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0편] 인지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0편] 인지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미술치료라 하면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고 활동을 통한 작업의 개념을 대부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지와 메타인지의 주요한 과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치유의 시발점이 생기고 변화의 기회를 만나고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인지[認知]는 사전에 ‘어떤 사실을 인정하여 아는 것’이라 한다. ‘인식한다, 식별한다’ 와는 다소 구별되며 알아차리게 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가 질문을 통해 내가 사고하는 것을 되짚어보고,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관찰하고, 그러한 사고의 경로를 파악하는 것을 메타인지라 한다. 그 절차에서 알고 있는 것을 인정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확인하기도 하며 그것으로부터 문제와 방안을 살피게 된다.


# 인지적 접근 미술치료
 

▲ ▲ 인지치료 기반 임상미술치료(Clinical Art Therapy based on Cognitive Therapy: CAT-CT)

미술치료와 인지치료의 통합적 접근은 생각을 시각화하여 바라보고 표현물을 통해 다시 사고[思考]해보고 생각을 재구성함으로써 마음의 변화를 살피는 긍정적 역할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당신의 마음이 어때요? 라는 질문보다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라는 질문에 조금 더 수월하게 답을 찾을 수 있다.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것을 이미지화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사고에 대해 인지적으로 다가가면, 엉켜있는 실타래의 시작점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부터 풀어나갈 수 있게 된다. 

Cohen(2003)은 환자의 행동, 태도, 실제 삶을 바꾸는 것보다 그림에서 이미지에 변화를 주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그림에서 이미지를 바꾸어 보는 경험이 실제 삶에 변화를 만들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하는 출발점이 된다고 한다. 

Geller(1982)와 Rubin(2005)는 환자의 잘못된 인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게 하고 그것을 인지적 행동적 전략들과 결합하게 하였을 때 환자의 우울증에 도움을 줌으로 미술치료와 인지치료의 연합을 제안한다. 미술치료의 시각적 이미지에 언어적 보완이 이루어질 때 환자의 자기 인식과 자기실현의 효과가 큼을 알 수 있다. 

밝은 생각이 좋은 마음을 갖게 하고 그럼으로써 우리 몸의 생리적 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몸과 마음,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것이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인지적 접근 미술치료라 할 수 있다. 아래 두 명의 다른 환자의 작품으로 이해를 돕는다.
 

▲ ▲ 예시 1. 자화상

‘그릴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늙은 노인의 모습이네요. 할아버지 같아요. 60대 후반의 모습인가. 지금 나의 모습을 보고 그렸는데, 제가 이렇게 저를 힘없게 느끼고 있었나 봅니다. 이건 미래의 모습알테니 지금 어떻게 마음먹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겠죠. 다시 젊고 활발해졌으면 좋겠네요.’ 

30대 후반의 젊고 잘생긴 인기가 많은 환자분이었으나 스스로가 이렇게 나이 든 모습을 그릴 줄 몰랐고 그림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며 ‘후년의 당당할 나의 모습’이라 제목을 지었다. 의기소침하고 외모에 창피함이 있었으나 자신감을 가지고 희망을 품었다.
 

▲ ▲ 예시 2. 지금의 나 미술치료 전과 후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 문을 열면 바로 내리막이 있을 것이고 암담할 듯하다. 떨어지면 죽겠죠. 내 인생이 지금 이러하다. 열심히 해봐야 미래는 없는 것 같다.’ 그림으로 표현된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나누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길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아픈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생각을 공유하며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환우들, 가족들, 교인들, 많은 사람과 함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헤쳐가 보련다.’ 혼란스럽고 답답한 마음에서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 마음으로 옮겨졌다. 

미술치료에서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정서들을 표현하게 되고, 그것들을 치료사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Baer(2004)는 미술치료의 중요한 역할이라 하였다. 가지고 있는 어두운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그 생각을 나누고 정리함으로 생각이 밝아지고 그럼으로써 좋은 감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인지 미술치료의 힘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지면, 생성된 긍정의 생각과 마음은 유지될까? 유지되게 지키는 방법은 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좋은 감정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잠시 후에는 사라진다. 따라서 유지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때그때 생각과 마음을 체크하고 밝음을 채우는 방법, 알아차림의 방법으로 좋은 생각과 마음이 달아나지 않게 관리하는 방법이 중요한 것 같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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