 ‘라디오 모드’가 있어 오디오만 들을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양이 줄어 배터리 소모도 적어 인기가 많습니다. 요즈음은 화면을 켜고 있으면 딱지를 떼니까^^ 힐링명상 콘텐츠도 ‘라디오 모드’를 통해 음성 모드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인데, 평소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회사에 도착하면 대략 40분 동안 호흡하면서 요가와 스트레칭을 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골프 스윙도 하고 사이클도 타고 근력운동도 병행합니다. 보통 저녁에는 시간이 잘 나질 않아 아침 시간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 5년 동안 호흡을 중점적으로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전진형’ 성향이라 옛날에는 지난 간 것에 대해 미련을 많이 가졌는데 요즈음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게 아침마다 운동하고 호흡하면서 좀 체질화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하셨다가 IT 분야를 거쳐 방송으로 옮기셨습니다. 분야가 많이 바뀌었는데. 어떻게 극복해오셨나요?
학교와 연구소에서 10년 있다가, 1996년 삼성SDS를 시작으로 SK, CJ를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공부를 하다가 개발 분야, 방송을 거쳐 지금의 N스크린까지 온 셈인데, 어차피 사회생활이란 제 입맛대로 할 수 없습니다. 학교를 떠날 때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 시작을 했고, 새로운 분야를 제안받고 한번은 거절했는데 결국은 받아들이면서 이왕이면 즐겁게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선택했으니까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합니다.
또 운이 좋았던 것은 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던 때라 누구나 동일선상에 서 있었습니다. 제가 아날로그 방송 분야에는 문외한이었지만, 디지털 방송에서는 모두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 운도 따랐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디지털로 바뀌던 당시 ‘지식 경영’ 붐이 일어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던 때라, 인터넷을 뒤지면 다 나왔습니다. 6개월 동안 밤낮으로 매달리며 인터넷 덕을 많이 봤습니다. 자료만 잘 찾을 수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편입니다.
▲ 권기정 대표가 최근 출시된 TV를 통해 에브리온 채널을 쉽게 볼 수 있는 '에브리온 TV 캐스트'를 보여주고 있다.
여러 분야를 거치시면서 두뇌 관리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을 것 같습니다.
물리학이 좋은 점은 사람이 논리적으로 사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직관’이라는 게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물리학 문제를 쭉 고민하다 보면 결국 해답에 도달하는데, 다시 돌아보면 보다 쉬운 방법을 찾게 되는 식입니다. 그런 것을 고민하다 보니 우리가 ‘감’ 혹은 ‘촉’이라고 하는 면에서 좀 유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뭘 따져보는 것도….
그리고 제가 항상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어떤 일을 하다 막혔을 때 거기에서 헤매면 웬만해선 뚫고 나가기가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서 내가 가려던 목표가 어디였고, 내가 왜 가고자 했는지 생각해보면 다시 갔을 때 금방 돌파할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게 ‘막히면 원점으로 돌아가서 보거나, 옆에 사람한테 빨리 물어봐라’입니다. 보통 자기가 작성한 문서에서 오탈자 찾기가 참 힘든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옆사람이 보면 바로 나옵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훈수 9단’이 있는 것처럼 제3자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N스크린 시장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에브리온TV 권기정 대표. 매일 아침 운동과 호흡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CEO, 여러 분야를 거치면서 형성된 변화에 대한 두려움 없는 내면의 의지가 남다르게 느껴진 인터뷰였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의 사무실 한편에 쓰인 문구에서 에브리온TV의 지향점이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채널,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N스크린 TV.’
인터뷰 및 정리. 장래혁 편집장 editor@brai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