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간 게놈 프로젝트 덕에 뇌의 유전학적 구조에 대한 많은 사실이 밝혀졌다. 뇌의 신경생리학적 기제에 대한 연구도 큰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이러한 발전 과정을 거쳐 인간의 학습과 관련된 뇌 기능의 비밀을 밝히고 그 잠재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하려는 노력 또한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게놈 프로젝트와 뇌
한 생명체의 모든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한 쌍의 염색체를 게놈genome이라 하며, 게놈 프로젝트는 이를 해독해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유전자의 배열을 분석해내려는 유전학자들의 연구 과제를 지칭한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대대적으로 지원하여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이미 그들은 23쌍의 인간 염색체 구조와 내용을 완전히 해독해낸 것으로 알려진다. 이 연구의 성과는 인간 생명 활동과 유전의 신비를 근원적으로 밝혀줄 것으로 기대하며, 성장과 노화의 비밀은 물론, 에이즈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이런 유전자 구조의 암호 해독 성과는 인간의 기억, 사고, 추리, 상상, 창의성 등의 정신활동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인류의 오래된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면에서도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런 호기심이 있는 과학자들은 당연히 뇌의 유전학적 구조와 신경생리학적 기제에 관심을 쏟기 마련이다. 뇌가 인간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가 하는 관심이 다시금 폭발하는 것이다.
인적 자원개발의 핵심 과제인 뇌
인류 최고의 천재로 알려진 아인슈타인의 뇌는 보통 사람의 뇌와 어떻게 달랐을까?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끄는 화제다. 그래서 많은 뇌과학자가 그의 뇌를 면밀하게 검토해왔다. 크기에서부터 작동기제에 이르기까지 고배율 광학 현미경을 이용해 샅샅이 뒤져본 것이다. 많은 이들이 큰 차이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보통 사람의 뇌와 아인슈타인의 뇌는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관찰할 수 있는 겉모양만으로는.
과학자들이 이러한 일련의 연구를 거쳐 궁극적으로 풀고자 하는 뇌의 신비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인간의 여러 가지 정신 활동, 즉 기억, 추리, 상상, 창조, 학습 등의 활동은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작용할 때 가능한가?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이 두뇌 활동상 어떤 이점과 단점, 발달과 미발달 그리고 적응과 부적응을 불러일으키는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을 적용하면 두뇌 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은 곧바로 뇌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최대한 현실화하여 개인과 사회의 발전·번영으로 연결하려는 교육학적 인적 자원개발 전략·정책의 핵심 과제가 된다.
세계적 연구 과제인 두뇌학습과학
이러한 관심 아래 학자들은 이 연구를 ‘두뇌학습과학’(Science of Brain Learning)이라 부른다. 이 역시 다른 연구와 비슷하게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이 선두에서 달리고 있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NSF)의 주도 아래 이미 오래전부터 수천억 원을 이 분야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2002년에 1억 4,500만 달러를 지원했고, 2003년에는 1억 8,500만 달러(한화 약 1,800억)를 지원할 예정이다. 유럽 국가들도 OECD를 중심으로 두뇌학습과학을 공동 추진 중인데, 일본이 이 연구과제에 상당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내에서도 이 분야 관련 연구를 맹렬하게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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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전 교육부장관 |
한국의 교육 문제와 두뇌학습과학
이처럼 세계적으로 앞서 가는 나라에서 두뇌학습과학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반면, 한국의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는 오직 소수의 심리학자와 교육학자만이 ‘이 분야 연구가 중요하다’는 소리를 외롭게 외치고만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실정은 교사평가니, 교육자율화니 하는 교육 문제 이슈를 둘러싸고 행정 관료와 교사단체 그리고 시민단체가 조선 시대 당파 싸움하듯 우물 안 헤게모니 싸움에 이전투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세계의 교육은 두뇌학습과학을 향해 초스피드로 달리고 있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시야를 넓혀 두뇌학습과학에 하루빨리 눈을 떠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