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게 살기를 희망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장수(長壽)가 아니라,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인 장생(長生)을 꿈꾸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생을 위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져야 할까?
신체활동과 근력, 언어와 의식, 사회적 관계, 식습관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칼럼을 통해 이 요소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기로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장생을 위한 근육의 힘에 대해 고찰해 본다.
신체 근육의 힘을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는 손의 힘, 즉 악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악력은 상반신 근력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된다. 그런데 악력은 단순히 상반신 근육의 힘을 대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인지 능력과도 연관이 있다 (Zammit 2019). 정상적인 노화에서도 뇌의 전체 용적이 감소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며, 악력 역시 줄어든다.
708명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악력과 인지 기능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악력이 클수록 네 가지 인지능력 (언어 능력, 공간 능력, 처리 속도, 기억) 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Sternang, 2016).
또 다른 연구에서도 60세 이상 성인 남성 2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악력이 강할수록 인지기능 (정신 운동 기능, 주의력, 시각 학습, 작업 기억)이 더 뛰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Sui 2020). 즉, 근육의 힘이 클수록, 뇌의 인지기능도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근육의 힘과 인지 기능 간의 연관성을 더욱 뒷받침하는 대규모 연구가 2022년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영국의 성인남녀 190,406명 (평균 나이 56.5세)을 대상으로 악력과 치매, 인지 기능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에서 악력이 유동지능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 전망적 기억 (미래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능력), 그리고 치매 (특히 혈관성 치매) 진단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uchowny, 2022). 이 연구는 특히 중년 성인의 근력 향상이 신경인지적 뇌 건강을 지원하고,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근력 운동은 심혈관 기능을 향상시켜 뇌로 가는 혈류와 산소 공급을 증가시키며, 신경영양인자의분비를 촉진하여 뇌가소성을 높이고 학습과 기억력을 강화한다. 또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신경전달물질의 균형 잡힌 분비를 도와 기분 조절, 집중력, 주의력을 향상시키며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여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일상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 근력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을 볼 때나 출퇴근 시 무거운 가방을 드는 것은 악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턱걸이는 상체 근력을 효과적으로 키우는 운동으로, 등, 팔, 어깨, 코어 근육을 단련하여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턱걸이가 어렵다면, 철봉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도 악력과 등, 어깨, 팔 근육, 코어의 힘을 강화할 수 있다. 팔굽혀펴기는 상체 근육을 전반적으로 발달시키며, 동시에 복부와 허리 근육을 단련하는 데 효과적이다. 스쿼트는 하체와 코어 근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운동으로, 전신 근력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 뼈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저항 밴드를 활용한 근력운동 등 안전한 방법으로 운동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낙상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꾸준한 근력운동은 장생을 위한 최고의 보약이다. 근력운동을 더욱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일상을 장생에 적합한 라이프스타일로 디자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Zammit AR et al. (2019) “Associations Between Aging-Related Changes in Grip Strength and Cognitive Function in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A, 74(4): 519–527,
Sternang O et al. (2016) “Grip Strength and Cognitive Abilities: Associations in Old Age” 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B, 71(5): 841–848
Sui SX et al. (2020) “Muscle strength and gait speed rather than lean mass are better indicators for poor cognitive function in older men” Scientific Reports 10: 10367
Duchowny KA et al. (2022) Associations Between Handgrip Strength and Dementia Risk, Cognition,
and Neuroimaging Outcomes in the UK Biobank Cohort Study. JAMA Network Open. 5(6):e2218314.
글. 양현정
분자신경과학분야를 전공하였고, 현재, 명상과 같은 심신중재가 정신-신경-내분비계에 미치는 영향과 기전 규명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도쿄공업대학(현 도쿄과학대학) 학/석/박사,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학과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