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의 힘, 플라시보와 노세보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유튜브 채널과 함께하는 뇌 이야기

브레인 91호
2021년 12월 30일 (목)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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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은 마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준다. ‘내가 기쁘게 해주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인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제를 심리적 효과를 얻기 위해 환자가 의학이나 치료법으로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얻는 기법이다.

의사가 효과가 없는 가짜 약 혹은 꾸며낸 치료법을 환자에게 제안했는데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할 수 있다. 


▲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유튜브 채널 ‘플라시보 효과에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편


플라시보 효과는 우리 생활에 어떻게 이용될까?

플라시보 효과는 광고 마케팅에 잘 이용된다. 피로 회복제인 ‘박카스’가 히트한 이후로 사람들은 이 음료의 쌉쌀한 맛이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약제의 맛이라고 생각했고, 이후로 다른 피로 회복 음료들에도 구연산이 첨가되고 있다.

대부분의 의약 보조 제품이나 화장품 광고들도 플라시보 효과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치아 건강, 잇몸 건강에 직접적인 효능이 입증된 사실이 없음에도 광고에서는 그런 암시를 사용해 이 같은 제품을 사용하면 구강 건강이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화장품 광고도 주름 개선, 미백, 안티에이징 같은 효과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데 주력한다. KBS 스폐셜 ‘화장품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진실’ 편에서 고가 화장품과 저가 화장품의 효능 차이 인식에 플라시보 효과가 있는지를 실험한 적이 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색상과 향만 다르게 조정하고 이 밖의 성분 배합은 똑같은 두 제품을 사용하게 한 뒤, A는 저가이고 B는 고가라고 소개했다. 그 결과, 두 제품의 효능이 똑같음에도 참가자들은 전원 B 화장품이 보습이나 피부 개선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응답했다.


▲ 플라시보 효과는 약효가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이라 속여 환자에게 복용케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말한다. (사진 출처: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유튜브 채널) 


긍정적 마음가짐의 힘, 플라시보 효과

2차 세계 대전 중 헨리 비처는 부상자들에게 처치할 모르핀이 부족해 식염수를 모르핀이라 속이고 치료에 사용했는데, 이 경우에도 평균적으로 환자의 35.2%가 유의한 호전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표했다.[1]

모든 처방을 플라시보로 한 경우에 80%만 플라시보 처방을 한 경우보다 증상이 훨씬 더 많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 사례(Moerman, 2006)와 180명의 무릎 골관절염을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치료 수술과 플라시보 수술을 나누어 진행했음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는 사례(Moseley 외, 2002), 플라시보 위약을 처방하며 이 약이 가짜 약이라고 알려주었음에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증상의 더 개선된 사례(Kaptchuk 외, 2010)가 있다.

또한, 퇴행성 무릎 관절염으로 만성 통증을 겪고 있는 95명을 대상으로 진짜 또는 가짜 진통제를 투여하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 가짜 약이 투여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우측 중전두회(mid-frontal gyrus)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로 통증이 크게 줄어든 사례(Marwan Baliki 외, 2016)[2]들이 보고되면서 플라시보 효과를 이용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부정적 마음가짐의 힘, 노세보 효과 

‘플라시보 효과’가 긍정적 믿음에서 비롯한 심리 현상이라면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는 부정적 믿음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것이 해롭다는, 혹은 자신이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원인에 노출되어 있다는 자기 암시나 믿음이 실제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1950년대 포르투갈 리스본의 항구에 도착한 선박의 냉동창고에서 한 선원의 시체가 발견됐다. 그 배는 영국의 항구에서 와인을 하역한 후 되돌아온 선박이었다. 하역 작업 후 동료 선원의 실수로 냉동창고에 감금된 그는 엄청난 추위와 고통 속에서 몸이 점차 얼음덩이처럼 굳어져 가는 상황을 냉동창고의 벽에 상세히 기록해 두었다.

그런데 실제 그 냉동창고의 온도는 영상 19도였다고 한다. 영국에서 와인을 하역한 뒤 리스본으로 향할 때 냉동창고의 전원을 꺼놓았기 때문이다. 선원을 죽음에 이르게 한 요인은 바로 자신이 냉동창고에 갇혔다는 생각 그 자체였다. 


▲ 뇌간경로는 플라시보 효과에서 통증을 조절한다. (사진출처:JNeurosci)


플라시보와 노세보 효과에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

최근 호주 시드니대와 멜버른대 연구팀은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가 뇌 속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7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약간 고통스러운 온도까지 가열되는 보온대를 팔에 묶은 뒤 세 가지 종류의 크림을 차례로 팔에 발라주었다. 

각각 리도카인이 함유된 통증 완화 크림(고통을 덜어주는 통증 완화제), 캡사이신이 함유된 열 강화 크림(고통을 가중시키는 통증 유도제) 그리고 아무런 효과가 없는 바셀린(통제 크림)이라고 말해줬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크림 모두 동일한 바셀린이었다. 

실험 결과, 참가자 중 약 3분의 1은 ‘통증 완화제’를 발랐다고 했을 때 통증이 경감됐다고 했으며, ‘통증 유도제’를 발랐을 때는 절반 이상이 통증이 더 심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fMRI를 측정한 결과,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 모두 뇌간(좌우 대뇌반구와 소뇌를 제외한 뇌의 가운데 부위로 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줄기 역할을 함=뇌줄기)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시보 효과와 노세보 효과는 같은 뇌간 회로의 활동에 영향을 주었지만 반대 방향으로 작용했다. 플라시보 효과 시 통증 정보를 전달하는 뇌간(뇌줄기)의 입쪽 복내측 수질(rostral ventromedial medulla) 부위의 활동은 증가하고, 뇌의 중심부에 있으며 통증 억제에 도움을 주는 수도관주위회백질(periaqueductal gray)이라는 핵의 활동성은 감소했다.

노세보 효과의 경우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고통의 감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뇌간의 여러 부분이 복잡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결과는 통증 조절에서 뇌간의 역할을 밝히고, 만성 통증 치료를 위한 경로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다. 이 연구는 <JN유러시>에 실렸다. [3]

[1] Beecher HK. The powerful placebo. J Am Med Assoc 1955;159:1602-6. 

[2] Brain Connectivity Predicts Placebo Response across Chronic Pain Clinical Trials Pascal Tétreault,Ali Mansour,Etienne Vachon-Presseau,Thomas J. Schnitzer,A. Vania Apkarian ,Marwan N. Baliki, PLOS Biology on Oct. 27. 2016 (https://doi.org/10.1371/journal.pbio.1002570)

[3] Brainstem mechanisms of pain modulation: a within-subjects 7T fMRI study of Placebo Analgesic and Nocebo Hyperalgesic Responses Lewis Crawford, Emily Mills, Theo Hanson, Paul M. Macey, Rebecca Glarin, Vaughan G. Macefield, Kevin A. Keay and Luke A. Henderson Journal of Neuroscience 25 October 2021.(https://www.jneurosci.org/content/early/2021/10/13/JNEUROSCI.0806-21.2021)

글_조용환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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