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평화를 실현하는 기술로서의 가치
3월부터 뇌교육과 지구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새로운 강의를 시작했다. 2015년, 지구경영학과 개설을 앞둔 포럼에서 당시 이 학교의 총장이던 이승헌 한문화학원 이사장은 뇌교육이라는 학문을 통해 이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구경영학의 탄생을 알렸다.
이를 기조로 삼아 이번 학기의 뇌교육학과 지구경영학을 잇는 핵심 키워드를 ‘평화’로 설정했다. 뇌교육을 개인의 차원에서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뇌교육학은 주로 역량 계발이나 두뇌 활용의 관점에서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뇌활용’이라는 개념이 낯설었던 초기 단계에 뇌를 생물학적 대상에서 활용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고자 하는 선택이었다.
이제는 뇌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 즉 평화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기술로서의 가치를 확산할 때가 되었다. 이미 2008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뇌교육 국제컨퍼런스’에서 뇌교육은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평화 기술(Peace Technology)’로 공식 제안된 바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국제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에 대한 갈망을 고조시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지탱해 온 다자간 협력 체제가 와해되고, 강대국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 무력행사를 서슴지 않는 ‘가혹한 현실주의’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최근 유엔 총회에서 핀란드의 알렉산데르 스투브 대통령은 ‘가치 기반 현실주의’를 역설하며, 소수 강대국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국제법과 규범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거버넌스 개혁을 촉구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 또한 다보스 포럼에서 현재의 위기를 단순한 변화가 아닌 ‘단절(Rupture)’로 규정하며, 중견국들이 연대하여 스스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결국 강대국들의 ‘메뉴판에 오르는 식재료(If you’re not at the table, you’re on the menu)’가 될 것이라는 날 선 경고를 던지기도 했다. 이러한 각자도생의 정치는 결국 국민의 의식 수준을 투영하며, 한 나라의 국민이 공생의 가치를 중심으로 리더십을 심판할 수 있는 판단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뇌교육의 해법
정치적 위기는 기술적 혼란과 결합하여 우리를 더욱 깊은 불확실성으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이른바 포스트트루스post-truth, 즉 사실보다 감정과 신념이 진실을 압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객관적 사실(Fact)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사실 자체를 창조하고 인간의 경험을 매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판단과 의미 부여의 주도권을 AI에 위임하게 되면서 인류는 지적·인식적 판단 능력을 상실하는, 이른바 ‘인식적 투항(Epistemic Surrender)’의 위협에 직면했다.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성찰적 판단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평화는 단순히 충돌의 부재나 정지된 상태가 아니다. 개인에게는 내면의 감정과 생각이 화해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사회적으로는 대립하는 개체들이 더 큰 통합적 가치로 승화되는 역동적 상태이다. 뇌교육학은 이러한 평화의 실천을 위해 인간 뇌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서 해법을 찾는다.
그 핵심은 ‘나의 뇌는 본질적으로 평화를 추구함을 선언합니다’라는 〈뇌 선언문〉에 담겨 있다. 이는 고대 한민족의 철학인 ‘자성구자 강재이뇌自性求子 降在爾腦(《삼일신고》 ‘신훈’편) 정신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본성에서 구하라, 이미 너의 뇌 속에 내려와 있다’라는 가르침은 만물이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다는 공생의 감각이 우리 뇌에 이미 내재해 있음을 일깨운다. 우리의 선조는 지감止感·조식調息·금촉禁觸이라는 수행을 통해 이 감각을 회복하고,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이상을 현실 속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힘
뇌교육학은 이러한 수행법을 ‘뇌운영시스템(BOS, Brain Operating System) 5단계’로 현대에 맞게 체계화했다. BOS는 우리 뇌를 올바르게 변화시키고 활용하는 뇌교육의 원천기술이다. 1단계 ‘뇌 감각깨우기(Brain Sensitizing)’부터 5단계 ‘뇌 주인되기(Brain Mastering)’에 이르는 과정은, 외부의 정보에 휘둘리는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나 정보를 객관화하고 평화의 가치에 따라 정보를 선택하고 창조하는 ‘정보의 주체’로 거듭나는 훈련이다. 절대화된 신념 체계, 종교관, 정체성 등이 뇌가 창조한 ‘정보’임을 체험적으로 깨닫고 평화를 위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뇌교육의 국제적 확산이 어떻게 평화의 가치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나가고자 한다. 학문적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으나, 지구경영이라는 원대한 비전 아래 학생들과 함께 나눌 성찰과 도약의 시간들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글_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지구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