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한국인에게 던지는 느림의 메시지

바쁜 한국인에게 던지는 느림의 메시지

브레인 파워

브레인 10호
2013년 01월 11일 (금)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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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뇌》 등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뇌》와 《개미》, 《파피용》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난 4월 30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월드사이언스포럼 2008: Brain Power 뇌’에 특별 강연자로 한국을 방문했다. 6년 만의 방문이라 입국 당시부터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았던 베르베르는 그것에 보답이라도 하듯 강연 그 이상의 감동을 전달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포럼 참석자들은 그의 높은 상상력에 놀라워했고, 쫓기듯 살아가는 바쁜 한국인들에게 던지는 삶에 대한 여유와 메시지는 잠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베르베르의 포럼 강연과 이후 질의응답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현 인류는 과거 원숭이와 미래 인간의 연결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홀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청중에 놀란 듯 긴장 속에 무대에 올랐다. 한국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 넥타이까지는 아니지만 좀처럼 입지 않던 양복을 챙겨 입었다는 그의 진솔함이 청중을 즐겁게 했다. 그가 가장 먼저 던진 메시지는 바로 ‘천 년 후의 인간’이다.

“천 년 후 인간은 텔레파시로 소통을 할 것이다. 진정한 인간은 성장을 포기하고 조화라는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의식을 가진 존재다. 이런 인간은 아직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인간은 과거 원숭이와 미래 인간의 ‘연결점’이며 ‘빠진 고리’에 해당한다”라며 자유로운 의식세계의 첫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앞으로 인간도 언젠가 그런 지혜를 얻어 성장을 포기하고 조화라는 진정한 의미를 추구할 만큼 똑똑해지기를 바란다”며 인류 진화의 희망을 얘기했다. 여기에, “인간의 뇌는 의식을 우주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 의식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교육이 이루어진다면우리 손자나 그 후에는 그런 인간의 등장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개미가 "뇌파진동"을 하는 모습.
《뇌파진동》의 저자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총장을 위해 즉석에서 그려주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높은 의식


베르베르는 인간만이 가진 의식의 차원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앞으로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해도 인간에 미칠 수는 없을 것이며, 의식할 수 있는 인간의 뇌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그것은 기계가 제아무리 정교하고 복잡하다 해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것, 무어라 이름 붙이기조차 어려운 어떤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유머와 꿈과 광기 사이에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갖는 다양한 특성들, 농담을 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 수많은 감정적 교류와 그 이상의 순수한 사랑의 느낌, 생존이 아닌 보편적 정서 추구와 예술에 대한 감성은 신경과학자들이 뇌를 아무리 연구해도 그와 같은 본질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컴퓨터는 계산이나 기억 용량은 분명히 인간보다 우세하지만 인간에게는 의식이라는 것이 있다며, 의식은 아직 많이 연구되지 않은 영역이지만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뇌는 만족할 줄 알고 전체와 하나 되는 뇌

글을 쓰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삶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쓴다”는 다소 의외의 답변을 한 베르베르는 똑똑한 뇌의 조건으로 ‘만족할 줄 아는 뇌’를 손꼽았다.

“가장 똑똑한 뇌는 자기 자신에 만족할 줄 아는 뇌다. 사람들이 불행해하는 이유는 큰 아파트, 자동차 등 더 많은 걸 가지려 하기 때문이다.진짜 똑똑한 뇌는 자신만을 위해 기능을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든 생명체와 하나가 돼 작동하는 뇌이며, 뇌는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의식을 갖출 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 개미는 자신을 전체를 이루는 하나의 세포로 여기고 개미집이 존재하는 한 자신이 죽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외부 침입 시 거리낌 없이 자신을 희생한다. 그것은 곧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영생에 도달하는 것이다.” 

청중과의 교류의 깊이가 더해가자 그는 “작가로서 작업하고 있는 것은 독자 여러분 때문이며 독자와의 관계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 독자 여러분 앞에 선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내가 원하는 글을 쓰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베스트셀러를 위해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단지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하고 독자들과 함께 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마음을 전해 감동 어린 박수를 받았다.

 “나는 매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글을 쓴다. 11시가 되면 어떠한 황홀한 상태에 접어든다.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리고 그것을 끊임없이 탐구하라. 그러면 놀라운 결과를 얻고 어떠한 정신적 풍요로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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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나눈 3문 3답

살아오면서 실수했던 적이 있는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내가 하고자 했던 것에서 대부분 실수를 해온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시도하고 넘어졌을 때 일어나 다시 걷는 것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에 그냥 걷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브레인 파워(Brain Power)’는 무엇인가?

한국에 그러한 책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브레인 파워’의 열쇠 중 하나는 바로 ‘호흡’이라고 생각한다. 바르게 숨을 쉬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나를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중국에 ‘기공’라는 것이 있듯이 한국에도 ‘단’이라는 게 있다고 알고 있다. 천천히 호흡하거나, 나무를 붙잡고 자신의 몸 전체가 마치 나무가 된 것처럼 상상할 때도 그러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행복은 뇌와 가슴 중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뇌도 가슴도 아니다. 현재의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곳에서, 나 자신만이 아닌 더 큰 존재와 가치를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것, 그 의식과 에너지가 커지고 커져 우주 의식과 만나게 될 때 커다란 황홀감이 일어난다.

살아간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한 질문은 과학자에게 할 것이 아니라 혼자 조용히 밤하늘의 별과 대화하면서 스스로 찾아야 한다. 자연과 교류할 때 그 무엇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다.

단지 하늘을 바라보는 것에서도 얼마든지 그러한 충만감,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다. 나라는 존재가 이 우주 공간에서는 매우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런 것을 느끼면 좀 더 먼 곳을 바라보게 된다. 그때 삶의 풍요가 찾아든다. 나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



정리·장래혁 editor@brainmedia.co.kr | 사진·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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