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뇌를 겨누는 보이지 않는 총구, 간접흡연

타인의 뇌를 겨누는 보이지 않는 총구, 간접흡연

브레인 신호등

브레인 12호
2011년 02월 11일 (금)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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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J씨는 얼마 전부터 집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베란다에서 피우더라도 담배 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와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아내의 지적 때문이었다. 이 일로 직장 동료에게 불평을 늘어놓던 그는 위로 대신 뜻밖의 말을 들었다. 아이들의 뇌가 제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담배를 밖에서 피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니 이참에 금연하라는 것. 간접흡연도 건강을 해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뇌에 위협이 된다는 건 무슨 얘긴가? 간접흡연에 대해 흡연자들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살펴보자.


뇌의 사기꾼, 담배

담배를 친구로 여기는 사람이라도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담배 연기 속에 들어 있는 4천 가지가 넘는 화학성분 중에는 독성물질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건강한 폐세포를 암세포로 변화시켜 폐암의 주범으로 꼽히는 과산화수소를 비롯한 43가지나 되는 발암물질에다 다이옥신, 농약 성분, 일산화탄소까지 독성물질이 그득하다.

각종 독성물질이 몸과 뇌에 미치는 위협적인 영향을 알면서도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니코틴을 비롯한 담배 속 물질이 이미 흡연자의 뇌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담배가 순간적인 쾌감을 주고, 이에 길들여진 뇌가 다시 담배를 찾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중독된 뇌는 착각을 일으킨다. 담배 덕분에 스트레스가 줄고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물론 니코틴이 뇌 속 아세틸콜린 수용체와 결합해 집중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등의 뉴런에서 잡음 신호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흡연자에게 해당하는 일일 뿐, 흡연을 하지 않는 정상적인 뇌는 담배 없이도 잘 처리하고 있는 일이다. 흡연할 때 우울함과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듯한 착각도, 이미 증가되어 있던 스트레스가 담배를 피우는 순간 일시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금연을 할 때는 명상과 이완체조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업무와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는 간접흡연

이처럼 담배가 일으키는 착각과 중독성 때문에 흡연자들은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외면하기 일쑤다. 담배 연기에 단 30분만 노출되어도 혈관이 손상되고, 혈관을 복구하는 기능도 둔해진다. 이러한 영향은 다음 날까지 지속된다. 배우자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경우 폐암이나 후두암에 걸릴 확률은 35%, 유방암과 심장병에 걸릴 확률은 50% 더 높다.

간접흡연은 건강뿐 아니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두통, 기침, 스트레스 등을 일으키고 뇌의 인지 기능까지 저해해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아이들의 경우는 간접흡연의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간접흡연을 할 경우 아이들이 심혈관계 염증, 돌연사, 호흡기 감염, 천식, 알레르기, 중이염 같은 질환에 걸리거나 증상이 심해질 확률은 몇 배로 뛴다. 어른들보다 훨씬 담배 연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수학이나 읽기 같은 학습 능력도 떨어뜨린다.

미국의 통계 조사에 따르면 간접흡연에 최대 수준으로 노출된 아이들의 경우 읽기 점수는 3점, 수학 점수는 2점 정도가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연석과 흡연석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게임방에서 아이들이 무차별적으로 간접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심각하다.

보이는 연기만이 간접흡연이 아니다

이처럼 아이의 뇌에 미치는 간접흡연의 영향이 심각하지만 부모조차 그 영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머리카락의 니코틴을 검사했을 때 흡연자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78%에서 니코틴이 검출되었다.

또,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어린이들의 59%에서도 니코틴이 검출되었다. 집 안팎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흡연자의 집 실내 공기 중 니코틴 수준은 비흡연자의 집보다 17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되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세계 3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자의 82%가 주위에 어린이가 있어도 담배를 피운다는 점이다.

J씨처럼 밖에 나가 담배를 피워도 간접흡연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니코틴 대사물질인 코티닌 농도를 아이들에게서 측정했을 때, 부모가 실내에서 흡연하는 경우는 비흡연자의 집보다 14배 높았고, 실외에서 흡연하더라도 8배나 높았다. 환기를 시켜도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옷이나 피부 머리카락 등에 묻어 있다가 접촉할 때 호흡기 등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연기를 직접 맡지 않더라도 간접흡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출입할 때마다 옷을 세척하고 샤워를 하지 않는 한 소용없다는 것이다. 또 담배 연기는 냄새 자체만으로도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 장시간에 걸쳐 익숙해지더라도 뇌의 알파파를 감소시켜 심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간접흡연은 흡연자와 혐연자의 권리가 부딪치는 문제지만 명백히 건강에 위해가 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간접흡연을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와 함께 뇌와 흡연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것이 금연으로 이어진다면 가장 좋은 결과가 아닐까?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참고자료·한국금연운동협의회 www.kas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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