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책은 다문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칼럼] 정책은 다문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다문화사회에서의 공존, 인간 뇌를 보라 - 01

브레인 41호
2013년 09월 28일 (토)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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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 이후, 지구는 하나라는 모토 아래 지구촌시대가 도래하였다. 지난 20세기가 이념을 중심으로 양분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러나 지구촌 시대는 그 자체로 양면성을 나타낸다. 한편에서는 국가와 집단, 개인 간의 상호의존성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자본과 노동, 결혼, 교육의 이주까지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경을 넘는 자유로운 이주의 증가 역시 한 국가 안에 다양한 문화 간의 충돌과 갈등을 야기한다.

또한 인종과 민족, 문화와 종교를 중심으로 한 국지적 갈등도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문화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가능할까? 만일 가능하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정책은 다문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다문화사회는 다양한 문화의 공존, 우수한 인재 및 노동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전체 인구 비중 가운데 외국인 비중의 급격한 증가를 경험한 서구 사회의 경우 인구 노령화와 이민 인구 증가에 따른 세대 및 문화통합이야말로 사회 통합의 핵심 과제라는 점이 제기되어왔다.

또한 한 사회 내에서 이주 인구의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다문화 간 갈등은 후기 근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사회적 응집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문화라고 하는 사회 현상의 출현에 대하여 관련 정책을 통한 대응으로 다문화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미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한 서구의 경우 여러 관련 정책을 실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주류 사회와의 마찰과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례로 2005년 프랑스의 국가 비상 사태를 불러온 인종소요 사태는 이주민들의 사회적 배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극대화되어 국가적 분열과 위기를 낳은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다문화사회에서 요구되는 사회 통합이야말로 이주민과 내국인 간의 쌍방향적 소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문화사회에서 사회적 관계의 소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상기시켜준다.

사회 통합을 향한 이상적(理想的) 사회관계의 역설

다문화사회에서는 이주자 개인의 적응도 매우 중요하지만 인구 구성의 다양화에 적합한 사회 질서 형성과 사회 통합 모색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다문화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 통합 유형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주류 사회의 개방성과 포용력을 전제로 하며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낮을 때 가능하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문화사회의 사회 통합은 이주민만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주민과 주류 사회성원들 모두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적응할 때 즉, 쌍방적일 때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다문화에 대응하는 국가별 대응책은 상이하나 기본 방향은 하나이다. 즉, 이주민과 주류층 간에 어떻게 통합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통합을 이루어내기 위한 가장 이상적 이념이자 정치철학으로 간주되어 왔다. 통합으로서의 다문화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그 속에서 통합성과 단일성 추구를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다문화주의를 정책적으로 표방했던 대표적 국가인 네덜란드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이 최근 다문화주의로부터 점차 벗어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다문화주의가 사회 통합을 가져오기보다는 분리와 분열을 가져온다는 비판적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던 국가들이 다문화주의에서 점차 후퇴하는 것은 무엇보다 문화적 다양성의 강조가 인종, 민족에 따른 분리주의를 양성하여 통합을 어렵게 하고 이주민들을 주변화하며 사회적으로 배제하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적인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rbermas는 다문화사회와 같은 복합사회의 결속을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규제 형태, 제도적으로 확립된 갈등 조정과 상호 이해의 절차야말로 필수조건임을 주장한다. 하버마스는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생활 세계 내 합리적 의사소통의 활성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하버마스가 제시한 이상적 의사소통 상황에는 언어와 권력의 은밀한 결합이 내재되어 있기에 평등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이상적 의사소통은 허구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결정에 대하여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더 많은 의사소통이 반드시 더 나은 의사소통을 의미하지도 않을 뿐더러, 갈등의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의사소통의 증가 상태는 역으로 잠재적인 갈등의 여지를 드러내 보여주거나 갈등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의 공공영역이 민족집단이나 소수집단, 사회운동에 의해서 큰 분열을 경험하고 있을 때에도 다문화 논쟁들이 터져나오는 것을 보곤 한다. 다양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갈등이 폭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문화사회에서 상호이해와 소통, 공존은 실제로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글·오화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휴먼서비스학부
다문화사회복지전공 교수 hyoh@gw.globa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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