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정확히 해 뜰 무렵 스님은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좁은 길을 따라 산 꼭대기에 있는 절까지 올라갔다. 빨리 발을 옮기기도 하고 천천히 쉬엄쉬엄 가기도 하며 때때로 멈춰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스님은 절로 올라갔다. 그는 절에서 며칠간의 단식과 명상을 가졌다.
수양을 마친 며칠 후 이번에도 정확히 해가 뜰 무렵 스님은 절에서 나와 산을 내려왔다. 빨리 걷기도 하고 천천히 걷기도 하며 내려왔다. 물론, 때때로 길을 멈춰 쉬기도 했다. 스님이 산을 내려오며 지나온 곳들 중, 몇 일전 산을 올라갔을 때 정확히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지나쳐간 곳이 있을까?
스님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지나쳐간 곳이 있을까? 설명할 수 있겠나? 이 문제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수학적으로 증명하려고만 한다면 이 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이 문제는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머리 속에 산을 올라가는 스님을 상상하며 동시에 산을 내려오는 스님을 상상해보자.
같은 시간에 올라가고 내려오고 했기 때문에, 스님이 두 명이 되어 한 명은 올라가고 한 명은 내려오는 것을 상상해보는 거다. 둘이 서로 다른 속도로 걷거나 누군가가 때때로 앉아서 쉬더라도 둘은 산길 어느 곳에서는 만나게 되어있다. 그들이 만났다는 것은 정확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질문의 대답은 ‘그런 곳이 있다’가 답이다. 만화와 같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아인슈타인이 이야기한 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한 이유다.

글. 박종하 박종하창의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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