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양의 뇌 이야기] 우울증이 몸의 통증으로 나타날 때

[닥터 양의 뇌 이야기] 우울증이 몸의 통증으로 나타날 때

명상을 통해 우울증이 개선되는 핵심 원리

이유 없는 통증은 뇌가 보내는 스트레스 신호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몸이 아파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 20대 학생이 이유 없이 계속되는 근육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해봐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답답함 속에서 헤매던 그는 결국 명상을 시작했고, 놀랍게도 그때부터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을까요? 바로 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저는 가벼운 우울증이 몸으로 나타나는 신체화 증상을 겪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울증은 마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울증은 두통으로 오기도 하고 만성 피로, 소화불량, 근육통, 수면장애처럼 몸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부분 내과나 정형외과를 전전하게 되는데, 이는 사실 뇌가 보내는 스트레스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


우울증과 관련된 뇌 영역을 조절하는 명상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우울감이 생기고, 몸의 염증 수치와 통증 민감도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우울감이 깊을수록 몸의 통증도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상은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바꿀 수 있을까요?

먼저 명상은 지금 자신이 겪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감각을 키워 줍니다. 그러면 뇌가 현재의 상황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이나 통증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실제로 이 분야의 관련 연구들은 명상이 청소년, 성인, 임산부,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우울 증상을 줄여 준다는 결과를 꾸준히 보고하고 있습니다. 

명상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 명상은 우울증과 관련된 뇌의 여러 영역(전전두엽, 기저핵, 전·후방 대상피질, 두정엽 등)을 조절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몸의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향상되었는데, 예를 들어 호흡이 빨라졌는지, 심장이 두근거리는지, 몸이 긴장했는지 등의 신호를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게 합니다. 

명상은 어떻게 우울증을 완화하는가

명상을 하면 정서를 조절하는 뇌 영역과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뇌 영역의 기능이 향상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건강한 사람, 우울증 환자, 또 다른 정신질환 환자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명상의 또 다른 효과 중 하나는 주의 과정을 향상시킨다는 것입니다. 주의 과정이란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하고, 그 주의를 유지하거나 다른 곳으로 전환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동료와의 갈등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던 A씨가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업무에 주의를 돌려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주의 과정입니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상태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에 주의가 고정되고, 전환이 잘 안됩니다. 이럴 때 명상은 주의 전환 스위치가 다시 잘 작동하도록 도와줍니다. 즉, 마음을 현재로 되돌리는 힘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의 과정과, 자기 인식에 관련된 뇌 영역을 변화시키는 것이 명상을 통해 우울증이 개선되는 핵심 원리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뇌기능의 변화는 우울 증상의 호전과 맞물려 나타난다고 보고됩니다. 

과도한 자기 반추를 멈추다

우울증의 특징 중 하나는 과도한 자기 반추, 즉 머릿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 반복해서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인지신경과학에서는 뇌의 여러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는 패턴을 ‘네트워크’라고 부르는데, 그중에 샐리언스 네트워크Salience Network(SN, 현저성 네트워크)라는 것이 있습니다. 

샐리언스 네트워크는 외부 세계나 내부 신체에서 들어오는 자극 중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는 정보를 찾아내고 걸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판단하는 뇌의 알람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 상태에서는 이 샐리언스 네트워크가 부정적 생각에 과도하게 반응해서 그 생각을 계속 붙잡게 만듭니다. 또 설회(대뇌 후두엽 안쪽에 위치한 혀 모양의 이랑)라고 하는 뇌 영역은 부정적 기억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도 반추에 깊이 관여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명상 기반의 인지 치료가 이 샐리언스 네트워크와 설회의 연결을 감소시켰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능력의 향상을 통해서 나타났습니다. 즉 뇌의 부정적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표시되지 않게 됨에 따라 반추로 이어지는 신경회로가 약해지고, 주의가 다시 몸 감각으로 돌아오면서 결국 반추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는 곧 우울감의 완화로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명상은 뇌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며, 주의 조절력을 높임으로써 반추의 악순환을 끊어 줍니다. 하루 5분이라도 자신의 호흡과 몸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몸이 지금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조금씩 알아채기 시작할 것입니다.

글_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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