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은 그게 아니고~“, “내가 말한 게 바로 그거야! 이제야 이해하네” 회의를 하다 보면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해주지 않아서 두세 번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할 때가 있다. 여러 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오간 뒤에야 비로소 서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상대방의 말이 이해되지 않고, 내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 막힌 소통을 뚫을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상대방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원하는 것(need)”을 파악하는 것.
다음에 예로 드는 몇 가지 대화를 통해 흔히 요구가 어떻게 무시되는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읽고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사례 1.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의 대화

김팀장 : 박대리, 내년 우리 팀 교육계획서 다 작성했지?
박대리 : 그거요? 팀장님께서 다음 주까지 해도 된다고 하셔서 아직 안 했는데요.
김팀장 : 그건 어제 자네가 출장 간다고 해서 그렇게 말한 거고, 출장이 취소됐으면 바로 올려야지.
그거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다음 주까지 넘어가나?
박대리 : 그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요.
김팀장 : 이미 회의에서 다 검토한 내용인데 오래 걸릴 게 뭐가 있어? 자네 일하는 속도가 느린 거지. 반나절이면 될 일을.
박대리 : 그래도 사장님께 올라갈 보고서인데 대충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팀장 : 아무튼 오늘까지 해!
그 후 두 사람의 기분이 어떨지 충분히 상상이 갈 것이다.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를 곰곰이 살펴보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오해와 편견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 수 있다. 위 두 사람의 대화를 서로의 요구에 반응하는 방식의 대화로 바꿔보자.
김팀장 : 박대리, 내년 우리 팀 교육계획서 다 작성했지?
박대리 : 아, 그거요? 급하게 필요하신가요? 팀장님께서 다음주까지 해도 된다고 하셔서 아직 안 했는데요.
김팀장 : 어제 자네가 출장 간다고 해서 그렇게 말한 거였는데, 출장이 취소 돼서 자네가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을 줄 알았지.
오늘까지 계획서를 제출할 생각이었거든.
박대리 : 네. 그런데 팀장님 그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font face="맑은 고딕">김팀장 : 정리할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데?
박대리 : 사장님께 올라가는 보고서인 만큼 항목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하고, 그러자면 오늘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김팀장 : 그렇다면 다른 사람하고 같이 하면 오늘까지 마칠 수 있겠나?
박대리 : 그러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퇴근 전까지 해보겠습니다.
김팀장 : 좋아! 그럼, 누구하고 같이 하면 좋겠나?
두 가지 대화 방식의 차이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가? 첫 번째 대화는 서로 자신의 주장만 하고 있고, 두 번째 대화는 상대방의 요구를 읽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요구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요구를 인정하면서 최대한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불통을 소통으로 바꿀 수 있다.
사례 2. 부부의 대화

아내 : 당신은 도대체 내 말을 들어주질 않아요. 그래서 답답해서 미치겠어요.
남편 : ……
아내 : 거봐요. 지금도 내 말에 아무 반응이 없잖아요. 이러니 내가 답답해하는 거라고요.
남편 :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당신이 짜증부터 내니까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아내 : 아니, 내가 언제 짜증을 냈어요?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앞세워 소통에 실패한 이 부부의 대화를 요구에 반응하는 방식의 대화로 바꿔보자.
아내 : 당신은 도대체 내 말을 들어주질 않아요. 그래서 답답해요.
남편 : 내가 당신 말에 좀 더 귀 기울여주길 바라는 건가?
아내 : 그래요. 당신하고 얘기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져요. 그래서 이젠 당신하고 아예 얘기하기가 싫어질 정도라니까요.
남편 : 사실 나도 당신하고 얘기하는 게 힘들어. 무슨 말을 하면 당신이 짜증부터 내니까 대꾸하기가 싫더라고.
아내 : 난 짜증나는 게 아니였는데, 당신은 그렇게 느꼈네요. 난 당신이 나를 있는 그대로 잘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남편 : 내가 당신한테 바라는 것도 마찬가지야.
아내 : 당신 기분에 대해 내가 너무 무관심했어요. 우리 서로 좀 더 노력해봐요.
부부가 단 한 번의 대화로 소통을 잘하게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서로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실마리가 된다.
사례 3 부모와 자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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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접어든 두 아들에게 마당에 쌓인 낙엽을 쓸게 했는데, 몇 분 뒤 둘 사이에 말다툼이 일었다.
형 : 넌 왜 항상 그렇게 네 마음대로니?
동생 : 형은 왜 모든 걸 형 마음대로 하려고 해?
아빠 : 너희들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구나.
동생 : 저는 마당을 나중에 쓸면 좋겠는데 형이 싫대요.
형 : 저는 빨리 마당을 쓸고 오후에 야구 연습을 하러 가고 싶어요.
아빠 : 마당을 나중에 쓸겠다고 하는 이유는 뭐니?
동생 : 텔레비전에서 하는 만화를 먼저 보고 하려고요.
아빠 : 그러면 동생은 텔레비전 만화를 먼저 보고 싶어 하고, 형은 야구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끝내고 싶단 거구나.
그럼 서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았으니까 너희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서 아빠에게 알려다오
(잠시 후)
동생 : 아빠, 형이 만화를 녹화해주고 지금 마당을 쓸기로 했어요.
형 : 마당 치우고 전 야구 연습하러 갈게요.
함께 생활하는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소통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경청’. 자기 주장에 빠지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결국 서로가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
글. 장인희 heeya1894@brainworld.com